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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창환 Andy Jul 11. 2022

이건 꼭 봐야해... 아라리오 광장의 세계적인 조각들

천안 어반스케쳐들과 함께 코헤이 나와와 키스해링의 조각을 그렸다





▲ 코헤이 나와의 <매니폴드> 아라리오 광장에서 천안 스케쳐들과 함께 그렸다. ⓒ 오창환



지난달 삼청동에서 개인전을 할 때 '햇살'님이 전시를 보러 오셨다. 평일 오전인데도 일찌감치 오셔서 찬찬히 작품 감상을 하신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반스케쳐스천안 운영진이셨다. 반가운 마음에 어반스케쳐스천안 정기 모임이 있을 때 참여하기로 했다. 천안은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정기 모임을 한다.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2시간이면 천안역에 도착하니까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천안(天安)이라는 지명은 멀리 고려 태조 왕건 시대에 지어진 이름인데 천하대안(天下大安), 즉 하늘 아래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천안은 예로부터 교통과 물류의 요충지였으며 요즘은 천안아산 일대에 들어선 대규모 공장으로 경제가 활성화되어서 이름 그대로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한다.

이번 달 스케치 장소인 아라리오 조각 광장은 천안 12경 중 하나에 속하며 종합터미널, 신세계백화점, 아라리오 갤러리, 영화관을 연결하는 중심광장이다. 이곳은 현대조각품 전시로 유명하여 국내외 미술애호가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나도 이곳에 한번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막상 일부러 시간 내서 오기가 힘들었는데 마침 어반스케쳐스천안이 이곳에 모임을 하게 되어서 기쁜 마음으로 합류했다.

천안역에서 햇살님을 만나서 아라리오 조각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에서 먼저 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천안 운영진들 그리고 스케쳐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광장을 둘러봤다. 광장엔 대단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세계적인 명성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조각 작품의 선정도 배치도 좋았고 무엇보다 모든 조각품이 새것처럼 반짝여서 놀랐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얼마 전에 조각품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했다고 한다. 역시 세계적인 갤러리가 운영하는 조각공원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 매니 폴드 코헤이 나와의 작품이다. 어떤 원소들이 폭발적으로 펭창하는 것을 표현했다. 내 눈에는 거대한 발레리나 처럼 보인다. ⓒ 오창환


 
나는 가기 전부터 점찍어 뒀던 코헤이 나와(名和晃平)의 작품 앞에 자리를 잡았다.
   

코헤이 나와의 작품 "매니폴드"는 13미터 높이에 무게만 약 26.5톤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의 조각이다. 
작품 제목인 매니폴드는 여러 개를 뜻하는 매니(Mani)와 접는다는 의미의 폴드(Fold)의 합성어이다. 실제로 수십 개의 파이프로 구조물을 세운 뒤 알루미늄 표면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원소 등의 물질이 한꺼번에 융합되어 폭발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형상을 묘사한 것으로, 다섯 개의 높은기둥 위에 떠 있는 구름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 작품 설명문 인용


1975년생인 그는 교토 시립예술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작가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픽셀(PixCell) 시리즈를 보면 사슴 등 동물을 박제한 후 크리스털 구슬을 합성하여 조각품을 만들었는데, 난해한 현대 조각 작품을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 놀라웠다.



현장에서 직접 <매니폴드>를 보니 유명한 라오콘상의 역동적인 굴곡이 떠오르기도 하고 여러 명의 발레리나가 군무를 추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름다운 작품이다. 다행히 아라리오 광장에는 그늘이 많이 있어서 그늘에 자리를 펴고 매니폴드를 그렸다. 그 작품은 신세계 백화점 앞에 설치되어 있어 마치 절에 들어가는 일주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어반스케쳐스천안은 12시에 모여서 사진을 찍고 같이 점심을 먹는다. 상당히 가족적인 분위기다. 같이 식사를 하고 광장을 다시 둘러보니 여기 있는 작품도 대단하지만 조각 광장을 기획하고 설치하는 과정이 진정한 예술이었던 것 같다.




▲ 아라리오갤러리에서 바라본 광장. 왼쪽에 보이는 탑이 아르망의 작풍이고 가운데 구름처럼 보이는 것이 코헤이나와의 작품이다. ⓒ 오창환


 
이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높이 20미터의 거대 조각인 아르망 작가가 폐차의 차축을 쌓아 올린 작품 <수백만 마일 (Millions of miles)>이 설치된 것이 1989년이다. 이 큰 조각으로 광장에 큰 획을 하나 그은 것이다. 그 후로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조각품을 설치한다. 

현대 미술계의 슈퍼스타 데이안 허스트가 인체 장기 모형을 엄청나게 확대한 작품 <찬가>를 영국에서 선보인 게 2000년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 에디션 4개를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아라리오 광장에 있다. 그런데 그 작품은 아라리오 갤러리 입구에서 갤러리 쪽으로 놓여져서 광장을 등지고 있다. 그 작품은 유명한 것이지만 워낙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라 그렇게 배치한 것 같다.

매니폴드가 2013년 에 설치되었으니 <찬가> 이후 다시 10년 이상을 기다린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과정에 마치 거대한 서사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 <줄리아>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 왼편에는 천안의 스케쳐분이고 오른편에는 젊은 청년이 있었다. ⓒ 오창환


 
광장에서 두 번째 그림은 키스 해링의 조각을 그리기로 했다. 키스 해링(Keith Haring)은 1954년 생으로 뉴욕 거리의 낙서를 보고 영감을 얻어 그만의 스타일의 그림을 그렸는데 픽토그램처럼 단순한 그의 그림에 대중은 열광했으며 시대를 대표하는 팝아트 작가가 되었다. 그는 1990년 31세의 아까운 나이로 사망한다. 
             


▲ 줄리아 키스 해링의 작품. 역동적인 자세가 춤을 추는 것 같다. ⓒ 오창환


 
아라리오 광장에는 해링의 작품이 2개가 있는데 광장을 바라보고 왼편에 파란색 작품인  <Untitled (Figure on Baby)>가 있고, 매니 폴도 옆으로 노란색 조각 <Julia>가 있다. 둘 다 1987년 작품이다.

해링이 죽기 전 6년 동안 같이 작업했던 그림 동료이자 매니저의 이름이 쥴리아 그루엔이다. 이 조각은 아마도 그녀를 모델로 한 듯하다. 그녀는 해링 사후에 키스 해링 재단 이사장이 되어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데 힘썼다.

<줄리아>를 그리면서 오른편에는 이어폰을 꽂고 열심히 음악을 듣는 청년과 왼편으로는 천안의 스케쳐 한 분을 그렸다. 

그림을 마치고 아라리오 갤러리에 가서 광장을 설계하고 실행에 옮긴 씨 킴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의 전시회를 봤다. 그의 작품은 '꿈'을 주제로 한 것이 많았는데, 그는 꿈을 갖고 있었고 그 꿈을 실현시킨 사람이다.

4시에 다시 모여 사진 찍는 시간을 갖고 서울로 가는 열차를 탔다. 천안 스케쳐들과 만남도 좋았고 조각품과의 대화도 즐거웠다. 떠나기 전에 햇살님에게 어반스케쳐스천안의 연말 전시회에 오늘 그린 그림을 출품하겠다고  말했다.


202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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