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이 일을 구하는 걸 기대하지 말자.
요즘 한국에 있는 20대들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즐기는 삶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공부하고 일하며 졸업과 취업을 향해 달리고 있을 수 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4년이란 긴 시간 동안 대학을 다니며 취업을 준비했고 취업한 후에는 직장인으로 1년 동안 생활했었다. 직장에 들어가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모든 젊은 사람들이 겪는 직장 권태기가 왔었다. 이곳에서는 내가 꿈꾸는 미래를 만들 수 없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워킹홀리데이라는 제도가 눈이 들어왔다. 당시 워킹홀리데이 제도를 신청할 수 있는 영어권 나라는 호주,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가 있었고 나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했었다. 하지만 결과를 바로 얻을 수 없어서 호주 워킹홀리데이도 동시에 신청해 뒀었다. 왜냐하면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신청만 하면 비자가 나왔기 때문에 나에겐 안전장치 같은 역할이었다. 그렇게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는 떨어졌고 남은 선택 사항인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올 수밖에 없었다. 이 계기로 바리스타를 도전할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호주가 1순위는 아니었다.
직장은 1년 이상은 다녀보자는 마음으로 1년을 채우고 퇴사하였고 호주 가기 전까지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처음부터 호주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결심은 나에게 엄청난 도전이었다. 커피나 카페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용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커피를 만들어 본 적도 없고 카페에서 일해본 경력도 없이 허무맹랑하게 바리스타를 꿈꾸고 있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바리스타를 시작한 지 7년이 지났다. 지금 현재는 일한 지 5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경력 없이 호주에 와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 과정을 생각하면 엄청난 행운이 따른 도전이었다. 호주에 오기 전 나름 바리스타 취업을 꿈꾸며 관련 수업을 10번 정도 참여했었다. 하지만 일을 구하는 것엔 많은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바리스타로 처음 호주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아보자.
바리스타로 일하는 꿈을 꿨지만 현실을 경력도 없고 비자도 워킹홀리데이인 나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내가 넣을 수 있는 모든 카페에 레쥬메를 직접 주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지원을 하며 지냈다. 인터뷰 요청인 온 곳은 10곳도 되지 않았고 이곳들 마저도 인터뷰 이후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지원할까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주 작고 조용한 카페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었다. 그 인터뷰를 통해 나는 처음 카페에서 일을 할 기회를 얻게 되면서 바리스타의 삶이 시작되었다. 그 카페에서 인터뷰 볼 때는 다른 때보다 솔직하게 임했고 경력이 없지만 열심히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렇게 나는 카페에 일하면서 커피를 배울 엄청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트레이닝을 한 달 이상 진행했고 내 경력을 부풀려서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페 매니저도 나를 이해하며 시간을 충분히 줬던 것 같다. 이렇게 어느 카페에 가느냐에 따라 자신의 상황에 맞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려면 어떤 카페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커피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한 나라답게 카페도 다양한 콘셉트로 존재한다. 대부분의 카페는 개인 카페로 운영되기 때문에 카페별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알고 있어야 자신의 경험과 기술 수준에 맞는 카페에 바리스타로 지원할 수 있다. 백장이 넘는 카페에 지원했지만 연락이 오는 곳이 10곳 미만이라면 자신이 지원하고 있는 카페가 자신의 스킬과 경력에 적합한지 파악해야 한다. 특히 워킹홀리데이로 일을 구할 때는 지원하는 카페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예를 들면, 스페셜티 커피 경험을 요구하는 카페들이 존재한다. 특별히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한다고 홍보하는 카페의 경우는 커피를 다른 카페보다 신경 쓸 확률이 높다. 이런 카페는 경력이 적은 바리스타보다는 최소 2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며 전문적인 커피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첫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에도 경험만 있다면 유리한 카페 일자리가 많다.
이런 카페에 한국의 프랜차이즈 카페 경력 1년만 있고 호주에서 경력이 없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가진 사람이 지원한다면 레쥬메 선별에서 통과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 프랜차이즈 카페를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바리스타 경력이 있어도 호주에서는 카페의 특징에 맞는 경험을 갖은 사람을 선호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반면에 한국에서 바리스타 경력이 5년 이상 있고 로스팅과 브루잉 지식도 갖춘 사람이 바쁜 테이커웨이 샵에 지원하는 것도 효율적인 지원 방법은 아니다. 바쁜 테이커웨이 카페의 경우는 커피의 맛과 품질보다는 커피 판매의 빠른 순환을 추구하는 곳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카페의 경우는 커피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닌 호주 카페 경험이 많고 바쁜 환경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바리스타로서 전문적인 경력이 많은 사람이 바쁜 테이커웨이 카페에서 일한다면 본인도 일하는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고 카페 입장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다.
