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바이스, 붓끝에 담은 ‘시장 채소’
오늘도 시장으로 나선다.
화려한 꽃이나 아름다운 풍경 대신, 내 발길이 닿는 곳은 늘 소박한 채소 좌판이다. 사람들은 내 그림이 '이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있는 것 같다"고 말할 뿐이다. 나는 그 말이 좋다. 내가 담아내고자 하는 것은 꾸며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생명력이니까.
이 바구니 가득 담긴 버섯들을 보라. 울퉁불퉁하고, 찌그러져 있기도 하다. 그 옆의 무들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제멋대로 삐져나온 뿌리를 자랑한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들은 '볼품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못생긴 모습이야말로 그들의 삶을 온전히 담아낸 모습이라는 것을. 겉모습을 가꾸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속을 채우는 데 집중한 결과가 바로 저 모습이다.
저 생생함을 보라.
겉은 투박하지만, 속은 얼마나 꽉 차 있을까. 썰어보면 단단하고, 씹으면 아삭한 소리를 낼 것이다. 저 채소들은 그저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먹거리가 아니다. 그들은 매서운 바람과 따가운 햇볕을 온몸으로 견뎌내고,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빨아들인, 삶의 에너지가 응축된 덩어리다. 나는 붓끝으로 그들의 거친 표면과 풍성한 속내를 동시에 그려낸다. 이들이 주는 진한 흙냄새, 그리고 풍부한 향내가 내 화폭 가득 퍼지는 듯하다.
치바이스, ‘시장 채소’
그림 속 채소들은 모두 제각각이다. 버섯은 버섯의 모습으로, 무는 무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마치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들이 서로 '양자 얽힘'으로 연결되어 있듯, 이 그림 속 채소들도 그러하다. 바구니 속 버섯의 존재는 그 옆의 무의 의미를 더하고, 무의 붉은 색은 바구니의 검은 선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들은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생명력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나의 붓은 그 얽히고설킨 관계를 그려낸다.
삶의 모든 것들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진실을.
——
치바이스 의관점에서 그림 읽어 가기
치바이스(齊白石, Qi Baishi, 1864-1957)는 중국의 위대한 전통 화가이자 서예가, 전각가로, 평생 동안 《새우 (Shrimp)》 그림을 비롯하여 물고기, 꽃, 곤충 등 일상적인 소재를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화풍으로 담아낸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