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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ie Oct 17. 2022

내가 퇴사를 하게 된 이유

얼마 전에 퇴사를 했다. 이직할 곳을 정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둔 적은 처음이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그런 결단을 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내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의 방향이 이전과 달라진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전에는 퍼포먼스 마케터라는 이름으로 일하면서,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쪽으로 커리어 방향을 가져가려고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하던 일의 전문성을 더 높이면서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다가 기획하는 일, 브랜딩, 브랜드 마케팅.. 혹은 프로덕트 마케팅까지 지금까지 했던 일과 좀 다른 방향의 경험들을 계속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광고 에이전시에서 인하우스로 일터를 바꾸면서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을 경험하는 게 재밌었다. 그로스 마인드셋을 가진 콘텐츠 마케터 동료와 협업하면서 으쌰 으쌰하면서 프로젝트들을 진행해갔다.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라는 걸 배웠고, 그 과정에서 기획의 맛도 알아버렸다. 우리 고객에게 우리 프로덕트를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지 고민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들. 그 결과물이 좋은 성과까지 내는 모습들을 보면서 희열 같은 것도 느껴졌다.


그리고 회사 외부에서는 진정성 있게 브랜딩을 잘하는 브랜드, 마케터, 브랜딩 디렉터들의 스토리에 매료되고 그들을 애정하게 되었다. 밑미, 소소문구, 오롤리데이와 같은 브랜드, 올리부님, 숭님, 롤리님 등등 다 적을 수 없지만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저렇게 되고 싶다!’ 생각이 드는 브랜드와 사람들을 만났다. 관심을 가지고 계속 보다 보니 그들의 가치관, 하는 일들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고, 열망하는 마음을 품게 했다.


하고 싶은 것들의 큰 방향은 어느 정도 알겠고, 마음속에서 열망이 꿈틀거린지는 꽤 됐는데 다음 스텝을 결정하는 건 어려웠다. 내 열망과 나의 일의 괴리는 점점 커져갔고, 그로 인한 괴로움도 계속 커졌다.


회사에서는 마케팅 예산을 감축하고,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나는 기획을 하고 싶은데, 회사 안에 새로운 기회를 얻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분위기였다. 물론 그 기회를 얻기 위해 지난 몇 달간 많은 노력을 하고 의미 있는 결과물들도 얻기도 했지만, 시도해 볼만한 걸 충분히 시도해 봤기 때문일까. 현재 상황에서 버티려고만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무언가를 해보려는 시도들을 장려하는 곳에서, 나와 일의 가치관이 맞는 회사에서 다시 시작해보고 싶었다. 나는 달려야 하는데, 같이 달릴 수 있는 회사와 동료들이 필요했다.


나는 성장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일이 편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많이 준다고 해도, 내가 스스로 성장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그게 반복되면, 일을 하면서도 괴로움을 느낀다. 괴로움이 커지고 있는 지금이 성장을 위한 선택을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퇴사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잘 시작하기 위한 쉼과 정리의 시간을 가지기로.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그것들을 위해 어떤 경험들을 쌓아가야 할지 아직 명확히 정리하고 하나둘씩 실행해보고 싶었다.


이전에 읽었던 이진선 작가님의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라는 책에서 봤던 문장을 마음속에 떠올렸다.

나에게 안정이란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지금 생각하는 것을 내년에도 똑같이 생각하고, 지금 하는 일을 내년에도 똑같이 하는 것이야 말로 불안한 상태가 아닐까? … 이 모든 순간들은 불안정에서 안정으로, 정체에서 성장으로 길을 찾아가는 선택이었다.

나는 지금 불안정에서 안정으로, 정체에서 성장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다. 불안하고 긴장되는 마음이 있는 건 당연한 것이니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마음이든 불안한 마음이든,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 선택의 결과는 앞으로 나의 행동들에 달려있다. 나의 앞 날들을 내가 스스로 잘 만들어 나가야지.

감사했던! 퇴사 기념 케이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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