앞서 말한 예시들을 살펴본다면 자신에게 맞는 카페에 지원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카페들의 특징을 알 수 있는 팁을 준다면 로스터리 카페라고 적혀 있는 곳은 대부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바리스타를 구하는 곳이 많으며 영어 의사소통이 부족하더라도 만약 전문적인 경력이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반대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없어도 바쁜 카페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면 규모가 큰 브런치 카페나 테이커웨이 위주의 카페에 지원해야 인터뷰 요청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5년 차 호주 바리스타로 일하다 보니 인터뷰를 보러 오는 한국 사람들을 볼 기회가 종종 있었다. 한국인 바리스타들의 성실함과 전문성에 대한 명성은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국인의 경우 인터뷰에서 문제만 없으면 일자리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물론 바로 일할 수 있을 정도의 스킬과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할 경우에 해당한다.
내가 첫 번째로 뽑는 필수 준비사항은 호주식 인터뷰 준비이다. 특히 워킹홀리데이를 온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영어 의사소통의 문제이다. 기본적인 회화가 가능한 사람들도 포함이다. 내가 만약 워킹홀리데이에 와서 몇 주 안된 사람을 인터뷰한다면 가장 유심히 볼 점은 영어 의사소통 능력일 것이다. 호주에서 일한 경험도 적고 영어권 국가에서 지냈던 사람이 아니라면 특히 호주 영어를 알아듣기 어려울 수 있고 실생활에서 쓰는 대화체가 아니기 때문에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들로 인터뷰에서 나올 만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연습하자. 영어 의사소통조차 힘든 사람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건 불가능하다. 바리스타로 일을 하려면 의사소통과 스킬은 필수 준비사항이다. 의사소통만 가능하면 인터뷰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인터뷰 연습을 하라고 한 이유는 인터뷰 때는 평소보다 긴장해서 영어가 잘 들리지 않을 수 있고 말하기도 엉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한국에서 배운 미국식 영어 표현보다 호주에서 자주 쓰는 표현들로 구성하는 것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인터뷰 준비가 완료되었다면 다음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은 트라이얼이다. 워킹홀리데이로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메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한국처럼 단순히 커피만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호주 사람들은 자신이 매일 먹는 커피 스타일을 각자 가지고 있다. 설탕은 두 스푼에 우유는 아몬드 우유로 그리고 샷은 3샷으로 넣어 주고 평소보다 조금 뜨겁게 만들어 달라는 주문과 같이 변화를 줄 수 있는 모든 변수에 자신의 취향대로 커스텀하는 것이 이곳의 커피 문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하는 첫 주에는 주문을 받아 적는 일만 할 수 있다. 호주 카페에서 일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메뉴를 듣고 바로 주문을 받아 적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메뉴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트라이얼에 가기 전 카페 메뉴에 대해 숙지하지 않고 간다면 주문받는 것부터 꼬일 수 있다.
카페 커피 메뉴와 우유의 종류, 그리고 호주식 커피 주문하는 방법을 공부하고 준비된 상태로 트라이얼에 가야 한다. 물론 호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바리스타들의 경우, 이미 익숙한 커피 메뉴와 주문일테지만 해외에서 처음 일을 구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굉장히 생소할 수 있는 문화이기 때문에 바리스타로 일자리를 구하려면 트라이얼 준비는 필수 사항인 것이다.
인터뷰와 트라이얼을 진행하면서 카페에서 필수로 확인하는 스킬은 커피 추출과 우유 스팀이다. 호주에 처음 온 사람이라도 커피 추출과 우유 스팀을 할 수 있다면 바리스타로 취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어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을 경우는 제외하고 스킬만 완벽하게 갖춘 상태라면 인터뷰 또는 트라이얼 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이 스킬을 필수 준비사항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일자리를 구하는 입장에서 다른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해외 경력, 영어 의사소통 수준 그리고 비자 상태가 유리한 조건이 아닌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불리한 조건들을 이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바리스타 스킬이다. 그중에서도 우유의 온도와 품질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은 트라이얼 때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바리스타로 일을 구하고 싶다면 부드러운 폼을 갖는 우유를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고 미리 준비하길 바란다. 다른 커피 메뉴나 배경 지식은 혼자서 하루만 공부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우유 스팀은 혼자서 할 수 없고 하루 만에 습득할 수 있는 스킬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유 스팀을 최소 10일 동안은 연습하고 오길 바란다. 호주 카페에서는 하루에 500잔의 라테가 팔리는 곳도 흔하다. 천천히 우유 스팀 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상태라면 바쁜 현지 카페에서 일할 수 있을지 스스로 판단해 보길 바란다.
