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을 듬뿍 묻혀, 한 번 붓질로

치바이스, 새우 붓질과 중첩의 기록

by Quantum 김남효

오늘도 시장에 나간다. 이른 새벽,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컴컴한 거리에 활기가 넘친다. 싱싱한 해산물들이 가득한 좌판을 지나, 나는 발길을 멈춘다. 팔딱거리는 새우들. 그들은 서로 엉켜 바둥거리고, 펄떡이는 몸짓으로 자신들의 마지막 생명력을 불태우고 있다.


그들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그들의 몸짓은 마치 나를 보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 손은 거칠고,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붓을 놓지 못한다. 내 그림 속 새우들은 시장의 새우들처럼,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몸짓으로 살아간다. 바둥거림은 곧,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이다.


새우 한 마리, 한 마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젊은 시절의 패기로 힘차게 펄떡이고, 누군가는 늙은 몸을 이끌고 겨우 움직인다. 그들은 서로 얽히고 설켜 있지만,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독립적인 존재들이다. 마치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는 모든 이들처럼 말이다.


붓을 잡는다. 먹물을 듬뿍 묻혀, 한 번의 붓질로 새우의 몸통을 그린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붓질로 꼬리를 튕겨내고, 가느다란 선으로 긴 수염을 그린다. 사람들은 내 그림을 보며 "정말 살아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 말은 맞다. 나는 새우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그들의 애환, 그리고 나 자신의 삶을 그리는 것이다.

치바이스, ‘새우’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한참 동안 그림을 바라봤다. 엉켜있는 듯한 새우들의 몸짓,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 이 새우들은 각각의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동시에 모두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새우들은 삶의 여러 모습을 동시에 담고 있다. 그들의 삶은 고단하면서도 아름답고,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나의 그림 속에서 삶의 모든 가능성들이 중첩되어 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 새우들은 나이자, 시장의 상인이자,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자화상인 것이다.


치바이스 의 관점에서 그림 읽어 가기


치바이스(齊白石, Qi Baishi, 1864-1957)는 중국의 위대한 전통 화가이자 서예가, 전각가로, 평생 동안 《새우 (Shrimp)》 그림을 비롯하여 물고기, 꽃, 곤충 등 일상적인 소재를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화풍으로 담아낸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