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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우 Feb 20. 2022

모든 분야의 창작자들에게

이만재 <실전카피론>과 <카피라이터 입문>

한때 시인을 꿈꾸었습니다.


밤새워 쓰고 또 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해가 뜰 무렵에야 들뜬 육신이 가라앉고 비로소 잠이 들었습니다. 밤이라는 시간대에서나 만날 수 있던 그놈의 어설픈 시상(詩想)들... 많이 읽고 많이 썼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도 어둡고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시인들의 작품이 주로 끌렸습니다. 저 뿐 아니었겠지요, 아마도 많이들 그러셨을 것 같습니다. 낮보다는 밤이, 시라는 장르에 어울리는 시간이었기 때문이겠지요.


전자공학도였지만, 주로 찾는 강의실은 문학과 철학, 심리학과 사회학이었습니다. 3학년 때는 아예 경영학 부전공을 신청해 과 교수님들께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철이 들면서, 뭘 해서 먹고살지 결정해야 되는 시기가 오자 머리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회전하였습니다.


감히 ‘전업 시인’이 될 자신은 없었으니까요.


‘카피라이터’는 혼란스러웠던 시절 떠오른 획기적인 ‘발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계기가 바로 이만재 선생의 책입니다. <실전카피론>①-카피라이터, 카피라이팅의 세계. <실전카피론>②-카피라이팅의 실무 및 광고현장론. 광고전문지에 게재된 글들을 모은 이 책은 카피라이팅 뿐 아니라 광고 산업의 개론과 실무사례, 그리고 비전까지 담은 ‘실용적 명저’입니다.


저자의 다른 책 <카피라이터 입문> 역시 또 하나의 ‘내 인생의 책’입니다. 그외에도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선생님은 탁월한 카피라이터인 동시에 다작의 저자였고, 후일 종교에 귀의하신 이후에는 관련된 에세이도 많이 출간하신 기억입니다.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한 공부는 대학 졸업반 한 해 동안 가히 불꽃을 피웠습니다. 교수님께 욕 바가지로 먹으면서 경영학 부전공을 신청해서 마케팅 관련 과목을 섭렵하며 베이스를 다졌고, 광고와 카피라이팅에 관련된 책이면 단행본과 잡지를 가리지 않고 탐독했습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그 많았던' 이만재 선생의 책들이 있었습니다.


이선생께는 죄송스럽게도, 생의 여러 소용돌이를 거친 후 저는 카피라이터가 아닌 영화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기획과 창작,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라는 핵심은 두 분야가 동일합니다. 이 책을 통한 배움은 인생의 경로마다 ‘실전적’ 도움이 됐고, 영화를 하는 지금도 그렇습니다.  


영화 쪽에 <영화의 이해>가 있다면, 카피라이터에게는 여전히 <실전카피론>이 아닐런지요. 감독 지망생이 아니라면 <영화의 이해>는 안 봐도 될 듯합니다.(이번에는 루이스 자네티 교수님께 매우 죄송합니다. 이렇듯 제 인생은 왜 이리 죄송할 일 투성이인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실전카피론>은 영화는 물론, 모든 분야의 창작, 기획, 마케팅에 관련된 일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물론 이후 새롭게 나온 카피라이터 관련 책들도 많을 듯합니다. 아니, 보고 싶어도 지금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원조'의 힘과 가치는 변치 않는다는 믿음으로,  저의 오래된 인생의 책 <실전카피론>과 <카피라이터 입문>을 다시 한번 세상에 끄집어내 봅니다.      


               

 경향신문에 실린 <내 인생의 책> 원고를 조금 수정 보완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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