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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리 Aug 05. 2022

교실안의 충동아, 정이(1)

교실 속 심리소설

정이는 얼굴이 곱다. 넓은 잔디에 피어 있는 클로버처럼 수많은 클로버처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점 하나 없는 하얗고 뽀얀 얼굴은 우리가 아기를 볼 때 순수로 돌아가게 한다. 그러나 평범과 순수는 완전한 착각이다. 교실에서 단 하루를 살다 보면 곧장 알게 된다.  

정이는 앞에 앉아있는 친구의 다리 깁스를 계속 발로 찼다. 결국 친구가 소리를 쳤다. 

“아 씨~ 그만하란 말이야.”

수업시간 갑작스러운 소란을 일으켰음에도 쉬는 시간 모둠 자석을 건드려 버렸다. 모둠 자석은 건드리지 않아야 할 지뢰와 같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놀이시간을 결정하는 급식 순서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이가 급식 자석을 건드렸어요.”

이번에는 아이들 여럿이 고함을 질렀다. 마치 불을 지른 것처럼 큰일을 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다시 수업시간, 정이는 손을 들었다. 화장실에 가겠다는 신호였다. 수업시간, 쉬는 시간을 지키지 않는 정이에게 참으라 했다. 그런데 화장실이 매우 급해서 참을 수 없다며 손으로 중요 부위를 틀어막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허락해주지 않으면 안 될 지경으로 정이는 몸짓은 완벽히 긴박했다. 화장실에 보낸 지 15분이 흘러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이 화장실에 다녀온 지효가 말했다. 

“정이가 다른 반 교실 앞에 계속 서 있으면서 신발주머니를 만지작거리고 있어요.”

나가 보니 정말 다른 반 창문을 발끝을 세워서 보고 있다가 신발장 난간을 딛고 올라가서 교실 안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청소를 하라는 청소 노래가 교실에 퍼졌다. 그런데 정이의 책상에는 색연필 가루가 빨갛게 퍼져있었다. 이게 바닥에 깔리면 먼지처럼 퍼져 사방이 모두 빨간 자국들이 생기게 된다. 하교 전에 알림장을 써야 하지만 정이는 알림장을 쓰지 않고 있다가 티브이 화면이 사라져서 쓰지 못한다고 했다. 선생님은 빨리 쓴 친구의 알림장을 갖다 주었다. 

“선생님 정이가 제 알림장을 바닥에 버렸어요.”

알림장을 빌려준 아이가 울먹거렸다. 바닥에 내동이 쳐진 알림장이 지저분해져 있다.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하교를 하려고 했던 상교가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제 신발 한 개가 없어졌어요.”

다른 신발 한 개를 꺼내 사진을 찍어서 전교에 메시지를 보냈다. 곧이어 답장이 왔다. 

“1층 전화기 밑에 이 신발을 보았습니다.”

잃어버린 상교와 함께 그 자리에 가보니 정말 상교의 검정 아쿠아 슈즈가 있다. 이곳은 도서관 맞은편이다. 정이가 잘 다니는 장소였다. 수업시간, 쉬는 시간을 분간하지 않고 정이는 도서관에 들리며 엄마에게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왔다.  

정이에게 상교 신발을 본 적이 없냐고 물었다. 정이는 하얀 얼굴로 너무나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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