커피 추출보다 우유 스팀을 더 강조한 이유도 존재한다. 커피 추출 과정도 연습하고 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처음 카페에서 일을 시작한 경우는 스팀 우유를 담당할 때가 많다. 커피 추출은 커피 원두 맛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메인 또는 헤드 바리스타가 맡는다. 그리고 스팀 우유의 경우는 우유의 품질은 시각적으로 보기만 해도 스킬의 정도가 판단되기 때문에 인터뷰나 트라이얼 때 스킬을 판단하는 방법으로 쓰인다. 이때 실력을 보여 주는 것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워킹홀리데이를 와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우유 스팀은 필수 준비사항이다.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가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생기는 고민이 있다. 그런 바로 가서 지낼 지역을 정하는 것이다.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싶은지에 따라 처음에 정착한 지역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바리스타로 일하고 싶다면 바리스타 일자리가 많은 지역으로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일자리가 많은 지역은 당연히 대도시일 것이고 그만큼 수요와 공급이 많다.
일을 구하려는 사람도 많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와 비례할 정도로 일자리도 많은 것이 현실이므로 처음에는 대도시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몇 개월 생활한 후 얼마든지 지역 이동을 선택해도 되기 때문에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한 후 경험을 쌓고 원하는 도시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호주 워킹홀리데이 바리스타로 일자리를 구하기 유리한 지역을 알아보자. 먼저 나는 가장 큰 구인구직 사이트에 바리스타 구인 광고가 지역당 게시된 개수를 비교해 봤다. 대도시인 시드니는 1500개 이상의 구인 광고가 현재 게시된 상태였고 그다음으로는 멜버른이 약 1300개로 두 번째로 바리스타 구인 광고가 많은 지역이었다.
이 외의 도시로는 브리즈번과 퍼스는 약 700개와 500개 정도의 구인 광고가 게시되어 있었다. 나머지 도시는 그 이하였으므로 굳이 수치를 가져오지 않았다. 이렇게 일자리 개수로 추측했을 때 시드니와 멜버른이 일자리를 구할 기회가 다양할 것이다. 경쟁자들이 많은 대도시를 피해 소도시로 갔다가는 일자리에 지원할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도시 별로 비교해 본 결과 내가 만약 바리스타로 일하고 싶다면 시드니 또는 멜버른 지역이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커피를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다면 멜버른으로 가는 걸 추천한다. 나는 멜버른에서 3년 이상 살았고 시드니에서 3년 이상 살았다. 그리고 각 지역의 카페에서 일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커피를 배우고 바리스타라는 직업으로 일을 하기엔 멜버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멜버른의 바리스타 시급도 더 높은 편이며 사람들이 바리스타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세계에서 실력 있는 커피 전문가들이 멜버른에 와서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커피의 도시로 유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멜버른에는 숨은 실력 있는 바리스타들이 많다. 그래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기회와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반면에 시드니에는 유명한 바리스타들을 많은 편이다. 다양한 이벤트들이 많이 열리곤 한다. 도시에 따라 특징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2개의 도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걸 추천한다.
카페에서 일을 한다고 모두가 바리스타가 될 수 있거나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기회가 있는 카페에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경험이 있는 상태라면 기회가 많겠지만 경험이 없다면 일단은 카페 올라운더 또는 Waitstaff를 구하는 일자리에 지원하자. 그리고 구인 광고 내용을 유심히 보길 바란다. 구체적인 내용에 필수사항은 아니지만 커피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으면 좋음이라는 문구가 있는 구인 광고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카페들은 전문 바리스타를 구하는 것이 아니지만 바리스타를 도와서 커피를 만들 기회가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일하며 커피를 배울 확률이 높다. 대신 자신의 일을 잘했을 때만 해당한다. 자신의 일도 제대로 안 하고 커피만 배우고 싶어 하는 직원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자기 일부터 잘 해내면서 기회를 엿보는 걸 추천한다.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이렇게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커피를 만드는 기술을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이후에는 노력이 따라온다면 호주 워킹홀리데이 바리스타로 일을 구하기 수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