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전략 3가지
지난해 홍보 담당관으로 발령받고 난 후, 나는 고민이 생겼다. 2024년 기준, 우리 부서 홍보예산은 시 전체 예산의 1/1,000분에 불과했다. 이 정도 사업비로는 주요 정책을 홍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시민이 인지하고 활용하는 정책은 손에 꼽을 정도다.
홍보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이유는 정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업부서에서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변인실에서는 부서의 요청이 있으면, 시가 가진 매체, 즉 광고판, 버스 쉼터 게시판, 인쇄물, 홈페이지, 부산시 공식 채널(유튜브, 인스타 등)에 홍보물을 노출하거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나는 예전에 사업부서에서 근무한 시간을 떠올렸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사업을 홍보했나? 나는 일만 했다. 홍보는 내 알 바 아니었다.
고민이 깊어지면 나는 책을 찾는다. 책에 모든 답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도시균형개발 업무를 맡았을 때는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라는 책을 읽었다. 도시재생 분야의 바이블로 불리는 책이다. R&D 지원 업무를 할 때는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탐독했다. 지역 연구가 사업화가 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어 기술경영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홍보 분야에서 우뚝 선 책은 <포지셔닝>(잭 트라우트 외)이라는 책이다. 저자들은 포지셔닝을 ‘잠재고객의 마인드에 해당 상품의 위치를 잡아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차별화하는 방식’에 대하여 강조했다. 부산시 인재개발원에서 진행하는 ‘핵심만 전달하는 시정 정책 홍보’ 강의 시간에 강조하는 핵심 내용이 바로 차별화 방식이다.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세 가지다. 첫 번째, ‘첫째가 되어라.’ 수많은 보도자료에 ‘처음, 최초, 최고, 최다’라는 단어가 첫머리를 장식하는 이유다. 누군가 말했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두 번째는 일관성을 가져라,라는 전략이다. 박카스, 초코파이, 농심라면 등의 마케팅 전략이다. 요즘도 ‘침대는 과학’이라는 광고가 먹힌다.
마지막은 ‘첫째가 될 수 있는 영역을 만들라’다.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유사한 제품과 시책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내가 만든 정책에 유니크한 점을 찾아내어 시민의 마음에 자리를 잡게 할 수 있다. 대서양을 비행기로 처음 횡단한 사람은 ‘찰스 린드버그’였다. 세 번째로 횡단한 ‘에밀리어 에어하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포지셔닝을 하고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였다.
일도 열심히 하면서 나의 업무도 반짝이게 한다면 금상첨화다. 피땀 흘려 만든 좋은 제품과 정책이 고객에게, 시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생각 한 숟가락을 더 해보자.
나는 ‘포지셔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따로 있다. 바로 개인적인 측면이다. 나는 직장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가? 나의 경우는 ‘책 읽는 직원’이다. 30대 중반부터 꾸준히 독서 활동을 하면서 직원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은 사내 게시판에 독후감을 올렸다. 25년간 계속되었다.
꾸준하게 책을 읽는 직원이라는 포지셔닝은 업무 추진에도 도움이 되었다. 일관성을 가지게 되니, 다른 직원은 나를 성실한 동료로 봐줬다. 업무 협의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상사에게도 나쁘지 않은 인상을 주게 되었다. 특별한 재능이 없다면 한 분야에 일관성을 가지면서 ‘자신이 최고가 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면 좋겠다.
일도 열심히 하고 나의 포지셔닝도 챙기는 직장인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