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친구들 몇 명이 호주에서 바리스타를 하고 싶다며 나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 떠올랐다. 그때도 자격증 얘기가 나왔었는데 자세히 찾아보지도 않고 필요 없으니 따지 말라고 말렸었다. 일을 구할 때 자격증을 필요한 경우를 7년 동안 호주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리스타로 일하는 것과 관계는 거의 무관하다. 이곳에서는 경험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내가 바리스타를 직접 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레쥬메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내용은 얼마큼의 관련 경력이 호주에서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하지만 만약 커리큘럼이 아주 훌륭하고 배울 점이 많다면 추천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처음에 호주에 오기 전 관련 경력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 고민되었던 부분은 취업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커리큘럼이 실제 바리스타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하다면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이곳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이 궁금해서 자료를 조사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력서에 쓸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생기는 장점을 갖는다고 한다. 또한 배우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따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기술이 너무 부실하다는 게 문제였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읽어보자.
SCA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목적이 무엇일지 알아보자. 70개국 이상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홍보하는 내용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워홀을 가는 국가에서 일 구할 때 더 대우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결론적으로 이것을 따는 이유는 해외에서 인정하므로 일 구할 때 유용하기 때문이었다. 홍보하는 말처럼 취업할 때 유리하게 적용될까. 현실적으로 현지에서는 실전에 필요한 기술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SCA 자격증을 따면 실전에 필요한 기술들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커리큘럼을 확인해 봤다. 수업이 실기의 비율이 높고 실전에서 필요한 기술을 다룬다면 경쟁력 있는 자격이 되었겠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 만약 해외 취업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커피를 배워보고 싶은 것에 있다면 말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 취업이 목적이라면 다른 부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길 권유하고 싶다. 한국에서 스타벅스 또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한 경력은 한국과 호주 카페의 시스템 그리고 인기 커피 메뉴가 다르기 때문에 경력이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경력만 있는 경우 아이스 음료 제조를 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커피 머신을 잘 다루는 경우가 적었기 때문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와 비슷하다.
한국 사이트에서 SCA 자격증의 커리큘럼을 찾아보았다. 입문 과목 1개와 5개의 전문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커피 만드는 스킬, 브루잉, 센서리, 로스팅, 그린빈이 전문 과목에 포함된다. 기초 과정의 수강료는 50만 원부터 심화 과정으로 높여가면서 300만 원까지의 금액이었다. 그리고 기초 과정은 8회 수업으로 이뤄져 있었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1~5회 차까지 이론 수업을 진행하고 6회 차에 실기 시험 연습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7회 차와 8회 차에 필기 및 실기 시험이 진행된다. 결국 5회 이론 수업과 1회 실기 수업이 커리큘럼의 전부라는 뜻이다. 입문 수업 내용으로 생두 가공 방식, 품종과 등급, 추출 변수, 그라인더 이해, 우유학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실기 비율이 높게 구성된 학원이 있었지만 기간이 더 길어지는 만큼 수강료도 더 많이 들 것이다. 해외 취업 때문에 50만 원을 주고 저런 자격증 반을 듣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이론에 대해 배우려면 차라리 책을 읽고 유튜브에 좋은 무료 수업을 듣는 게 가격 대비 효율적이다. 그 커리큘럼의 구성은 현실에서 일할 때 써먹기에는 너무 부실했고 특히 우유 스팀에 대한 구성이 취업하기엔 부족했다. 내가 처음 일을 구할 때, 커피를 10번 정도 만들어 본 게 다였다. 이건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는 일을 구했지만 내가 가진 커피 만드는 실력이 좋아서 뽑힌 것 아니었다. 한국 기준으로 배운 커피와 현지 카페에서 바리스타에게 기대하는 영역은 완전히 달랐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새롭게 일하게 된 곳에서 다시 기초부터 배우게 되었다. 카페 문화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바리스타를 뽑을 때 평가하는 기준도 한국과는 다르다는 점을 명심하자. 나도 처음에는 나름 비싸게 바리스타 수업료를 지불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격증을 취업 수단의 하나로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자격증 반에서 배운 8회 수업만으로 일을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명심하라. 그래서 나는 만약 해외 취업만을 위해서는 실기 수업만으로 구성해서 우유 스팀 집중 연습하길 추천한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이 될 것이다. 실기 위주 수업 중에서도 우유 스팀을 많이 연습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라. 해외에서 일을 구할 때 훨씬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호주에서 바리스타를 구할 때 무조건 확인하는 2가지 요소가 있다. 나 또한 인터뷰나 트라이얼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확인하는 요소들이다. 우유 스팀과 영어 실력이다. 호주에서는 우유가 들어간 따뜻한 커피가 가장 인기 있다. 그리고 아침에는 엄청난 양의 주문이 들어오므로 우유 스팀 기술을 확실히 배워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