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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Sep 06. 2024

훔치고 요약하라

자신만의 스타일로 일류가 되십시오!


내년이 되면 저는 우리 직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직원이 될 것입니다. 최고 선배가 되고 보니 그동안 선배 노릇을 잘해왔는지 돌이켜 보게 되었습니다. 후배에게 딱히 도움 준 것 없이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가진 일 잘하는 노하우를 짧게나마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는 홍보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경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바이오·실버·의료 산업을 육성하기도 하고 연구개발(R&D) 사업을 기획·평가하는 법인도 설립했습니다. 대기업을 유치하고 중소기업에 초저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상품도 만들었습니다. 직장 생활하는 동안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제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다, 는 자부심을 품습니다. 공직생활은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공무원 생활을 하는 동안 제 생각대로 업무를 진행하고 조그만 성과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은 두 가지입니다.     


훔치고 요약하라!     


‘훔치고 요약하기’는 자기 계발서 분야의 베스트셀러인 <일류의 조건>(사이토 다카시 저)에도 등장합니다. 저자는 ‘일류’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누구나 숙달의 경지에 오르는 요령을 터득하고 있다고 하면서, 세 가지 힘을 기를 것을 제안합니다. 그것은 바로 ‘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 추진하는 힘’입니다. 사이토 다카시의 주장 중, 저는 두 가지만 갖추면 우리의 업무능력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훔치는 힘입니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나 도시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능력입니다. 우리가 선진지 견학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훔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도전하고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사례를 모방하면 일류가 될 수 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는 창의성은 훔치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했으며, 스티브 잡스는 ‘난 훔쳤다는 사실에 한 번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애플이 만든 혁신적인 제품 ‘아이팟’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독일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포켓 라디오’를 모방해서 실용적이고 미적 감각까지 갖춘 음향기기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훔쳐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입니다. 잘 만든 보고서, 기획서, 업무 매뉴얼을 나만의 스타일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의지를 갖추고’ 훔쳐야 합니다. 한 사람의 보고서만 베끼면 표시가 날 수 있으니 여러 명의 보고서를 훔쳐서 편집하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요약하기’입니다. 요약하는 힘은 독서와 공부, 업무, 소통 부문에서 가장 유용한 도구입니다. 저는 20년 동안 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모든 책의 독후감을 적어왔습니다. 독후감에는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여 소개하는 대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책을 요약하는 훈련은 박사 학위 논문을 쓰는데 그대로 적용되어 3년 만에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다른 학자가 쓴 논문의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고 요약하여 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했습니다.     


요약하는 기술은 업무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발휘되었습니다. 핵심이 담긴 논리적인 글로 동료와 상급자를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더 큰 덕을 본 분야는 소통입니다. 상사나 동료가 한 시간을 떠들어도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핵심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요약하면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글쓰기를 한 덕분이었습니다.

     

  어떻게 훈련해야 할까요? 첫 번째 단계는 본인이 하는 업무와 관련된 신문 기사, 논설, 리포트를 읽고 한 줄이나 두 줄로 요약해 보십시오. 반드시 기록해야 합니다. 모바일 폰이나 컴퓨터에 저장해도 좋습니다.  

    

두 번째,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업무와 관련된 도서를 찾아서 읽고 요약해 보시기 바랍니다. 책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 통찰력을 이번에는 노트나 카드에 옮겨 적으십시오. 마지막 단계는 활용입니다. 자신이 정리해 둔 어휘나 문장을 상급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보고서에 몰래 끼워 넣어보십시오. 이렇게 하면 훔친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완성됩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좋은 이유는 다양한 업무를 맡으면서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쌓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를 보면, 산업육성, 기업 유치, 홍보업무를 경험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저 만의 ‘능력치’를 쌓게 했습니다. 제가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늦은 나이에 9급 공무원으로 들어온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합니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면서 훔치고 요약하기를 거듭했을 뿐입니다.     


직원 여러분! 

자신이 가진 경험을 잘 편집해서 누구도 흉내를 낼 수 없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일류가 되십시오!


*직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내용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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