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레나 Feb 15. 2022

떨어지고 또 떨어지는 나의 미국 회사 인터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미국 회사에 들어가서 멋진 정장을 입고 미국인들과 멋있게 일을 하면서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내가 들어가고 싶은 회사에 이력서를 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설레는 마음과 반대로 하나둘씩 이메일로 답변을 받았다. 참담했다.


"Thank you for your interest. After careful consideration we regret to inform you that you have not been selected for further consideration for this position."



무엇이 문제일까.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일까. 처음에 이 메일을 받았을 때에는 그저 높은 회사에 지원을 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메일을 5번, 나중에는 10통씩 받으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취업을 준비한 적이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인터뷰까지는 갔는데 무엇이 문제인 거지?' 나는 처음부터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2세 친구를 만나서 조언을 구했다. 도저히 내 머리로는 짐작할 수가 없어서 내가 지원했던 부서와 나의 Resume, Cover Letter을 다 보여주었고 친구는 차근차근 다 살펴보더니 나의 문제점을 콕 집어주었다. 미국과 한국의 취업 방법이 조금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한국은 내가 경영학을 전공해도 회계나 마케팅 등  다른 부서에도  갈 수 있지만 미국은 대부분 전공대로 직업을 선택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나의 전공인 Business Marketing에 회계경력만 다분한 내 Resume는 직원을 고용하는 사람들로부터 힘을 잃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다시 포커스를 맞추어서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하루에 4시간씩 Resume를 포지션에 맞게 수정하고 지원하고 5개씩 많게는 10개씩 넣었다.


드디어! 하나씩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으로 전화를 받은 회사는 Regus라는 회사였다. Regus는 중소기업들에게 오피스를 빌려주고 Service Fee를 받는 글로벌 공유 오피스인데 사무실뿐만 아니라 오피스 가운데에 커피를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고 테이블에서 일을 하며 미팅을 하기도 하고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기도 할 수 있는 그러한 회사이다. 나는 폰 인터뷰는 잘 끝냈다.


그렇게 대면 인터뷰 날짜를 잡고 그날 밤부터 Glassdoor를 통해 인터뷰 때 어떠한 질문이 나왔는지 예상 질문을 다 적고 답변을 적으면서 하나둘씩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당일 날 인터뷰를 보기 위해 10분 일찍 도착했다. 나의 첫 미국 회사 인터뷰는 정말 말 그대로 너무 떨려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다시 질문들을 떠올리고 암 기하 고를 몇 번하니 "Yujin" 하고 내 이름을 외쳤다. 나는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면접 보는 오피스에 앉았다. 그렇게 나의 인터뷰는 시작되었고 생각보다 질문에 대답을 잘하고 1시간 뒤에 나올 수가 있었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다들 친구들은 잘 봤는지 물어보기 시작했고 잘한 거 같다고 대답을 했다. 면접관의 표정과 제스처도 느낌이 좋았고 예상 질문들이 들어맞게 나왔기에 외운 대로 잘 대답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이메일이 왔다.


"Thank you for your interest. After careful consideration we regret to inform you that you have not been selected for further consideration for this position."


또 이 문구야? 그 이메일을 받는 순간 정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정확하게 그 상황까지 기억이 나는데 내가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이메일을 받고 배고픔이 아예 사라져 버렸다. 차라리 실수를 했거나 느낌이 안 좋았으면 예상이라도 했었을 텐데 느낌도 너무 좋았고 자신이 있었던 인터뷰라 그만큼 실망도 몇 배나 컸었던 거 같다. 그렇게 나는 전화 면접을 보고 인터뷰까지 본 회사는 3곳이 더 되었다. 인터뷰는 3곳을 봤지만 인터뷰까지 하기 위해서 지원했던 곳은 60군데나 되었던 거 같다. 이곳도 다 마찬가지였다. 낙방, 또 낙방 다 떨어졌다. 마지막 인터뷰를 보고 돌아오는데 허무함과 억울함, 쓸쓸함이 한 번에 몰아와 운전하며 펑펑 울기도 했다. 이렇게 포기하고 좌절하면 안 되는데 자꾸 나에게 돌아오는 결과로 좌절감이 폭풍처럼 몰아왔다.


