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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잔잔 Jul 07. 2024

#6. 엄마와 딸의 베네치아 탐방기

처음으로 외국에서 로드트립을 해보다

벌써 8일 차 아침이다.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참 순식간에 지나간다. 아침에 일어나 곤돌라 정류장을 바라보며 시리얼을 먹었다. 뭔가 배경은 호텔 조식이 나와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곤돌라를 보며 먹는 시리얼은 5성급 조식 못지않다.


아침, 곤돌라, 그리고 커피


어비앤비 호스트가 주는 커피도 내려마셨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와 함께 진한 커피 향이 졸고 있는 머리를 깨운다. 네치아 본섬에서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런 시간을 즐길 수 있다니. 무엇보다 엄마가 행복해 보여서 기분이 좋다.


준비를 친 뒤 숙소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얼마 외국인 투어에서 만났던 캐나다 아줌마들 두 을 만. 정말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여행 다니다 면 갈 곳이 다 거기서 거기라 만나는 것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실제로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우연히 만나는 것 정말 신기하다.


그분들은 그날 주변 섬을 돌아다닐 거라고 한다. 같이 다니면 꽤나 재밌을 것 같지만 중간에 통역을 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가지고 갈 순 없어 아쉽게도 거기서 헤어졌다. 엄마와 나도 역으로 가서 다른 섬으로 이동할 수 있는 25유로짜리 One-day 티켓을 구매하였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역이 숙소에서 5분 거리라 정말 동선 효율이 기가 막힌다. 


네치아는 물 위에 지어진 마을이라 교통수단이 무조건 배로 다니는 것 밖에 없다. 버스, 택시 모두 수상으로만 다녀서 그냥 길에서는 차를 조심할 필요가 없어서 안전하다는 부분은 정말 좋았다.


그렇게 다른 섬으로 이동하기 전, 내가 가고 싶었던 카페부터 가기로 했다. 예전에 혼자 여행 왔을 때 우연히 들어가 카푸치노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그 맛을 몇 년 간 잊지 못했었다. 그곳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마 코로나 때 없어진 것 같았다. 슷한 카페가 보여 찾아간 것이었으나 내가 당시에 갔던 곳보다 넓었고, 커피만 팔던 그곳과는 다르게 크루아상 등 빵을 팔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그곳의 카푸치노 꽤 괜찮았다. 내 추억 속 그곳만큼은 아니었지만.


카페로 걸어가는 길, 그 거리마저 아름답다

조금 쉬었다가 배가 올 시간에 맞춰 부라노 섬으로 향했다. 줄을 꽤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으면 못 탈 수도 있는 듯했다. 그래도 우리까지는 한 번에 탈 수 있었다. 수상버스로 달려 도착한 부라노 섬은 첫걸음부터 그 인상이 좋았다.  거리 하나하나, 건물 하나하나 전부 다 예뻤다. 그렇게 엄마랑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있는데, 외국인들이 다가와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고 자주 말을 건다. 동양인들은 절대 휴대폰을 안 훔쳐갈 것이라고 믿는지 어딜 가도 엄마에게 부탁을 한다. 그러면 그나마 사진을 더 잘 찍는 내가 휴대폰을 엄마로부터 받아서 사진을 찍어준다. 이상한 방면에서 신뢰도가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꽤나 뿌듯하다.


건물에 칠해진 색과 창문에 올려놓은 꽃이 너무 귀엽다.


이후 부 섬에서 유리공예로 유명하다던 무라노 섬으로 이동하여 가 보았는데, 유리공예로 된 작품들이 다양하고 많았다. 그런데 섬을 다 돌아도 30분도 걸리지 않는 듯했다. 그즈음 되니, 유리보다 밥을 좋아하는 엄마와 나였기에 다시금 본섬으로 돌아가 밥을 먹기로 했다.


그렇게 본섬으로 다시 돌아와 꽤 유명한 식당에 갔다. 문어샐러드, 먹물파스타, 해물수프를 시켜서 먹었는데, 그동안은 내가 주문서를 읽어서 끌리는 걸로 시켜왔지만, 정어리튀김인 줄 알았던 음식이 정어리찜이 되어 나왔던 이후로 그런 내가 못 미더웠던지 엄마는 구글에 나온 사진을 보여주며 음식을 시켰다. 덕분에 그때부터는 정확한 음식을 받기는 했다.


엄마는 문어 샐러드 너무 부드럽고 새콤하니 맛있다며 좋아하셨다. 해물수프는 해물이 정말 많이 들어있었고 우리나라에서 먹는 딱 그런 맛이어서 입맛에 잘 맞았다. 먹물파스타는 조금 짠 편이었는데 나는 짜거나 싱겁거나 잘 먹는 편이라 내가 거의 다 먹었던 것 같다. 스피릿츠 두 잔과 물도 시켰는데, 잘 안 줘봤던 팁을 한 번 줘보자 싶어서 5유로를 팁으로 줬더니 고맙다며 너무 좋아한다.


