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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리크 Oct 26. 2022

프롤로그 3부

입대 전 完

고민

  원래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고민도 많다. 입대 직전에는 유독 더 그랬다. 전역을 하면 어떻게 살게 될지 아니면 가기 전에 뭔가를 더 해야 할지 생각이 많았다. 내 롤모델인 교수님을 찾아뵈며 개인적인 생각과 대학원 상담을 하기도 하고 예전에 아르바이트하던 곳의 사장님을 만나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몇 달간 혼자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들를 때마다 디자이너분이 머리에 땜빵이 생겼단 말씀을 했다. 처음에는 탈모 샴푸 영업 때문에 그러려니 했으나 3개월 이상 같은 말을 들으니 느낌이 싸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피부과에 들렀는데 원형탈모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아직 나이가 어리니 아마도 스트레스 성인 거 같다며 부디 관리를 잘하라는 말을 남겼다. 내가 이 나이에 벌써 탈모라니, 충격이 컸다. 나보다 먼저 전역을 한 친구가 군대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에 같은 증상을 겪은 적이 있어서 친구를 찾아가 보여주고 얘길 하니 의사 선생님과 같은 말을 남겼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군대 문제인데 모든 일이 그렇듯 내가 다른 사람들 보단 크게 받아들이나 보다.

  어느 순간부터 그냥 마음을 놓고 지내기로 했다. 대부분 사람들의 스트레스 원인이 현재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곤 내가 너무 조급해서 그러니 내려놓고 지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확실히 마음을 편하게 먹고 나니 머리를 감을 때마다 빠지는 양도 줄어든 듯했다. 입대 전까지 그동안, 미뤄왔거나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가벼워졌다. 역시 무엇이든지 마음먹기 나름이다.

운동

   카투사 훈련소의 체력 기준치가 높다는 얘기를 항상 들어왔어서 내 나름의 준비를 했다.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팔 굽혀 펴기의 체력평가로 훈련소 통과 유무가 갈린다고 해서 부족한 부분을 매우기 위해 운동을 했다. 평소에도 늘 조깅을 해왔던 터라 달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달리기의 효과로 뱃살이 적어서 윗몸일으키기도 나름 유리했다. 문제는 팔 굽혀 펴기였는데 나의 안일한 생각으로 군대에 가면 해결이 되리라 생각하고 따로 연습을 하지 않았다.

  운동이든 게임이든 반드시 중간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처음 만난 남자들끼리 서먹함을 달래며 친해지기 위해선 스포츠나 게임만큼 좋은 방법이 없는데 그 누가 지고 싶어 할까 적어도 보통은 해야 팀원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니 항상 중간은 가자라는 마인드가 생겼다. 난 축구를 좋아하지만 미국은 농구, 야구, 미식축구가 지배적인 나라이다. 미군과 친해지기 위해 가장 만만해 보이는 혼자 밤마다 연습했다. 공원에 농구공을 들고 가서 자유투를 300번 500번씩 던졌다.

입대 전날

  입대일이 성큼 다가왔다. 약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입대일을 기다렸는데 총알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주위 친구들이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는 둥 px에서 K2를 사야 한다는 둥 속이는 사람만 있고 정작 속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늘어 뜰여 놨다. 입대하기 이틀 전에 이발을 했다. 먼저 전역한 친구들의 구경감과 놀림거리가 되면서 빡빡식을 거행했다. 친구들과 이발식을 진행하고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미용실에서 가장 가까운 스티커 사진기를 찾아 사진을 찍었다. 확실히, 머리를 자르고 나니 군대에 가는 게 확실히 체감되었다. 나도 가는 날이 오는구나, 친구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다음날 중요한 일이 있거나 떨리는 경우에는 이상하리만큼 잠을 못 잔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 곧 그래 왔다. 입대 전날도 마찬가지였다. 잠을 자려는데 하도 잠이 안 와서 내 방에 있는 짐들을 정리했다. 혹시라도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어느 위치에 뒀는지 기억해뒀다가 부탁해야 했기에 그랬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편지도 썼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작성한 편지는 봉투에 고이 넣어 책상 위에 올려두고 나왔다. 이것저것 할 일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시간은 새벽 4시가 되었다. 불을 끄고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데 머릿속에 영상의 내용이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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