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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다은 변호사 Jul 05. 2024

검사가 몰카 소지로 처벌하지 않고 성착취물 소지로 처벌

한 이유




며칠전 원거리에서 여고 기숙사를 촬영한 파일을 토렌트에서 다운로드 받은 사람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죄로 처벌받은 사례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https://blog.naver.com/chaedn23/223358686689




대법원에서 "아동ㆍ청소년 등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신체를 노출한 것일 뿐 적극적인 성적 행위를 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를 몰래 촬영하는 방식 등으로 성적 대상화 하였다면 이와 같은 행위를 표현한 영상 등은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한 부분이 의미있다는 취지였는데요.


이에 대해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이번 포스팅으로 추가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저 판례를 보면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나요?


쉽게 이야기해서, 여고 기숙사 몰카 찍은 거잖아요? 그냥 몰카로 처벌하면 되지 않나요?


근데 왜 굳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개정 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라고 둘러둘러 처벌했을까요?


법을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가장 먼저 이 부분에 의문을 가지셔야 맞습니다.



불법촬영물도 소지죄 처벌하는데? 


왜 굳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죄로 처벌하는 것일까?


더 강하게 처벌하려고 한 거구나?! - 아닙니다.







대법원 판결문에는 공소사실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아서, 쟁점을 잘못 짚으실 수 있는데요.


이 사건은 카메라등이용촬영물 소지죄가 만들어지기 전에 저지른 범죄이기 때문에, 해당 규정으로는 처벌이 안 되는 사안이었던 거예요.


(여기까지 추론하셨다면, 당신은 형사법의 프로입니다!)


제가 항소심, 1심 판결문까지 다 찾아서 정확한 공소사실을 아래와 같이 기재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피고인은 2020. 3. 8. 23:12경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인터넷 공유 프로그램 ‘토렌트’에 접속한 뒤 고등학교 여자기숙사에 있는 여학생들의 나체를 몰래 촬영한 내용의 동영상 ‘D(E 등 34개)’을 다운로드 받아 2020. 4. 28.경까지 피고인의 컴퓨터에 저장하여 보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소지하였다. 



위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불법촬영물 소지죄는 성폭력처벌법이 2020. 5. 19. 개정되면서 새로 들어온 범죄입니다.


그 전까지는 처벌하지 않았어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④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ㆍ구입ㆍ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니까 이 사건의 피고인은 직접 촬영한 사람이 아니어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으로 처벌이 안 돼, 제14조 제4항은 없었지요. 


결국 검사는 '소지'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거죠.


범행 시점인 2020. 3. 8.에도 '소지'를 처벌할 수 있는 죄명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죄'였습니다.


그래서 명백히 불법촬영물임에도 불구하고, 촬영당한 피해자들이 미성년자니까, 해당 영상물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라고 봐서 처벌하는 게 좋겠다고 검사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죄로 기소를 한 것이었답니다.


만약 이 사례에서 불법촬영물소지도 성립하고 성착취물소지도 성립된다면, 당연히 (더 강하게 처벌하기 위해) 성착취물소지로 기소했거나 상상적경합으로 하여 성착취물소지로 처벌받도록 했겠지요. 


하지만 이 사안에서 검사의 적용죄명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설명드리는 것입니다.


누가 봐도 몰카는 맞는데, 굳이 여고생이 기숙사 생활하는 모습을 촬영한 걸 두고 '음란물'이라고 하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을 가지시는 게 좋겠지요. 


만약 해당 영상물이 '음란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무죄가 나올테니 검사 입장에서는 도전을 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


달리 말해 몰카 소지죄가 있었다면 굳이 검사가 이런 도전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상 법원은 피해자의 연령이나 죄질을 살펴서 같은 죄명이라 하더라도 훨씬 강하게 처벌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 결과 "몰카로 일상생활을 촬영하였다 하더라도 그 대상을 아동·청소년으로 특정한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된다"는 하나의 논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검사가 기소를 잘한 것이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덕분에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대한 대법원 해석이 하나 새로 나오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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