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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선 Nov 09. 2024

《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을  읽다가

대파 사러 갔는데

집에 대파가  떨어져  아침 장에 나갔다. 내일 일요일 집에  있으면서 김밥을 쌀까 하는 생각도 들어 부추도 살까 하였다. 두부 한 모만 사면 구워도 먹고 된장찌개도 할 수 있다. 이 세가지 정도만 사면 되겠다 하고 나갔는데 돌아올 때는 거의 들지도 못할 정도로 장을 봐 버렸다. 제일 먼저 산 것은 크고 잘 생긴 무였다. 목요일 진주텃밭에서 산 것보다 크고 가격도 좋았다. 나중에 안으로 들어가니 이 집에 2000원 하던 무는 두개 3000원에 팔고 있었다.  또 살까 하다가 다른 것도 사야해서 참았다. 무 하나는 들고 다닐 수 있어도 세개는 허리에 무리였다. 상추가 너무 싱싱해서 살까 하다가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갓 짤라온 부추가 한 바구니  5000원이라고 했다. 조금 비싸다 싶어 돌아다녀도 부추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오이도, 가지도 잘 보이지 않았다. 여름 작물은 들어가고 여름에 뿌린 상치, 시금치가 자라서 나온 것이었다. 대파도 고른 것이 보이지 않아서 돌아다니는데 서포부추라 해서 큰 한단에 7000원 가격이 붙어 있었다. 냉장고에 오래들 수 없다고 다시 돌아   처음 본 부추를 샀다. 방아잎도 보여  2000원에 샀다. 단배추줄기가 너무 보얗다. 저번에 어린 배추로 칼칼한 된장국을 맛있게 먹은 게 떠올라 3000원 한 단을 샀다. 늦호박을 2000원에 하나 샀다. 혹시 게장국을 끓이거나  된당찌개, 카레등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우엉과 연근도 들여다보다가 5000원씩 주고 한 뭌음씩 샀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대파를 찾앴는데 이 할머니가 알마나 깨끗한지 대파를 바로 음식을 해 먹어도 될 정도로 보얗게 다듬어놓고 계셨다. 시금치도 양이 좋은데 3000원,  그 옆에  윗동만 따서 쌓아놓은 쑥갓을 보고 말았다.  안 살 수가 없었다. 8000원의 뿌듯함이 피어올랐다. 여름철 올케 텃밭에도 쑥갓이 무성하여 자주 떼 먹다가  나중에는 황금빛  쑥갓꽃까지 볼 수 있었다. 양손에 남치게 장을  봐서는 일단 다양도실에 부려놓았다. 그리고 커피와  함께 아침독서를 하였다.  이번에 읽는 책은 《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 중 1편 죽은 아들의 속옷을 입고 자는 여자이다. 졔목도 강렬하지만 내용도 대단했다. 남편이 옆에 있었다면 그렇게 소리내어 "옴마"하고 통곡하지 못했을 것이다. 잠자던 고양이 복이가 눈이 동그래져  발밑에 앉아 코끝으로 내 발끝을 비비다 갔다.

인생은 얼마나 두죽박죽이어서 다행인가. 내가 시를  쓰다가 시골가서 풀을 메고 책을 읽다가 반찬을 만드는 삶이 얼마나재미있는가. 결국  책은 좀 읽고  장 봐 온 것은 그대로 다양도실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그래도 전에 사 둔 파래를 꺼내 무채와 무치고 조금 남겨 간장무침을  해서  담아 두었다. 3시 반경 3,3학년용 책을 달라는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그 때까지는 책읽을 시간을 얻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북밭치는 것을 보니 나도 아직 어머니를 애도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에서 깨다가 나도 모르게 "오마"하면서 흐느낄 때가 있었다.  이게 우울과 연결되는 걸까 이 책을 뮤심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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