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먹는 시, 셋
매일 쓰는 볼펜 하나가
유유히 잉크를 뿜으며
푸른 자취를 남기려다
손 안에서 미끄러져
흘러나가려던 순간이었다.
바닥에 닿게 하기 싫어
급히 손을 펼쳐 잡아낸 것이
하필이면,
아차!
볼펜촉이다!
왼손바닥 한가운데에
볼펜똥처럼 조그만
파란 점과 붉은 점이 생겨났다.
따끔한 청홍의 잉크를 찍고 간
볼펜촉을 바라본다.
볼펜촉으로 생긴 생채기 하나도
이리 따가운데
볼펜촉으로 쓰인,
자판으로 쓰인,
잘 벼린 칼처럼
스쳐도 아플 글과 말이라면
그 생채기는 또
얼마나 따가울까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