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용기, 현재, 그리고 자아의 신화
저의 독자적인 해석을 곁들어 책의 내용을 따라 여행합니다. 중요한 줄거리를 중심으로 글을 써 내려가기에 스포일러에 유의해주시고, 또한 제 해석이 당신의 감상에 방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책의 내용을 아예 모르거나 읽을 생각이 없어도 책을 읽으며 마음에 짙게 눌러앉은 소중한 대사들을 적어뒀으니 모두 마음에 담아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 인 거지
나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가, 꿈을 위해 달려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그저 꿈을 꾸며 사는 것보단 비교적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가?
별을 바라보고 자는 양치기보단 아늑한 자기 집 지붕 아래 잠들 수 있는 팝콘장수의 삶을, 양치기보다는 팝콘장수와 딸을 결혼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팝콘장수의 삶을 살고 있는가?
꿈을 좇는 양치기에게는 자신의 삶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친구로서, 꿈은 접어둔 지 오래인 팝콘 장수에게는 꿈을 꾸는 양치기도 괜찮은 것 같다고 알려주는 연금술사로서 바라보는 무모하고 고단하지만 바보같이 꿈만을 좇는 자의 삶을 보여주고 싶다.
자아의 신화를 포기하려 할 때
양치기 산티아고는 세상을 두루 여행하고 싶다는 꿈을 위해 신부가 되지 않고 양치기가 되어 오직 물과 먹이를 찾아 대지를 떠돌아다니는 삶을 산다.
지붕은 무너지고, 성물 보관소 자리에는 커다란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낡은 교회에서 머물기도 하고, 어느 마을의 모직 가게 상인의 딸(산티아고가 마음을 빼앗긴 소녀)을 보러 가기 전 세심한 준비를 위해 ‘인생을 살맛 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타리파로 향한다. 타리파는 산티아고가 2번이나 꾼 꿈의 비밀이 밝혀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꿈속에서 어떤 아이가 이집트의 피라미드로 산티아고를 데려가며 "만일 당신이 이곳에 오게 된다면 당신은 숨겨진 보물을 찾게 될 거예요"라고 한 뒤 보물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려 할 때 딱 꿈에서 깨는 것이었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타리파에서 만난, 산티아고의 부끄러운 과거까지 꿰뚫고 있는 신비로운 늙은 왕 멜키세덱은 세상을 여행하고 싶다는 꿈만을 철저히 좇는, 그리고 피라미드의 보물을 찾게 될 거란 꿈을 꾼 산티아고에 자신의 “자아의 신화”를 계속해서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사람들이 자아의 신화를 포기하려 하는 그 중대한 순간에 보석 채굴꾼에게는 돌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고뇌하는 자에게는 훌륭한 생각과 좋은 해결방법의 모습으로, 그리고 산티아고에게는 노인의 모습으로 말이다)
그리고 "사막의 향기와 얼굴을 베일로 가린 여인들"이 묻어오는 레반터 바람을 느끼면서 산티아고는 결심한다. 양들,양털 가게 주인의 딸, 안달루시아의 평원과 같은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가는 과정들 속에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던지기로 말이다.
(꿈에서 본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있는 보물을 찾기 위해 말이다!)
낯선 세계와 새로운 세계
“이 세상은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 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산티아고는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가기 위해 배를 타고 도착한 아프리카 탕헤르에서 전 재산을 도둑맞고 절망에 빠져있을 때, 우림과 툼밈(늙은 왕이 산티아고에게 준 결정을 도와주는 보석)과 과자장수를 통해서 깨닫게 된다. 더 이상 이곳은 빈털터리인 나에게 낯선 곳이 아닌, 보물을 찾아 나선 모험가인 나에게 새로운 세계가 된 것이다.
(나는 여태껏 낯설다 와 새롭다의 의미를 동일시해왔지 않는가?)
“피라미드는 그저 수많은 돌을 쌓아놓은 돌무더기일 뿐이야. 자네도 자네 정원에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다네”
(산티아고는 탕헤르의 크리스털 가게에서 그릇 닦는 일을 하며 양을 다시 살 돈을 모으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크리스털 가게 주인이 한 이 말을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잊지 못했었다.