그래도 이러한 기회로 깨달은 게 있다면 미국 면접에서 좋아하는 말들을 알게 된 사실이었다. 한국은 '열심히 하겠습니다! 시키는 일이든 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하고 이러한 사람들 좋아하지만 미국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내가 그동안 했던 인터뷰들을 돌이켜보니 첫 인터뷰에서 '나 뭐든지 잘해! 일 더 시켜도 오버타임 안 받고 할 수 있고 다 맞출 수 있어'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 면접관의 표정을 다시 떠올려보면 '네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데?'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거 같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면접관은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여기는 너 일만 딱 해내면 돼, 오버타임을 하면 그만큼 너는 대가를 받아야 하는 거고 네가 끌려다니면 안 돼. 그리고 열심히 하는 건 다 열심히 하는데 너의 어떠한 점이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는지를 말해줘'였다. 그렇다. 미국 회사는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정말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람을 맞춰서 뽑는 것이었다. 그렇게 깨달은 나는 다시 돌아오는 기회를 또 잃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쉽게 들어갔을지 모르는 미국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정작 나는 준비부터 실패까지 다 합해서 8개월이라는 걸렸기 때문이다.


Linkedin에서 눈에 띄는 공고가 하나 떴다. Golden Nugget이라는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에 있는 호텔 공고인데 Hotel Operation 지원업무를 뽑는 공고였다. 경영지원팀이라 살펴보니 내가 그동안 했던 일들과 비슷하고 사무적으로 하는 일도 많지만 현장에 나가서 하는 업무도 있는 것 같아서 너무 간절하게 들어가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맞춰서 Resume와 Cover Letter도 냈고 드디어 며칠 뒤에 전화가 왔다. 매니저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내가 현재 하는 일은 무엇인지 간략하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전에도 그렇듯이 여기까지는 잘 해냈다. 그렇게 인터뷰 약속을 잡고 인터뷰 당일 날이 되었다. 몇 번을 실패하고 떨어지다 보니 이젠 떨리는 마음은 훨씬 줄어들었다. 그냥 회사에 가는 듯은 느낌이 들었고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내가 어떠한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내 손에는 포트폴리오가 들려있었다.


어젯밤 인터뷰 준비를 마치고 어떻게 하면 나란 사람을 기억에 남게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그동안 내가 만들었던 서류나 리포트들을 포트폴리오 하듯이 스크랩을 해보자 하고 하나씩 프린트를 해서 준비를 했다. 그렇게 나는 Golden Nugget에 도착을 하였고 인터뷰를 하면서 부연설명을 하면서 보여주니 훨씬 말하기도 편하고 인터뷰를 보는 매니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좋아했다. 그렇게 거의 1시간 반을 인터뷰를 보고 나와서 나는 모든 기력이 다 빠졌다. 첫 번째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느낌이 좋았지만 난 내 감을 믿지 않기로 했다. 항상 내 감은 반대였으니까.


운전할 힘도 없어서 겨우해서 집에 도착해서 정장을 벗지도 않은 채 소파에 누웠다. 그냥 천장만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맨 처음 나와 폰 인터뷰를 한 매니저 번호였다. 너무 놀라서 일어나서 나는 전화를 받았다. "축하해! 나 너한테 직접 전화해주고 싶어서 Vice President한테 최종 승인받고 너한테 바로 전화하는 거야, 너랑 일하고 싶어. 언제부터 가능해?" 수화기 넘어서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3번 4번 되물었다. 나 정말 합격한 거냐면서. 전화를 끊고 그동안의 수고와 노력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동안의 나를 수고했어! 하고 격려하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매일같이 인터뷰를 보면 떨어지고 또 보면 또 떨어지고 낙방에 익숙하던 내가 드디어 미국 회사에 첫 발을 내딛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의 미국 타지 살이 이민생활에서 정말 큰 선물을 받은 순간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