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속 절망과 마주 보고 서 있어

이중섭,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by Quantum 김남효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 붓을 들었어.

먹물을 칠한 종이 위에 노오란 태양이 떠오르니, 내 가슴속에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듯해. 저 태양은 나를 억누르는 이 시대의 슬픔 같기도, 내가 꿈꾸는 희망 같기도 해.


까마귀 떼를 그려. 굶주리고 지쳐 불안하게 떠도는 내 모습 같아. 어둠 속에서 나는 홀로 외롭게 울부짖어. 하지만 까마귀는 하늘을 향해 날아.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기호를 만들고 있어.

이중섭. '까마귀와 흰소들‘


저기 힘겨루는 흰소들이 보여. 이 시대에 우리 민족의 모습이야. 나는 슬픔에 겨워 붓을 멈출 수 없어. 하지만 힘을 내. 내 붓으로 다시 선이 살아 움직이는 소들을 그리고 있다.


흰 선의 파동을 그렸어. 고통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우리 민족의 의지, 그리고 나의 바램을 담고 싶었어. 굵고 거친 파동의 선으로 소의 힘을 표현해. 불안하고 뒤틀린 듯한 모습은 우리들이 살아온 삶과 닮아 있어.


마주 보고 서 있어. 내 삶의 모든 것, 슬픔과 희망, 그리고 절망과 도전을 그림 속에 모두 담고자 했어.

그림 속 세상은 비극과 희망, 절망과 투쟁이 동시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의 세계인 셈이지. 이 모든 가능성을 담아내고 있어.


내 그림 속에서 흰 소와 겨루기를 상상해.


이중섭 의 관점에서 그림 읽어 가기


한국의 서양화가 이중섭(李仲燮, Lee Jungseop, 1916-1956)은 주로 대한민국(일제강점기 조선)에서 활동했으며, 한국인의 강인한 민족혼을 상징하는 《황소》 연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은지화》, 《길 떠나는 가족》 등의 작품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