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타 Jun 08. 2024

음식은 추억을 남기고

(feat. 라우라 에스키벨, 달콤 쌉싸름한 초컬릿)



우리집에 놀러오면 맛있는거 해줄게



동갑인 그 친구는 항상 오빠를 자처했다. 위로 누나밖에 없어서 자신도 윗사람 노릇이 하고 싶었나보다. 하는 짓은 그냥 뭐... 동갑 남자 사람들은 거의 비슷비슷하지 않나?     

 

그는 어쩌자고 ‘맛있는’ 음식이라 호언장담했을까. 그 음식이 무엇일까, 또 맛은 어떨까, 괜히 어설픈 허풍을 떤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에 학교를 마치고 따라갔다.      




어느 아파트. 거실로 들어서자 집안의 고유한 냄새가 훅 들어왔다. 향은 인상을 결정한다. 이 집안은 차분한 공기와 브라운 톤의 클래식한 분위기가 났다. 거실 한 켠에 놓여있는 검은 피아노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그는 방에서 기다리라며 급하게 앞치마를 두르더니 우당탕 소리를 내며 작업을 시작했다. 요리를 참 시끄럽게도 한다, 동네방네 다 알도록. 나는 하릴없이 두리번 거리다가 책장 한 켠의 앨범을 발견하고는 쓰윽 꺼낸다.

그리고 그것에서 예전의 그를 본다.      


앳된 꼬마가 웃고, 태권도를 하고, 상도 받는다. 나는 사뭇 진지한 표정의 꼬마를 보고 웃음이 터진다.

심각한 표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군. 일이 잘 안풀리거나, 내게 충고하려는 오빠짓을 할 때면 등장하는 특유의 찡그림. 그 시작은 이미 오래전이었구나.     


조금있자니 쟁반을 들고 그가 등장했다. 짜짠~하는 자체 사운드와 함께. 모락모락 김이 나는 떡볶이였다. 납작 어묵과 삶은 계란까지, 제법이었다.     


한 입 먹어보고 응? 진짜? 하며 나의 눈이 커지자 그는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베스트 요리라며 자주 놀러오라고 했다. 내가 자신이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인 최초의 여자이니 자신감을 가지라며.      


그는 요리를 할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설렜을까, 기대했을까.

재료를 다듬고, 썰고, 고추장을 넣고, 음식이 잘 되가나 중간에 간을 봐가면서.

소박한 음식도 음식이라, 나름의 성의가 들어가기 마련이질 않나.


이후로 그 떡볶이 때문에 그가 멋져보이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마치 마법의 가루를 뿌린 음식을 먹은 것처럼.          



이 작품은 요리로 시작해서 요리로 끝난다. 각 장이 전통 멕시코 요리의 레시피로 시작되는데, 이는 단순한 요리법을 넘어 중요한 줄거리 요소가 된다. 주인공 티타가 준비하는 음식은 그녀의 감정을 반영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마법적인 힘을 지닌다. 이를 현실과 초현실이 미묘하게 얽히는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하는데, 음식을 어떤 마음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타인의 감정까지 건드리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마치 이 소설이 이야기하는 마술적 사실주의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에서 만나는 그리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