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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타 Aug 12. 2024

타인의 DNA

서평_<마이크로키메리즘>



타자는 내가 아닌 나다.


_장 폴 사르트르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위의 문구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정말 그렇다. 나는 곧 타자이고, 타자는 내가 될 수 있다. 과연 이것이 무슨 말일까?

책의 제목이자 주요 주제인 마이크로키메리즘(microchimerism)이란, 유전적으로 다른 개체에서 유래된 소수의 세포가 이동하여 나의 조직 내에 존재하는 경우, 즉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내 몸을 차지하고 평생 나에게 영향을 준다는 개념이다.

우리는 각자의 고유한 DNA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어왔지만, 우리의 몸속에는 타인의 세포가 존재하고, 이들이 함께 작용하여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태아가 어머니의 몸에 남기는 세포들, 심지어 장기 기증자의 세포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 몸과 마음의 일부라는 생각은 기존의 모든 통념을 뒤엎는 과히 ‘센세이셔널’한 내용이었다.

특히, 저자가 제시한 여러 연구 사례는 정말 놀라웠다. 혈액형이 여러 개인 사람, 친자 확인에서 유전적으로 생물학적 어머니가 아닌데도 실제 친모인 여성의 이야기 등은 마이크로키메리즘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강하게 인식하게 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나는 나다'라는 확신이 오히려 불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마이크로키메리즘을 통해 새로운 생명관을 제시하는 이 책은 단순한 과학 서적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책을 통해 나는 인간이란 단순히 개별적이고 고유한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세대와 타인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복합적인 존재임을 떠올렸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일부이며, 이 연결이 우리의 정체성을 풍부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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