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우 작가의 ‘Sight-luminescence III’에 대한 글
물감이 아닌 빛을 들고,
그는 어둠 속에 선다.
검고 깊은 무의 표면,
그곳은 시작도 끝도 없는 공간.
그는 그곳을 응시한다.
숨죽인 캔버스 위에,
생명의 첫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이름 붙일 수 없는 그의 작업,
‘Sight-luminescence’ —
시선과 발광의 교차점.
세상 모든 존재는
빛에 의해 비로소 드러난다.
그 단순하고도 거대한 진리,
그는 그것을 붙잡는다.
붓을 드는 순간,
그는 화가가 아닌 연금술사.
빛의 입자들을 길어 올려
손끝에서 생명을 빚는다.
사물은 덧없다.
빛을 머금고, 반사하며
잠시 눈에 잡히는 존재.
그는 그 찰나를
영원으로 만들고 싶다.
작품 ‘Sight-luminescence III’,
그 검은 배경은
우주의 심연,
무의식의 바다.
그곳에서 황금빛이 솟는다.
어둠을 뚫고 분출되는 에너지,
심해의 자발광 생명체처럼,
혹은 우주의 첫 울림처럼
격렬하고도 고요한 빛의 향연.
이세우, ‘Sight-luminescence III’ , 2022
그는 한 번에 그리지 않는다.
작고 무수한 점들,
선들의 궤적이 모여
형상을 이룬다.
그 점들은 별이기도 하고,
기억의 입자이기도 하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붓이 스치는 곳마다
빛은 흩어지고 모여
존재를 증명한다.
물방울처럼 반짝이며
스스로를 주장하는 점들.
그것이 그의 언어다
작업은 고독하다.
무엇을 더하려 하기보다
빛이 스스로 드러나도록
기다리는 시간.
그는 재현하지 않는다.
물고기가 물고기가 아니듯,
황금빛은 사물이 아니다.
그는 단지
‘발광하는 이미지’ 그 자체를
포착하려 한다.
본다는 것과 그린다는 것,
그 사이의 시각적 경험을
탐구하는 여정.
나이가 들수록
그는 말이 줄어든다.
손이 가는 대로,
빛이 이끄는 대로
그를 내버려 둔다.
관객이 작품을 마주할 때,
그들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형성되는 빛을
느끼기를 바란다.
그 경이로움,
그 자유로움,
그것이 그가 전하고 싶은 전부.
그의 작업은 계속된다.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빛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그는 캔버스 앞에서
이 질문에 답하는
구도자이다.
어둠 속 캔버스를
응시하는 그의 시선은,
마치 관측되지 않은 입자의 상태와 같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가능성의 파동,
무수한 위치와 에너지의 중첩 속에서,
그는 붓을 들기 전의
‘측정되지 않은 세계’를 마주한다.
그러나 붓이 닿는 순간,
그 가능성은 하나의 현실로 붕괴한다.
이것은 양자역학의 관측자 효과처럼,
그의 시선과 행위가
빛의 존재를 결정짓는 순간이다.
빛은 그저 발산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식과 상호작용하며 태어난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은 존재의 확률을
현실로 끌어오는 예술적 측정 행위다.
양자파동아트관점으로 그림 읽어 가기.
(글: 김남효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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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우(Lee Se-woo) 작가는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며,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미술원 회화과 석사를 졸업했으며, 이탈리아 제11회 카스텔로 미술대전 작가상 및 제6회 라 베르나 미술대전 수상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며, QWAF 양자파동예술가포럼 회원이며, 홍익대 미술교육원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