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주하고 싶다_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
병원에 가지 않고 삶을 마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파크사이드 재활의학병원’ 원장은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병원에 입원할 일이 생긴다고 하면서, 병원에 가게 되면 여유를 가지고 그냥 맘 편히 쉬라고 한다. 퇴직을 하게 되면 집에서 쉬게 될 퇴직자에게 ‘건강’은 퇴직 이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공무원 퇴직자 준비 모임인 SnL(Senior Life) Campus에서 세 번째 모임 강연자로 의사를 초청하였다. 두 개의 분야로 나누었다. 중풍, 파킨슨, 관절 및 척추 손상, 보행 장애 환자를 치료하고 재활을 돕는 병원장을 먼저 초청했다. 내과를 전문으로 하는 요양병원장도 다음에 모실 계획이다.
나는 원장을 환자와 의사의 관계로 만났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이제까지의 의사와는 달랐다. 나는 만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원장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병원을 방문해도 원장의 진료 철학을 알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햇빛이 병원 로비를 밝게 비춘다. 미소 머금은 환자와 가족, 그 곁을 지나는 간호사와 의사는 복도가 쩌렁쩌렁 울리게 인사를 한다. 이런 병원이면 내 삶을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병원에 입주하고 싶어 진다.
나는 원장에게 우리 모임의 목적과 활동에 대해 알려주고 건강에 도움이 될만한 팁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와 함께 의료와 관련해서 어떤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지도 물어보았다. 원장은 이제까지 재활의학 분야에서 해왔던 일을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제도화되었는지 설명했다. 원장이 하고 싶은 일도 있다고 하였다.
환자 사례를 이야기하는 동안, 원장의 통찰력과 배려심이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기쁨을 주고 새로운 삶으로 이어졌는지 알게 되었다. 파크사이드 병원은 환자가 입원하게 되면 질환과 관련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모두 모여 치료 설계부터 하는 시스템을 가졌다.
재활의학 분야는 병원 치료 기간보다 집에 돌아간 후가 더 중요하다. 원장은 퇴원 환자가 머물 집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때 원장은 자신만의 촉을 사용한다, 고 알려줬다. 원장의 레이더가 닿는 곳은 냄새와 가족의 표정이다. 환자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을지, 없을지 냄새만 맡아보면 알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표식은 가족의 감정 상태다. 환자를 가족으로 반기는지 아니면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지 가족의 표정과 몸짓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원장은 제법 잘 사는 ‘복층 아파트’에 고령의 환자를 데려다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중, 무심한 표정으로 ‘할머니는 2층에 있으면 돼요’라고 말하는 가족의 말을 듣고 원장은 가슴이 무너졌다고 한다.
원장의 의료 제도에 대한 도전과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환자를 병원에 오래 머무르게 하지 않고 집으로 돌려주는 ‘집으로’ 프로젝트, 남구 유엔공원 옆, 파크사이드재활병원을 중심으로 빈집을 마련하여 편하게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면서, 위급한 사항에 대처할 수 있게 만든 ‘재활 마을’, 환자 가족을 초청한 맥주 파티(물론 무알코올). 원장은 이웃에 있는 발레학원에 무작정 찾아가 학원 원장에게 환자를 위한 발레 강습을 부탁했단다. 강당에서 발레리나 교실이 열린다.
원장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다. 환자의 삶을 책으로 만드는 일이다. 인터뷰를 통해 환자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소중한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장례식에도 사용하길 바랐다. 결과물보다 중요한 건 과정이다. 원장은 환자가 인터뷰하러 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설렘’을 선물하고 싶어 했다.
자신의 인생을 들려주고픈 환자를 원장이 알선해 주면 시범적으로 한번 시도해 볼 계획이다. 가칭 ‘라이프 스토리 PD 양성’ 프로젝트다. 나는 친밀감을 쌓은 뒤 가벼운 이야기부터 나누고 인생 이야기를 듣겠다. 녹음된 대화내용을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문장으로 만드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다. 글을 모아 소설처럼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순서로 편집하면 환자의 삶을 더 잘 알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퇴직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도움이 되는 말씀을 부탁했다. 원장은 ‘기분이 좋아야 기능이 좋아진다.’라고 충고했다. 정신건강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원장은 늘 웃음과 농담을 장착하고 회진하신다고 했다.
기능이 좋지 않을 때는 기분을 좋게 하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운동을 꾸준히 해야겠다. 행복하게 퇴직을 준비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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