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낸다
이사를 가기 위해 정리를 하면서 반상을 하게 되었다. 병적으로 물건을 쌓아놓아야 마음이 든든하다는 건 핑게고 한마디로 게을렀고 집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는 뜻이다. 얼마니 무거웠을까 반성을 하고 도 하고 있다.
작년에 옷 정리를 한 번 했다. 올 가을 이사 계회이 나오고 제일 먼저 화분을 보냈다. 그 다음은 그랜드 피아노를 당근에서 정리해 주었다. 중국과 사이가 나쁘기 전에는 150만원을 쳐주는데 이젠 갈 데가 없어 50만원만밖에 못 쳐준다며 가져갔다고 한다. 당근에 올리자마자 처리 되었다. 시어머니가 시집 올 때 가져온 재봉틀은 바느질 잘 하는 친구에게 주었더니 가져갔다. 조미김 한 봉지를 선물로 주었다. 다듬이 돌도 있다. 다듬이 방망이도 있다. 누구에게 줄까 생각해 본다.
올 가을 이사말이 나온 후 화분을 제일 먼저 보냈다. 나의 베란다 정원은 제일 먼저 사라졌다. 자잘한 화분은 아파트 화단에 두었더니 한 참만에 이쁜 것 부터 하나씩 사라졌다
그 다음은 내 책이다. 알라딘에 100권을 보냈으나 20권 정도만 통과되고 다 폐기되었다. 인문학적으로 좋은 책만 보냈는데 폐기되어 딸은 아쉽다며 다시는 알라딘에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지역 도서관에 문의 했더니 새책만 구입한다고 했다. 다행히 한 친구가 부모님 살 던 집이 비어있어 책장을 짜서 두고 싶다고 다 달라고 한다. 책은 마을 도서관 하나 정도는 넘는 양이었다. 독서 토론 도서는 따로 묶어두었는데 남편과 같이 책읽으러 도서관을 다닌다는 젊은 지인에게 다 주었다. 잘 읽기를 바라면서 주었다.
친구 집에 책을 두 차례 보냈다. 지금 책장에는 주지도 않은 것처럼 책이 꽂혀 있고 바닥에도 여전히 쌓여있다. 책은 컴퓨터가 있는 방에서 옷방에까지 침범하여 쌓여있다. 언젠가는 읽고 싶은 한국 현대 장편까지 묶여있다.
책을 다 버리고 가자던 딸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어쩔 수 없이 책장을 짜서 진짜 중요한 책만 가져가자고 한다. 책 중에는 진짜 중요한 책이 없다. 다 중요하거나 다 중요하지 않은 책들이다. 우선 초등학생 대상인 지도 교재나 독서 관련 책, 동시집, 동화집은 학교에 보관하기로 했다. 그 학교도 25년도 까지만 일하기 때문에 이사후 집으로 옮겨야 한다.
보내고 빼놓은 책들도 다시 정리해야한다. 읽지 못하고 보내는 책들이 너무 많다. 책은 결국 욕심이었나 싶다.
내 욕심들이 눈에 보인다. 붙잡지 않고 놓아야 한다. 인생은 다 버리고 가야할 쓰레기다. 나도 언젠가는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갈 물리적으로는 쓰레기다.
저것들이 나이고 싶었기에 붙들고 있었기에 또는' 내 것들' 이라는 관념 속 물건들이었던 것들이 다 쓰레기인나의 것들이기에 다 쓰레기다. 버리자. 버리자. 뇌고 또 뇌어본다. 하지만 못버리고 또 놓는다.
나의 질서없는 세상의 참모습
'너희들도 나를 버려다오 책들아, 종이들아' 이별중인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