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가 티샷을 할 때 시선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골프장 내에서 그들만의 규범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규범norm이라는 것은 ‘집단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집단 내 수용 가능한 행동의 표준’을 말한다. 모든 집단은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어떠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
규범이 사람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호손연구Hawthorne Studies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연구는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메이요G. E. Mayo와 경영학자 뢰슬리스버거F. J. Roethlisberger가 웨스턴 전기회사의 시카고 근교에 위치한 호손 공장Hawthorne Works에서 테일러F. W. Taylor의 과학적 관리론에 따라, 노동자에 대한 물질적 보상 방법의 변화가 정말로 생산성을 증대시키는지 검증하는 실험을 하였다.(나무 위키 2022.1.29.)1924년 11월 1차 조명 실험을 시작으로, 2차 계전기 조립 실험, 3차 면접 실험, 4차 배전기 권선 관찰실험까지 8년간 이루어졌다.
특히 4차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는 개인의 능력이나 숙련도, 관리자의 지시가 작업능률과 정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자의 근로의욕 여하에 따라 혹은 남보다 튀지 않게 적당히 일하자는 비공식적으로 합의된 ‘규범’이 작업능률과 상관관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규범이 근로자의 행동을 제어하듯이, 규범은 집단 내에서 ‘행동의 표준’이 되는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규범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그 집단안에서 '매너manner'가 있다고 한다. 골프도 작게는 4인이 한조가 되어 라운딩 하는 하나의 집단이고, 크게 보면 골프장 전체에 속해 있는 사람들도 한 집단으로 볼 수가 있기에, 집단에 적용되는 공식 혹은 비공식 규범을 잘 지키는 매너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골프매너가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공을 즐겁게 오랫동안 칠 수가 있다. 매너는 묵시적 약속이다. 매너 없이 동반자들과 인연을 계속 이어가기는 매우 어렵다. 골프매너를 통해 상대방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또한 남을 잘 배려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매너의 첫 번째가 골프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골프 약속은 본인 상(喪)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런 말을 떠나서 골프 약속을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나름대로 설명을 하고자 한다.
골프 약속은 2~3일전 갑자기 친구들과 의기투합이 되어 만나자고 급조된 약속과는 성격이 다르다. 오래전에 이미 다른 사람들과 함께한 약속이다. 최소 네 사람이 이 약속을 한 것으로 보통 6주 내지는 8주 전에 성원이 되어 약속이 이루어진 것이다. 왜냐하면 골프장 부킹이 최소 한 달 전에 이루어지기에 그전에 약속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일단 골프 약속이 이루어지면 그날 이후 한 달 이상 동안 이미 골프를 약속한 날짜에 다른 약속이 발생을 하면 전부 뒤로 미루거나 골프 약속을 피해 다른 일정을 잡는다. 이러한 상황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세 명도 같은 처지일 것이다. 그래서 골프 약속은 중요한 것으로 비나 눈 등 자연적 상황이나 코로나19에 감염되어 갑자기 발열이 생기는 것과 같이 남들이 이해할 수준의 사유가 아니면 지켜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매너인 것이다.
