어느 날 부터 인지 팬티 개수가 줄 기 시작했다.
뭐지? 빨래감이 쌓여 있나? 여행 갔다가 잃어 버렸나?
슬슬 불편한 감정이 쌓이고 있었다.
혹시라도 모를 이런 불편함이 싫어서, 나는 같은 종류의 팬티를 깔 별로 10개씩 산다.
레이스가 달린 것도 아닌 그냥 냥100% 순면 팬티.
서랍을 열면, 한 눈에도 열 장은 되어 보이는 정돈된 팬티가 들어와야 마음이 편하다고 할까.
휴가 전에 조금 불편하다고 느낀 일상은,
여행을 다녀와서는 팬티가 딱 2개 남은 상황까지 왔다. 여행 가방이 출발 공항에 일주일이나 묶여 있었던 까닥에 집에 돌아오니 남아 있는 팬티 2장으로, 매일 매일 빨면서 한 장씩 돌려 입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불편했지만, 여행 가방 안에는 영국에서 산 새로운 팬티가 들어 있으니 그 기대감으로 하루 하루를 보냈다.
일주일 후 여행 가방이 왔고, 휴가를 갔던 도우미가 돌아왔다.
그녀는 이름도 찬란한 빅토리아.
그녀가 돌아 온 후 일주일 되었을까...
이 집에 입주 후에 단 한 번도 지나가지 않았던 부엌 뒷 문을 열었다.
부엌과 바깥 문을 잇는 5미터쯤 되는 통로에는 우리집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짐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통로를 지나다 얼핏 본 박스 위에 널려진 듯 보이는 빅토리아의 옷 가지 옆으로 익숙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살구색 팬티.
한국 브랜드 상표를 달고 있는 저 속옷.
흠칫.
걸음을 멈추고 손가락 하나를 펴서 만져보니 젖어 있었다.
아... 빨아서 빨린거네...?
그 옆에는,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던 내가 아끼는 헤드폰의 파우치,
며칠 전 워크샵에서 사용하는 사라졌다고 직원들에게 출저를 물었던 내가 아끼던 천,
그리고 워크샵에서 완성하지 않은 작은 지갑이, 예쁜 분홍 똑딱 단추를 단 채로 완성되어 있었다.
그 안에는 온 통 빅토리아의 개인 소지품들이 들어 있었다.
머리속이 조금 멍 해진 것 같았다.
그러나 화는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던 차.
초조하게 부엌 문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빅토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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