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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바다와평화 Oct 23. 2024

볼펜 생채기

쉼표 먹는 시, 셋




볼펜 생채기



매일 쓰는 볼펜 하나가

유유히 잉크를 뿜으며

푸른 자취를 남기려다

손 안에서 미끄러져

흘러나가려던 순간이었다.


바닥에 닿게 하기 싫어

급히 손을 펼쳐 잡아낸 것이

하필이면,

아차!

볼펜촉이다!


왼손바닥 한가운데에

볼펜똥처럼 조그만

파란 점과 붉은 점이 생겨났다.

따끔한 청홍의 잉크를 찍고 간

볼펜촉을 바라본다.


볼펜촉으로 생긴 생채기 하나도

이리 따가운데

볼펜촉으로 쓰인,

자판으로 쓰인,

잘 벼린 칼처럼

스쳐도 아플 글과 말이라면

그 생채기는 또

얼마나 따가울까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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