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그려진 선들 속

이중섭, 통영바닷가의 양자 얽힘

by 김남효 Jeff 지민

통영 바닷가, 햇살이 쨍하고 쏟아지는 언덕에 앉아 붓을 들었지. 마음은 울렁울렁 파도처럼 흔들렸지만, 손은 붓을 잡고 쓱싹쓱싹 움직였다. 나무 옆에서 아이들이 깡총깡총 뛰고, 나뭇가지에 척 매달려서는 까르르 깔깔 웃어대는 모습이 꼭 원숭이 같았지. 한 녀석은 땅바닥에 엎드려 꼼지락꼼지락 무언가를 찾고 있고, 다른 녀석은 허우적허우적 헤엄치는 시늉을 하며 장난을 쳤다.

이중섭 (1916-1956), ‘도원’


복숭아는 주렁주렁 열렸고, 잎사귀는 푸릇푸릇 생기가 넘쳤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뎅그렁 뎅그렁 종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삐뚤빼뚤 그려진 선들 속에가족을 향한 아득한 그리움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하다. 아이들의 쫑알쫑알 대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고, 아내의 따뜻한 손길이 스르르 느껴지는 듯했어. 이 모든 그리움을 캔버스에 꽉꽉 눌러 담았다.


양자 얽힘은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딱! 하고 연결되어 있어서, 한쪽의 상태가 변하면 다른 한쪽도 뿅! 하고 동시에 변하는 신기한 현상이라지. 우리 가족이 바로 그래.


비록 내 눈앞에 아이들과 아내는 없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꽈악 연결되어 있어. 내가 이 그림을 그리며 그리워하는 순간, 아이들도 어딘가에서 나를 떠올리며 까르르 웃고 있을 거야. 이 그림은 우리의 마음이 거리를 넘어 꼬옥 맞닿아 있다는 증거이자, 사랑이라는 강력한 힘으로 얽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중섭 작가의 관점에서 그림 읽어 가기


한국의 서양화가 이중섭(李仲燮, Lee Jungseop, 1916-1956)은 주로 대한민국(일제강점기 조선)에서 활동했으며, 한국인의 강인한 민족혼을 상징하는 《황소》 연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은지화》, 《길 떠나는 가족》 등의 작품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