피라미드의 보물만을 좇으며, 피라미드에 가기 위해 양을 팔고, 배를 타고, 새로운 곳에서 돈까지 다 뺏기는 경험을 한 산티아고에게 "피라미드는 너의 정원에도 만들 수 있는데 무엇하러 사막을 건너는 거야"라는 메시지는 지금껏 책의 모든 것이 산티아고의 여행을 부추겨온 것과 혼자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산티아고, 보물을 찾아 떠나야 해!’하고 모르는 사이에 수동적으로 책에 이끌려가던 나를 발견하게 되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만큼 나에겐 충격적이어서 책의 끝 부분으로 갈 때도 계속 이 대사를 곱씹었던 것 같다.
산티아고는 “하긴 아저씨는 한 번도 여행하는 꿈을 가져보지 못했을 테니까요”라고 답하긴 했지만, 글쎄.. 엄청난 회의감을 느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꿈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양과 피라미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실현하려는 산티아고와, 메카로의 순례여행이라는 꿈을 간직하기로만 하려는 크리스털 가게 주인의 모습 또한 철저하게 산티아고의 여행을 부추긴 나에게 브레이크가 되어주었다.
“산티아고는 처음으로 상점 주인의 머리카락이 늙은 왕의 머리카락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탕헤르에서 잠이 깬 첫날, 갈 곳도 먹을 것도 없던 그때 만났던 과자장수의 미소 또한 늙은 왕의 미소와 닮아 있었다.”
사람들이 자아의 신화를 포기하려 하는 순간에 어떤 모습으로든 나타난다는 늙은 왕의 말이 떠오르지 않나? 늙은 왕이 준 우림과 툼밈을 보며 충분한 돈으로 다시 양을 사는 것이 아닌(양치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다시금 피라미드로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나의 길과 그의 길
산티아고는 “사물들 속 우주의 언어를 알고 있는 한 사내인 연금술사”를 만나기 위해 사막에 가려는 영국인과 함께 사막으로 가는 대상의 무리에 동행하게 된다.
이제는 책 보다 한 곳으로 향하는 대상의 행렬을 바라보는 게 즐거운 산티아고와 책만을 들여다보는 영국인을 통해서 얻는 메시지는 결국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 영국인에게는 책이었고, 산티아고 행렬을 지켜보는 것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한편 사막에서 산티아고가 빌려 읽은 영국인의 책을 통해 연금술사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기도 한다.
사실 여태껏 도대체 왜 제목이 연금술사지? 하고 읽었던 탓에 아주 반가운 부분이었다.
"어떤 금속을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가열하면 남는 건 오직 만물의 정기이다. 이 최종물질이 모든 사물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이 물질을 통해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이 물질은 위대한 업
이라고 불린다. 이 위대한 업은 불로장생의 묘약이라는 액체 부분과 철학자의 돌이라는 고체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철학자의 돌에는 작은 조각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금속을 금으로 변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이걸 할 수 있는 게 연금술사이다."
사랑은 표지이고, 보물임을
“그는 지상의 모든 존재가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만물의 언어의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난해한 부분과 맞닥뜨렸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산티아고는 사막의 파이윰의 오아시스에서 얼굴만 내놓은 채로 베일을 감싼 사막의 여인, 파티마라는 처녀를 만나게 되고 사랑을 맞닥뜨리게 된다. 양들과 함께한 평원에서, 크리스털 가게에서, 사막을 횡단하면서 맞닥뜨린 표지가 이제 파티마가 된 것이다.
“그녀의 존재를 알기 전부터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그는 깨닫고 있었다.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이 세상의 모든 보물을 발견하게 해 주리라는 것 또한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파티마를 향한 산티아고의 사랑이 그에겐 의심할 여지없는 표지였기에, 표지를 따라가는 삶은 반드시 보물을 발견할 거라는 걸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존재를 알기 전부터 이미 그녀를 사랑했다는 산티아고의 말은 결국 계속해서 표지를 따라가는 삶을 살며 사막에 도착한 산티아고는 당연히 파티마를 따라가는 삶 또한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을!
(파티마를 만나기 한참 전부터 산티아고는 파티마를 따라가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그에게는 보물보다 파티마가 더 소중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현재에 충실한 산티아고답게 보물을 향해 피라미드로 전진할 것인가 아님 피라미드를 향해가는 과정 중 하나인 이 파이윰에서 파티마와 머물 것인가에 대한 고뇌를 한다.
(크리스털 가게에서도 한 고민이다. 머물 것인가, 전진할 것인가)
그런 산티아고에게 파티마는 표지와 보물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
“나는 당신 꿈의 일부이고, 당신이 자주 얘기하는 자아의 신화 일부이기도 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여행을 계속하길 원해요. 당신이 찾는 그곳으로 말이에요.”