문어샐러드가 최고였다


그렇게 기분 좋은 배부름을 가지고 나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가 메인 스트릿에서 가까우면 좋은 점은, 언제든 피곤해시 쉬었다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피로를 식히고 밖으로 가서 전 날 가보지 못했던 가면 가게에 갔다. 다른 곳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쌌지만 그 이상의 좋은 퀄리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선물용으로 작은 도자기 핸드메이드 가면을 몇 개 구매했다. 본섬에도 사실 무라노 섬처럼 유리공예를 진열해 놓은 예쁜 곳들이 많다. 엄마는 그런 걸 볼 때마다 아빠가 좋아하겠다며 사야겠다고 말한다.  평소에는 티도  내다가 여행만 나오면 아빠를 생각하는 엄마다. 


낮에 너무 배 터지게 먹어서 저녁은 간단히 마트에서 맥주와 프링글스를 사 와서 먹기로 했다. 럽의 프링글스에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다양한 맛이 있다. 며칠 전, 엄마가 피사에 는 편의점에서 작 주황색 프링글스를 보며,

"팝리카? 팝리카 맛이 무슨 맛이지. 이름부터 맛없어 보인다."

고 했다. 나도 그게 대체 무슨 맛인가 해서 읽어 봤더니 'Paprika', 그러니까.. 파프리카였던 것이었다. 엄마와 나 모두 어이없이 웃겨서 빵 터졌고, 결국 팝리카(...) 맛을 사 왔었는데 꽤 맛있었다. 그 뒤로 파프리카 맛에 한 번 빠지고, 팝리카의 추억에 한 번 더 빠져 프링글스 팝리카 맛을 자주 사 먹게 되었다. 그렇게 간단히 안주와 맥주만 먹고 좀 일찍 잠에 들었다.




이탈리아에 온 지 9일 차인 오늘은 베네치아의 아름다웠던 숙소에서 퇴실하는 날이다.  날 자면서 약간 무서운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물 위에 지어진 집이기도 하고, 오래된 건물의 내부를 리모델링한 것이라 그런지 자다가 약간 천장이 흔들리면서 벽의 시멘트, 혹은 가루들이 일부 내 다리에 떨어졌다. 근데 자다가 뭐가 부서지는 소리처럼 들려서, 자면서도 솔직히 깔려 죽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하며 불안에 떨었던 것 같다.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 보니 무언가 떨어진 흔적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엄마와 나는 멀쩡히 살아 있었다. 엄마는 그 소리도 못 들었다고 한다. 아마 그간 못 잤던 잠을 오랜만에 푹 잔 것 같았다.


베네치아에서 그냥 가는 것이 아쉬워 아침부터 산책을 하러 리알토 마켓으로 갔다. 아침에는 생선을 파는 시장이 열리는데 상인들이 물건을 전시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숙소에서 리알토 마켓지 걸어갔었는데, 은근히 멀어서  돌아올 때는 어제 구매해 놓았다가 아직 24시간 중 2시간이 남은 소중한 원데이 티켓을 통해 수상버스를 탔다. 이로써 원데이 수상버스는 뽕을 뽑았다.


숙소로 돌아와서 퇴실을 하고 베네치아의 마르코 폴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찾았다. 그래도 본섬에 있는 로마광장에서 탈리아 본토까지 차로 다닐 수 있게 다리가 잘 연결되어 있었고, 현장에 있던 사무실에서 표를 끊어 ATVO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이유는 하나였다. 렌터카를 빌리기 위해서이다. 그동안 해외에서 다닐 때는 내가 운전을 못할 때라 렌트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첫 렌트였기 때문에, 가장 유명하기에 가장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 같은 Hertz에서 빌리기로 했다. 미리 오후 1시로 예약을 해 놨었는데 11시 즈음에 도착해 버려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공항에서 파는 피자와 과일, 그리고 콜라를 샀다. 그런데 콤보면 같이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구매한 뒤 알아서 냉장고에서 가져가라고 한다. 여기도 생각보다 절도범들이 많이 없는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자는 그래 오븐에 살짝 데워주었다. 나는 맛있게 잘 먹고 있었는데, 렌터카를 운전할 것이라는 이유로 엄마가 긴장했는지 잘 먹지를 못했다. 결국 나 혼자 거의 다 먹고선 12시 20분쯤 렌터카 매장으로 갔더니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아까 이른 시간에 그냥 바로 가도 되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렇게 40분 즈 기다려 렌터카를 드디어 받을 수 있었다.


