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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선 Nov 08. 2024

아침 일기

이젠 지각하면 안 될 것 같다

벌써 금요일이다.

달려온 듯 일주일이 빠르게 지나간다. 독서토론 대상도서로 추천한 책인 『천재의 지도』를 숙독해야 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저자가 쓴 책이다. 토론한 책들을 숙미씨에게 줘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다시 읽으려면 빌려야 한다. 다시 읽고 싶어졌다. 숙독하면서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벌써 주제 소개에서 매력적인 문구가 나온다.  ‘지성에 불씨를 당기는 일은 금지된 배움만한 게 없다.’ 에던버러의 말이다. 

아침엔 이 책을 30분 읽고 냉동실에서 꺼내 갈치를 떼어 갈치국을 끓일 양만큼 내놓고, 도라지 구이와 돈까스 튀김. 튀김이랄 것도 없다. 그냥 후라이팬에 기름 양을 늘려 구울 것이다. 그리고 어제 오후에 만든 양지머리 장조림이 있다. 양배추는 채를 조금 썰어 샐러드를 만들면 된다. 김치는 어린 무 김치와 배추김치와 묵은지 볶음이 있다. 오늘은 수업이 오전 4시간과 오후 3시간이 있다. 4시간을 마치면 국수라도 먹을 시간이 빠듯하다. 전에는 그냥 간식거리로 요기하거나 삶은 달걀과 과일 몇 조각으로 교실에서 먹고 넘어갔는데 요즘은 친구 국수집에 뛰어가 국수 한 그릇 후루룩 먹고 들어간다. 그 편이 덜 허전하다. 배는 조금 나오지만.

어제 진주텃밭에서 양지머리를 할인해 샀다. 무도 농산물 할인으로 구입했다. 그래도 무 하나에 3800원은 너무 비싸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올 가을에는 도라지 무를 많이 사용하기로 했다. 도라지는 가늘게 찢어 초무침을 하면 가족들이 너무 잘 먹는다. 이건 정말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우선 뿌리가 긴 신품종이 아니라 윗부분이 통통한 토종 흙도라지를 사서 직접 껍질을 벗겨 사용한다. 그래서 종종 사 좋고는 다양도실에서 마를 때까지 방치할 때가 많다. 이번에도 방치되고 있는 도라지가 있다. 오늘 아침에 구울 도라지는 지난 번 무칠 때 구이로 해 먹으려고 남겨 좋은 것이다. 도라지는 약간 말라도 삶아서 나물로 먹을 수 있고 최후 수단으로는 흙을 깨끗이 씻은 후 말려서 차로 끓여 먹어도 된다. 그렇지만 비싼 만큼 얼른 다듬어 초무침이나 나물로 먹어야 잘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올 가을에는 무를 많이 사용하기로 했다. 무는 기관지, 소화에 좋다. 그 밖에도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 다음에 검색하기로 한다. 무 말랭이도 많이 만들어 고춧잎과 무쳐 먹어야겠다. 올케 밭에 가서 부드러운 고춧잎을 따 와서 말려놓았다. 너무 부드럽고 맛있어 또 따러 가고 싶었는데 주말마다 무슨 일이 많아 한번 더 가지 못했는데 벌써 서리 소식이 들려오니 이번 가을에는 저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도와주러 가야지 마음은 있는데 다른 봉사니 모임이니 하면서 한 번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 올 겨울에는 시간을 내서 냉이라도 많이 캐 먹어야겠다. 농사짓는 친구에게 무를 한 포대 부탁해 놓았다. 산지에서 사면 조금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사를 가기 전에 무말랭이를 만들어 가지고 가야겠다, 이사가는 아파트는 베란다가 없다. 생활 모습이 여러 가지로 많이 바뀔 것 같다. 한 5년 살고 그 집에서 얼른 빠져나와야지 하는 생각이다. 이미 가진 책들을 다 정리하고 가기로 했다. 수업에 사용하는 책이나 꼭 읽고 싶은데 아직 읽지 못한 책과 손자가 읽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책인 그림동화전집은 가져가야지 하는 생각이다. 이번 주말에는  지난 주 같이 여행갔던 세 친구에게 책을 나눠 주기로 했다. 꺼내지 않고 이십년 가까이 꽂혀있는 전집도 있다. 세계 전래동화전집이나 킹피셔 어린이 세계사 전집, 문제풀이 세계명작, 이원수 아동 문학 전집 등과 시집을 비롯한 많은 책들을 달라는 친구가 있다. 아버지의 옛 집이 비어있어 책을 두고 다음에 차ᆞ갓집으로 개조해 책을 활용하겠다고 한다. 어린이용 책들 중에는 웅진 출판사책이 많다. 웅진 출판사 책은 책 내용도 정말 충실하고 책 재질도 정말 우수하다. 알라딘 과학 실습 책은 정말 심혈을 기우려서 만든 책인데 오래되긴 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구입한 책인데 이젠 내년 1월에 태어날 손자를 위한 책이 되어버렸다. 세계 명작이나 과학책은 남 주기 아깝다. 하지만 친구도 손자 때문에 필요하다고 한다. 한 친구는 동시집 위주로 달라고 하고 한 친구는 3, 5학년 책을 달라고 한다. 이원수 아동 문학 전집은 평론부분도 많아 내가 소지하면서 읽고 싶긴 하다. 책을 묶으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봐야겠다. 

이젠 무를 다듬고 밥을 전기밥솥에 안치고 반찬을 만들 시간. 집에서 식사하는 남편과 딸을 위한 요리시간.. 그리고 사놓은 파래도 무쳐야 한다. 이사가기 전에는 식재료를 그만 사라는 딸의 충고도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이런,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벌써 7시가 다 되었다. 독서는 물 건너갔다. 내일 토요일 아침 시간이 독서하긴 좋긴하다. 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할 것인가 속도를 내러 일어선다. 3일째 지각해서 지각하면 안 된다.      

흙도라지 다듬기


조금 가늘게 쪼개기


소금과 설탕으로 절이기: 간수를 3년 이상 뺀 천일념과 유기농 설탕을 사용하기, 조물조물 몇 번을 반복해서 숨죽이기


새 고춧가루로 마늘 한 소쿰 넣고 조물조물 무치기, 여고 동창이 농사 지은 고춧가루다. 음식 맛이 달라진다. 새콤달콤한 맛이 좋은 지 한번도 반찬을 가져가지 않던 큰 딸이 그릇채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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