“마크툽. 내가 만일 당신 신화의 일부라면, 언젠가 당신은 내게 돌아올 거예요.”
“내가 그대를 사랑하게 된 것은 내가 꿈을 꾸었고, 어느 늙은 왕을 우연히 만났고, 크리스털을 팔았고, 사막을 건너왔고, 부족들이 전쟁을 선포했고, 연금술사를 찾아 그 우물가에 갔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모든 천지 만물의 섭리가 나를 그대에게 이르도록 했기 때문이에요.”
전진을 향한 두려움과 머물고 싶은 갈망
“하지만 그대의 마음이 있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그대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때 그대의 보물은 발견되는 걸세.”
만물의 정기를 느낄 수 있게 된 산티아고는 매들의 비행을 읽어 오아시스를 위기로부터 구해주게 되고 드디어 이런 산티아고는 연금술사를 만나게 된다.
연금술사는 파티마와 함께 오아시스에 머물고 싶은 산티아고에게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대를 오아시스에 머물게 한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그대 자신의 두려움이었기 때문이지”
“명심하게.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한 남자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만물의 언어를 말하는 사랑, 진정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지.”
진정한 사랑일 수 있었던 파티마였기에, 자아의 신화를 찾아 나서는 산티아고를 독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산티아고는 연금술사와 함께 다시금 피라미드를 향해 전진할 것을 다짐하게 된다.
연금술사와 피라미드를 향해가면서 “바람은 언제나 산티아고의 눈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표지의 언어가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었다”.
나는 산티아고가 느낀 바람들의 의미에도 주목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그 이유는 초반의 산티아고가 탕헤르에서 피라미드를 향해 갈 것임을 다짐했을 때 느꼈던 레반터 바람은 사막의 향기와 얼굴을 베일로 가린 여인들을 묻어온 바람이었음을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은 산티아고의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던, 계획하고 있었던 표지였다. 산티아고는 결국 사막에 갔고, 얼굴을 베일로 가린 여인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연금술사는 여태껏 산티아고의 전진을 향한 두려움과 머물고 싶은 갈망에 대한 “마음”에 대해서도 존중한다.
때로는 보물에 이르지 못하고 사막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이미 사랑을 만났고 수많은 금화를 얻었으므로 이대로도 만족하는 마음과,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라도 어느 한 곳에 이르기를 원하는 마음을 두고 간사하다는 산티아고에게 그는 말한다.
“그대의 마음이 가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기 때문이지.”
“아무리 그대가 듣지 않는 척해도, 마음은 그대의 가슴속에 자리할 것이고 운명과 세상에 대해 쉴 새 없이 되풀이해서 들려줄 것이네”
“아무도 자기 마음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는 없어”
산티아고는 그렇게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여태의 두려움과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이겨내게 된다.
사막과, 바람과, 태양과 신
산티아고가 바람으로 변하기 위해 사막과 바람과 태양을 만나고 난 뒤 "이 모든 것을 기록하신 그 손"인 신과 결국 하나가 되고, 이는 산티아고가 바람으로 변하게 되는 기적을 빚게 된다.
"그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가, 만물의 정기란 신의 정기의 일부이며, 신의 정기가 곧 그 자신의 영혼임을 깨달았다."
산티아고는 "사랑을 할 때 천지만물 중의 어느 것이라도 될 수 있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이해할 수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바람으로 변하는 것도 사랑으로 가능하다". 바람으로 변하는 것엔 사막과 바람과 태양이 도와줘야 하기에 바람으로 변하는 방법, 즉 자신 그 자체가 완벽히 만물의 정기가 되는 법을 묻는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을 몰랐고, 산티아고는 그들과 사랑을 알아간다.
사막에게 사랑은 "매가 너의 모래땅 위를 나는 것, 그리고 매에게는 네가 푸른 초원"인 것이다. 매에게 먹이를 주고 매는 사람의 먹이가 되고 사람은 모래의 먹이가 되어 순환하는 것. 이 사랑이 납을 금으로 변화시킨다고 한다.(연금술)
바람에게 사랑은, 처음에는 산티아고가 바람처럼 되어 세상 어디든 스며들고, 바다를 건너고,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가까이 실어오게 해주는 것인가? 싶었다. 그러나 바람은 인간을 바람으로 변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면 산티아고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해에게 물어볼 때 해를 쳐다봐도 눈이 멀지 않도록, 모래먼지로 가득 채워주는 것이 바람의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해는 만물의 정기와 대화를 나눈다. 해는 조금만 지구에 가까이 가면 지구도, 만물의 정기도 사라져 버리기에 지금의 해가 있는 자리에서 서로 식물들이 자라나게 해 주고, 양들이 그늘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며 만물의 정기에게 해는 생명과 온기를, 만물의 정기는 해에게 존재 이유를 준다. 이것이 해의 사랑이다.
