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편
골드코스트에 있는
어지간한 곳에는 이력서를
다 돌렸었기 때문에
사실 전화 온 곳이
어디인 지 도 몰랐었다.
이름을 검색해보니
세탁공장이었다.
키가 큰 외국인
아저씨랑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인터뷰는
수월하게 진행 되었으며
특별하게 어려운 걸
물어보지도 않았다.
행동이 빠르냐, 뜨거운 것을
잘 집을 수 있냐 등의 단순한
이야기 들이었다.
우리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고
검토해 보고 연락을
준다는 이야기와 함께
인터뷰를 마치게 되었다.
난 그렇게 취업이 된 줄 알았다.
면접이 끝나고
나는 골코에 있는
유일한 지인을
만나러 갔다.
지금까지의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 친구가
웬만하면 합격할 것이니
일 할 수 있을 거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미역국을 끓여주었다.
참으로 좋은 친구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지났지만
예상 했겠지만
인터뷰를 본 곳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시 친구에게 전화했다.
"그 정도면 안 된 거다
다시 이력서를 돌려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 일 아니라고
말을 참 쉽게 한다.
300불 밖에 없는 돈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답답한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에겐
다른 방법이란 없었다.
청소 잡은 가지 않는 다고 했고
인터뷰는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일단 마지막으로 이틀 정도만
이력서를 더 돌려보고
그래도 안된다면
한식당에서 일을 하던지
아니면 친구가
건설 현장 일이 있는데
소개해준다고 해서
정 안되면
그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이력서를
돌리러 밖으로 나갔다.
오전 내내 이력서를
다시 또 돌리고
케밥 하나를 사서
꾸역꾸역 먹고 있었는데
핸드폰에서 벨이 울렸다.
친구인가 보았지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으니
만트라라는 리조트에
레스토랑에서 kitchen hand를
뽑는 데 면접 보러 올
생각이 있냐는 것이었다.
정말 말그대로
가뭄에 단비 같은 전화였다.
나는 당장 내일도 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다음날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리고 한숨을 돌렸는데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
나의 이력서를 펍에서
보았는데 자기는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인데
일 할 생각이 있냐는
문자였다.
어안이 벙벙했다.
하다 하다 안돼서 어떻게
해야 되나 하는 상황에서
다시 이력서를 돌린 것 이었는데
그날 연락이 두 군데에서나 왔다.
문자가 온 청소 잡에는
다시 답변을 보냈으나
따로 답변은 오지 않았고
레스토랑에는 면접을 보고
합격하게 되어 다음 주부터
파트타임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사실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 었지만
쉽게 갔었더라면,
나는 평범한 보통의 워홀러들처럼
일 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한국에서의 삶에
지쳐서 단순히 리프레시하는 경험이
필요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내가 가는 방향성이랑
단순히 달랐던 것뿐이다.
확실하게
보이는 방향성이 없이
믿음만을 가지고
일은 진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살다가 보면
보이는 일 보다
보이지 않는 일들이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일 도
결국에는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해결책이
나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