Hertz는 직원들이 정말 너무 친절다. 엄마와 다녀서 그런 건지 몰라도, 이탈리아에 와서 인종차별 같은 건 단 한 도 느끼지 못했다. 그냥 모든 사람들이 다 친절했다. 무표정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인종차별에 전혀 상관없이 그냥 그런 성격의 모두에게 공평하게 그러던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보험까지 사인을 다 하고 차키를 받으려 했더니 외부에 별도로 있는 'Gold member' 테이블로 가라고 한다. 대충 보아 하니,  슈퍼 커버 보험(모든 걸 보장해 주는 강력한 보험)을 들은 사람들은 그렇게 키를 따로 주는 것 같았고, 나머지는 직접 카운터에서 키를 주는 듯했다. 


안내받은 장소에 갔더니 차를 세차 중이라며 잠시만 기다리란다. 조금 있으니 차가 있는 곳을 안내해 주는데, 차가 정말 너무 좋다.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꽤 최신 모델인 듯했다. 프랑스 차라고 하는데, 기스도 없고 차량도 너무 깔끔했다. 엄마도 너무 좋아하셨다.


맑고 아름다운 하늘 아래, 첫 렌트카를 타고.


그렇게 첫 로드트립을 시작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오르티세이'라는 곳이다. 전에 한 예능에서 알프스는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에 걸쳐서 있는데 한국인들은 다 스위스로만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탈리아의 알프스인 '돌로미티'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알프스 산맥에 있는 마을인 '오르티세이'를 가 보기로 했다. 돌로미티는 특히나 자동차 렌트를 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기에는 이동이 너무 불편하다고 들었기에 간의 두려움을 안고 첫 렌트를 했다.


차는 GPS가 잘 돼서 지도를 맞춰 놓았다. 근데 거기에 있는 내비게이션은 과속의 기준이나 카메라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얼마 전 한국인 가이드에게 유럽에서는 'WAZE'라는 네비를 많이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내 휴대폰으로는 그 앱도 함께 가동해 놓고선 단속 카메라를 확인하며 갔다. 고속도로에서 중간에 휴게소가 보이면 운전을 내가 하려고 했으나 전혀 보이지 않아서 결국 엄마가 3시간 동안 독박 운전을 하게 되고야 말았다. 이탈리아는 추월 차선을 정말 착실히 잘 지켜야 했기 때문에 차들이 기본적으로 140~150km/h는 달리고 있었다. 엄마도 거기에 맞춰서 운전했는데, 사실 엄마는 운전을 잘하는 편이었지만 솔직히 내가 운전하기엔 약간 무서웠긴 했다. 휴게소가 없었던 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점점 알프스에 가까워 오는지 바람은 차가워지고, 길은 좁아지며 산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늘은 너무 아름답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부킹닷컴으로 예약한 오르티세이 숙소인 '가르니 파노라믹'에 도착했다. 약간 높은 데 있지만 마을 자체와는 가까웠다. 그리고 나이 많은 주인 할아버지가 너무 친절했다. 작은 2성급 호텔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환기가 덜 되어 있어서 약간 화장실 냄새가 났지만 커다란 창문을 열어보니 아름다운 전경의 방과 함께 환기가 잘 되어서 냄새는 금방 빠져나갔다.


숙소의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

오랜 시간 고생해 준 엄마를 위해 방에서 한숨 낮잠을 잤다 그리고 마을을 돌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섰고, 'Mauriz keller'라는 식당에 가게 되었다. 식당의 메뉴들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북유럽 같은 느낌으로 바뀌어 있었다. 메뉴는 굴라쉬, 스파게티, 폭립을 시켰다. 굴라쉬는 내가 폴란드에서 맨날 먹던 수프였는데 독일에 가까운 추운 지역에 오니 굴라쉬를 팔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서 고민 없이 바로 주문을 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엄마를 보았는데 아침까지 있던 베네치아의 곤돌라를 몰던 아저씨들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겹쳐 보였다. 빠삐용 같다고 웃었더니 엄마도 그렇게 느꼈는지 주섬주섬 겉옷을  입는다. 별 일도 아닌데 긴장이 풀려서일까 한참을 엄마랑 함께 웃었다.


식당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그래서인지 주문도 빠르게 받아주고, 음식도 빠르게 나오는 편이었다. 밖은 추웠지만 안은 매우 따뜻했고 음식도 맛있었다.


빠삐용과 음식들

음식점 로 앞에 마트 있어서 물을 산 뒤 숙소로 돌아왔고, 엄마와 나는 그 길로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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