“사랑은 만물의 정기를 변화시키고 고양하는 힘이야”
“만물의 정기를 키우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야”
그리고 천지 만물을 기록한 그 손을 향해 돌아섰다.
“다만 그 손만이 그 모든 표지의 유일한 이유이며, 오직 그 손만이 바다를 사막으로, 사람을 바람으로 변하게 하는 기적을 빚을 수 있었다”
마침내 보물을
드디어 피라미드를 눈앞에 둔 산티아고는 자신의 흘린 눈물이 떨어진 자리의 모래를 밤새 팠으나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이때 무장한 병사들을 맞닥뜨리고 화를 입게 되는데, 무장한 병사 중 한 명이 말한다.
“지금 네가 쓰러져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역시 이 년 전쯤 같은 꿈을 두 번 꾼 적이 있지. 꿈속에 스페인의 어떤 평원을 찾아갔는데, 거기 다 쓰러져가는 교회가 하나 있었어. 근처 양치기들이 양 떼를 몰고 와서 종종 잠을 자던 곳이었어. 그곳 성물 보관소에는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지. 나무 아래를 파보니 보물이 숨겨져 있지 않겠어. 하지만 이봐. 그런 꿈을 되풀이 꾸었다고 해서 사막을 건널 바보는 없어. 명심하라고”
“이제 그는 자신의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랑을 위한 것임을
산티아고는 처음 자신이 머물렀던 그 다 쓰러져가는 교회로 돌아가 무화과나무 아래를 파서 보물을 찾게 된다. 그리고 피라미드를 가기로 결심했을 때 느꼈던 레반터 바람이 다시 불어오지만, 사막의 냄새도 기운도 실려있지 않았다. 이제 산티아고는 그 바람에게서 파티마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바람은 그의 입술에 내려앉는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
“파티마, 기다려요. 이제 그대에게 달려가겠소”
파티마의 입맞춤을 실어온 바람은 산티아고에게 여느 때처럼 또 하나의 표지가 돼주었고, 파티마에게 달려가겠다는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고서도 계속해서 표지를 따라가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자아의 신화와 보물은 언뜻 보면 같은 말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보물을 찾고서도 파티마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산티아고의 자아의 신화를 통해 보물과 자아의 신화는 절대로 같은 것이 아님을 유의해주면 좋겠다.)
"그대가 본 것이 별의 폭발과도 같은 일순간의 섬광에 지나지 않는다면 돌아가도 빈 손 일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대는 폭발하는 빛을 본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고된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이지"
일순간의 섬광을 볼 것인가,
폭발하는 빛을 볼 것인가
책 <연금술사>는
자아의 신화, 사랑, 용기 그리고 현재 이 4가지로 마침내 산티아고의 여정의 완전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산티아고의 꿈, 늙은 왕 멜키세덱, 파티마, 그리고 연금술사를 통해 자아의 신화를 좇는 삶을 살 것을.
결국 모든 것의 종착지는 파티마에게 돌아가는 사랑임을.
피라미드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몇 번이고 머물고 싶은 갈망과 두려움을 이겨낸 산티아고에게는 큰 용기가 있음을.
“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유일한 관심거리요.”
"되돌아가지 못할 바에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최선의 방법만 생각해야 합니다.”
라고 끊임없이 현재에 충실할 것을 산티아고에게 얘기해 주는 낙타 몰이꾼과,
무엇보다도 크리스털 가게에서는 양을 사길 원했으며 사막에서는 보물보다 파티마가 더 소중했던,
누구보다 현재에 충실했던 산티아고를 통해 용기를 보여준다.
결국 우리는
내 현재에 곳곳에 있는 표지들을 인식해서 나만의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꿈을 좇는 삶을 살며,
(그러나 굳이 꿈만을 맹목적으로 쫓지 않아도 그 꿈을 마음속에만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크리스털 가게 주인의 삶도 나쁜 것이 아님을.)
가끔은 지금 그대로 머물고 싶을 때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돌아갈 집인 사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