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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리 Aug 20. 2022

교실 안의 충동아, 오영(1)

교실 속 심리소설 

  3월 첫날 두근거리는 아이들과 만났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휴~'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쉬려고 하는 데 오영이가 들어왔다. 

  "선생님, 저 신발주머니가 없어졌어요." 

  큰일이 났다 싶었다. 일단 교내 메시지를 띄워 알림을 해놓고 복도로 나가 이곳저곳을 뒤지며 찾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오영이는 교실에서 태연히 책을 읽고 있었다. 

  '뭐야, 저건... 자기 신발이 없어졌는데 왜 나만 찾고 있는 거지?'

  "오영아, 너 신발 없어진 거 맞아? 잃어버렸는데 왜 찾지를 않아?"

  "아... 네에."

  알았다며 맞장구는 쳤지만 오영이는 계속 책을 보고 있었다. 마음은 계속 빠르게 째깍거렸는데  오영이처럼 태연하게 시간은 흘러만 갔다. 교내 메시지 역시 고요했다. 어떤 단서도 통 보이지 않고 신발주머니는 찾을 수 없었다. 

  "오영아, 어떻게 할래? 생각하고 있을 동안 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를 드릴게."

  "아뇨. 괜찮아요. 그냥 갈게요."

  오영이는 급하게 교실문으로 빠져나갔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오영이 신발주머니가 없어졌어요. 죄송합니다. 내일부터는 신발주머니를 책상에 걸어둘게요."

  오영이 어머니의 답은 매우 단순한 한 단어였다. 

  "네."

  그리고 저 너머의 수화기는 신호가 끊겼다. 이 싸한 기분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첫날부터 신발주머니가 없어졌다. 그런데 왜 아이도 엄마도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어가고 있지? 이건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고요일까?'

 아무래도 오영이에게 이런 류의 일들은 처음이 아니라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았다. 오영이와의 첫날은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오영이는 어떤 아이일까?

  오영이는 키도 얼굴도 손발도 모두 작았다. 미소를 지을 때 초승달 같은 두 눈과 초승달을 엎어놓은 입술 모양이 참 예뻤다. 특히 양쪽에 보조개가 파여 너무도 귀여웠다. 오영이는 가만히 서 있지 않고 계속 어깨, 발, 손을 움직였다. 뒷짐을 지고 있으면 눈동자라도 움직였다. 하여튼 계속 몸의 한 부분이라도 움직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누구보다 오랫동안 가만히 있는 반전이 있는 아이였다. 책, 곤충에 꽂히면 누가 옆에서 불러도 들은 척을 하지 않았다. 아니, 너무 몰입해서 아예 못 듣는 것 아닐까? 

  곤충에 대해 말할 때 오영이는 마치 AI와도 같았다. 빠른 속도로 그 어려운 단어들을 능란하게 늘어놓으면서 그 신기함에 눈망울이 반짝거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고래를 연상할 때 표정과 몸짓이 떠오른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선생님, 불독개미를 아세요? 불독개미는 90종이래도 거의 오스트레일리아에 살고 있어요. 불독개미의 일개미는 4cm가 넘게 자랄 수 있다고 해요. 침에 찔리면 굉장히 아픈데 알레르기 있는 사람은 그냥 쓰러집니다. 그냥 둘 경우 죽을 수도 있어요." 

  오영이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불독개미에 물린 사람처럼 흉내를 낸다. 그런 오영이는 매력 만점이었다. 

  그러나 친구들에게는 혐오 만점이었다.   이것이 밀려오는 폭풍의 전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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