jtbc 방송 '골프의 재발견' 에서 골프에티켓에 대한 내용을 화면 캡처하였다.(2021.9.9)
■ 내가 싫어하는 매너 유형
골프는 세대를 초월한 신사 운동이다. 세대를 초월해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다. 골프는 내가 잘 쳐도 즐겁고 상대가 못 쳐도 즐겁다. 그런데 중간중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보면 즐거운 기분을 망치게 만든다. 다음은 그동안 골프장에서 필자가 경험한 꼴 보기 싫은 매너 중 기억나는 사례 일부를 나열한다. 여기 사례 중에는 상대방 샷 진행 시 조용히 하라던지 방카 샷 후 발자국 정리와 같은 기본적인 에티켓 부분은 제외를 한다. 독자 분들의 개인 생각에 따라서 동의하지 않는 항목도 있으리라 본다. 다분히 주관적이 의견임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 동반자가 요청도 안 했는데 남의 스윙에 대해 일일이 코치하는 사람
- 골프장 티잉 그라운드나 페어웨이 등 금연 장소에서 흡연하는 사람
- 공치러 온 것인지 휴대전화하러 온 사람인지 구분이 안 가는 사람
- 실력이 안 되면서 백 티에서 쳐서 진행을 지연시키는 사람
- 어드레스 시간이 너무 길어 동반자의 플레이 리듬을 끊는 골퍼
- 듣기가 민망한 음담패설이나 짓궂은 농담을 계속하는 사람
- 캐디에게 너무 많은 질문과 모든 것을 캐디에게 의존하는 사람
- 티 달라, 마크 달라, 심지어 로스트볼 달라는 등 거지형 골퍼
- 공이 맞지 않으면 괜한 성질을 부리며 주변 사람 신경 쓰이게 하는 골퍼
- 마지막 퍼트를 하지 않고 셀프 컨시드 하면서 공을 집어 드는 사람
- 페어웨이 안에 씹던 껌 뱉는 사람(골프화 징에 묻으면 안 떨어짐)
- 돈 내는 것을 주저하거나 계산이 정확하지 못한 사람
- 목욕탕 안에서 큰소리 떠들며 샤워하거나 풍덩풍덩 수영하는 사람
- 샤워 후 파우더 룸에서 수건 3장 이상 쓰고 온 몸에 로션 떡칠하는 사람
- 화장실 안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둘둘거리며 열 번 정도 돌려서 쓰는 사람
- 프런트 정산 시 스마트폰 결제 제대로 하지 못해 대기행렬 길어지게 만드는 사람
- 승용차 앰프amplifier 크게 틀고 클럽하우스 현관 도착해서 클럽 내리는 사람
■ 18홀 티 그라운드에서 매너
18홀 마지막 티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라운딩을 마감할 준비를 해야 한다. 18홀 티잉 구역에 이르면 마지막까지 여담을 주고받거나 굿 샷을 외치기 보다는 4~5시간 같이 해온 운동을 이제는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앞 팀이 있어서 대기를 하거나 다른 동반자가 티샷을 할 동안 클럽이나 옷가지 등 가지고 온 장비를 챙겨야 한다.
먼저 클럽 정리를 해야 한다. 오늘 하루도 나를 위해 고생한 클럽의 성능과 품질유지 차원에서 5S(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 방법으로 확인을 하고 커버cover를 씌운다. 물론 캐디가 대부분 하지만 내 장비를 내가 챙긴다는 생각으로 직접 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그러면 캐디가 매우 매너 있는 분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선배 되는 분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권하기는 어렵지만, 후배들과 공을 칠 경우에는 마지막 홀에서는 반드시 이걸 하라고 권유한다.
두 번째로는 추가로 가져온 여벌 옷, 바람막이, 텀블러, 우산 등의 장비를 확인을 한다. 우산 같은 경우에는 빗물이 있을 경우 펴서 수건으로 미리 물기를 어느 정도 제거를 한다.
세 번째로 캐디피도 18홀 티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챙겨야 한다. 시작할 때 준비가 되어 있으면 별 문제가 없으나, 아무도 신경을 안 쓰면 한 사람이 몇 사람 분을 부담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을 한다. 마지막에 캐디피 거둔다고 허둥지둥하는 모양새도 신사답지 않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캐디가 경기 수첩이나 태블릿tablet에 장비 이상 유무 확인 사인을 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알아보기도 힘든 이름이나 사인을 할 것이 아니라 ‘감사해요’, ‘수고해요’, ‘훌륭해요’라고 써 주면 다들 놀란다. 오늘 반나절을 같이 고생한 캐디에 대한 감사와 배려의 의미이다.
충북 진천 골프장카운티 진천CC에서 경기를 마치고 캐디 수첩에 클럽확인 요청에 '감사해요'라고 서명하였다.(2022.3.28)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을 했다. 골프를 치다 보면 끼리끼리 수준에 맞는 사람들과 팀을 만들어 공을 치게 된다. 그 수준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요새 공을 안치냐"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겉으로는 자주 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지만, 돌아서서 혼자 말로 “다들 모여서 공을 치고 있는데 당신만 불러주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다”라고 되네인다. 골프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입소문이 좋지 않고 부정적 평판이 돈다. 다음에 누구와 공을 칠까 했을 때, 매너가 좋지 않은 사람은 잘 부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