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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 Jul 12. 2024

누군가를 위한 마음

책, 백수린, <다정한 매일매일>



소설가가 빚어내는 산문, 그 맛은 어떨까? 백수린 작가의 에세이는 고소하고 담백한 느낌이 들었다. 알록달록한 화려한 디저트보다는, 약간 심심해도 건강한 깊은 맛이 나는 통밀빵 같은. 나는 아무래도 자극적이지 않은 후자가 좋다.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언제 찾아봐도 그 모습 그대로일 것 같은 안정감이랄까.     



빵과 책을 굽는 마음으로 한 문장 한 문장 정성스럽게 엮어낸 글. 그녀의 책을 펼칠 때마다 코끝을 간질이는 고소한 냄새가 스며든다. 요즘처럼 우중충한 날, 그래서 마음도 헝클어지는 날, 동네 작은 베이커리 앞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그 유혹적인 냄새.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천연덕스럽게 다가와 기분 좋게 끌려들게 하는 경험, 결국 빵집에 들어가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바로 그 냄새 말이다.     



이윽고 들어간 가게의 진열대에 갓 구워져 나온 따끈하고 뽀얀 빵들이 나란히 누워있는 것만 봐도 한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 이 책을 펼칠 때마다 그런 추억이 떠올라 그날의 기분 좋음을 다시 느끼게 한다.    


 

시끄럽지 않은 일상과 단상, 빵에 대한 추억으로 버무려진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비슷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그녀도. 나에게는 그저 지나가 버린 순간들이었는데, 그 순간을 붙잡아 글로 표현한 그녀를 부러워하며 애꿎은 커피를 마셨더랬다. 이 글은 그런 추억과 낭만을 선사한다.     




빵을 굽는 마음이란, 정성스레 무언가를 창조하여 주고 싶은, 타인을 향한 사랑의 마음일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요리를 보고 놀란 그의 표정과 이내 환한 웃음, 맛을 보고 나서 세상 맛있다고 표현해 줄 때 느끼는 환희. 

그 순간을 보고 싶어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고 대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기뻐할 그의 모습을 보며 내가 충만함을 누리는, 결국은 나를 위한 일임이 틀림없다. 


그러니 세상 사람들이여, 나의 부모가, 나의 연인이, 나의 반려자가, 나의 아이들이 무언가를 정성스레 준비할 때는 기쁨 가득한 표정과 사랑 넘치는 언어를 미리 준비해 두자. 필요하다면 연기력도 최대한 동원하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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