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신발주머니가 없어졌다. 그런데 왜 아이도 엄마도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어가고 있지? 이건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고요일까?'
아무래도 오영이에게 이런 류의 일들은 처음이 아니라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았다. 오영이와의 첫날은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오영이는 어떤 아이일까?
오영이는 키도 얼굴도 손발도 모두 작았다. 미소를 지을 때 초승달 같은 두 눈과 초승달을 엎어놓은 입술 모양이 참 예뻤다. 특히 양쪽에 보조개가 파여 너무도 귀여웠다. 오영이는 가만히 서 있지 않고 계속 어깨, 발, 손을 움직였다. 뒷짐을 지고 있으면 눈동자라도 움직였다. 하여튼 계속 몸의 한 부분이라도 움직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누구보다 오랫동안 가만히 있는 반전이 있는 아이였다. 책, 곤충에 꽂히면 누가 옆에서 불러도 들은 척을 하지 않았다. 아니, 너무 몰입해서 아예 못 듣는 것 아닐까?
곤충에 대해 말할 때 오영이는 마치 AI와도 같았다. 빠른 속도로 그 어려운 단어들을 능란하게 늘어놓으면서 그 신기함에 눈망울이 반짝거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고래를 연상할 때 표정과 몸짓이 떠오른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선생님, 불독개미를 아세요? 불독개미는 90종이래도 거의 오스트레일리아에 살고 있어요. 불독개미의 일개미는 4cm가 넘게 자랄 수 있다고 해요. 침에 찔리면 굉장히 아픈데 알레르기 있는 사람은 그냥 쓰러집니다. 그냥 둘 경우 죽을 수도 있어요."
오영이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불독개미에 물린 사람처럼 흉내를 낸다. 그런 오영이는 매력 만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