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파가 떨어져 아침 장에 나갔다. 내일 일요일 집에 있으면서 김밥을 쌀까 하는 생각도 들어 부추도 살까 하였다. 두부 한 모만 사면 구워도 먹고 된장찌개도 할 수 있다. 이 세가지 정도만 사면 되겠다 하고 나갔는데 돌아올 때는 거의 들지도 못할 정도로 장을 봐 버렸다. 제일 먼저 산 것은 크고 잘 생긴 무였다. 목요일 진주텃밭에서 산 것보다 크고 가격도 좋았다. 나중에 안으로 들어가니 이 집에 2000원 하던 무는 두개 3000원에 팔고 있었다. 또 살까 하다가 다른 것도 사야해서 참았다. 무 하나는 들고 다닐 수 있어도 세개는 허리에 무리였다. 상추가 너무 싱싱해서 살까 하다가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갓 짤라온 부추가 한 바구니 5000원이라고 했다. 조금 비싸다 싶어 돌아다녀도 부추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오이도, 가지도 잘 보이지 않았다. 여름 작물은 들어가고 여름에 뿌린 상치, 시금치가 자라서 나온 것이었다. 대파도 고른 것이 보이지 않아서 돌아다니는데 서포부추라 해서 큰 한단에 7000원 가격이 붙어 있었다. 냉장고에 오래들 수 없다고 다시 돌아 처음 본 부추를 샀다. 방아잎도 보여 2000원에 샀다. 단배추줄기가 너무 보얗다. 저번에 어린 배추로 칼칼한 된장국을 맛있게 먹은 게 떠올라 3000원 한 단을 샀다. 늦호박을 2000원에 하나 샀다. 혹시 게장국을 끓이거나 된당찌개, 카레등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우엉과 연근도 들여다보다가 5000원씩 주고 한 뭌음씩 샀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대파를 찾앴는데 이 할머니가 알마나 깨끗한지 대파를 바로 음식을 해 먹어도 될 정도로 보얗게 다듬어놓고 계셨다. 시금치도 양이 좋은데 3000원, 그 옆에 윗동만 따서 쌓아놓은 쑥갓을 보고 말았다. 안 살 수가 없었다. 8000원의 뿌듯함이 피어올랐다. 여름철 올케 텃밭에도 쑥갓이 무성하여 자주 떼 먹다가 나중에는 황금빛 쑥갓꽃까지 볼 수 있었다. 양손에 남치게 장을 봐서는 일단 다양도실에 부려놓았다. 그리고 커피와 함께 아침독서를 하였다. 이번에 읽는 책은 《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 중 1편 죽은 아들의 속옷을 입고 자는 여자이다. 졔목도 강렬하지만 내용도 대단했다. 남편이 옆에 있었다면 그렇게 소리내어 "옴마"하고 통곡하지 못했을 것이다. 잠자던 고양이 복이가 눈이 동그래져 발밑에 앉아 코끝으로 내 발끝을 비비다 갔다.
인생은 얼마나 두죽박죽이어서 다행인가. 내가 시를 쓰다가 시골가서 풀을 메고 책을 읽다가 반찬을 만드는 삶이 얼마나재미있는가. 결국 책은 좀 읽고 장 봐 온 것은 그대로 다양도실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그래도 전에 사 둔 파래를 꺼내 무채와 무치고 조금 남겨 간장무침을 해서 담아 두었다. 3시 반경 3,3학년용 책을 달라는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그 때까지는 책읽을 시간을 얻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북밭치는 것을 보니 나도 아직 어머니를 애도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에서 깨다가 나도 모르게 "오마"하면서 흐느낄 때가 있었다. 이게 우울과 연결되는 걸까 이 책을 뮤심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