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전, 포스텍 인턴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왔다.
빠른 지하철과
갑갑한 인구수,
밤에도 환한 거리와
들리지 않는 귀뚜라미 소리.
낯설다. 서울이 원래 이렇게 복잡한 곳이었나?
K와 동거하던 두 달이 끝났다.
그와 함께하던 생활은 즐겁고 따뜻했으나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는 게 동거의 끝에서야 썩 나를 지치게 했다.
혼자 있고 싶다. 격렬하게 혼자 있고 싶다.
홀로 내면세계를 떠다니며
나만이 내게 줄 수 있는 치유와 이해의 시간을 갖고 싶다.
하지만 오랜만에 올라온 서울 본가는 나를 홀로 두지 않았다.
에어컨 고장이란다. 왜 하필 내 방 에어컨이 고장 났는지.
37도까지 올라가는 서울의 여름에 에어컨 없이 생활하는 건 내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잠시 엄마방을 같이 쓰기로 했다.
피곤하다.
관심 없는 얘기를 길게 늘어뜨려 설명하는 어머니.
두 달 만에 봐서 딸이 꽤나 반가우셨나 보다.
나도 반갑다. 나도 보고 싶었다. 그래도.
나는 좀 혼자 있고 싶다는 얘기를 차마 내뱉지 못했다.
혼자 있기 위해 엄마를 피해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하지만 여기는 서울. 어딜 가나 사람이 있다.
인구밀도가 말이 안 된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사람이 이리 많을 수 있다니.
운 좋게 발견한 사람 없는 카페도
점심시간이 되니 티타임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온다.
시끄럽다. 갑갑하다. 시끄럽다.
처음 보는 사이고 아무런 원한도 없지만 다들 나가주셨으면.
이런 음침한 생각이나 하며 키보드나 두드려본다.
포항이 그리워진다. 이번에 내려가면 정말 나 혼자서 살 수 있는데.
그때는 또 사람들이 그리워지겠지만 그때는 그때의 일이다.
포항에 가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
포항 자취방에 나 홀로.
나 홀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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