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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Dec 20. 2023

중국에 뭘 사가야 하나?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살아남기

이제 진짜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집도 처리해야 하고 지인들하고 인사도 해야 하고 암튼 뭘 해야 할지는 몰라도 정말 할 일은 많았다.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함께 출국하지 못해서, 먼저 출국을 하고 나면 이사는 나중에 와이프가 해야 하는 관계로 이삿짐에 견적과 이삿짐에 넣어가야 할 것들 정도는 미리 준비해야 했다.


뭘 사가야 하나?


컨테이너에 들어갈 짐을 견적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집에 있는 물건들이 많다고 해서 한국에 내가 있는 동안 정리 할 것을 먼저 정리하는 게 순서였다. 어떻게든 내 취미생활만큼은 건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마음이 조급하니 부피가 큰 캠핑용품부터 눈물을 머금고 정리해야 했다.  하나 사는 분께 두 개를 드리는 예정에도 없던 선행(?)을 하면서 나중에 중고는 이런 걸 나도 사야 되는데 싶고, 그런데도 판매가 안되거나 절대 이건 지켜야 되는 박스에 몰래 넣어 놓고 모른 채 하다가 등짝 한 대 맞고 나눠주기도 하고 그렇게 개인 취미짐은 작은 양만 남기고 가급적 정리를 했다.

가구류나 가전류는 전부 처갓집이나 처남 작업실에 보내서 정리하기로 했고 이제 남은 건 뺀 만큼 채워야 하는 건 어떤 게 있을지 의논을 했다.


중국에 가면 고추장이나 이런 게 아쉬울 거야부터 생필품, 의료 보조 용품들 기억나는 대로 코스트코에서 꾹꾹 눌러 담아서 몇 번 다녀오고 나니 뿌듯함에 돈 쓰는 맛이 쏠쏠하네 하면서 오래간만에 사이좋은 부부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에 주재원이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생활을 길게 하러 들어오는 분들은 개인 상비약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안 가져와도 된다. (개인약은 중국 내 원격치료가 가능한 한국 병원이 있지만, 보험적용도 받지 못하고 통관비용 등 등 해서 금액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회사 지원이 안된다면 이용하기 쉽지 않다.)

중국에서 주재원들이 골프를 즐긴다는 말에 골프를 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중국가면 칠것 같아서 급히 주변 매장에 가서 새것과 중고를 섞어서 한세트 구매를 했다. 입문용으로 자주 추천해 주는 브랜드도 아니었고 중급(?) 이상의 힘좋은 골퍼에게 잘 맞는 구성인듯 싶은데 그냥 주저 없이 구매 했다. 주인장의 상술에 속아 넘어간 느낌도 있었지만 뭔가를 고민할 틈이 없었다. 어차피 중국가면 짝퉁이 아니더라도 왠지 찜찜하다는 사람들 말에 그냥 사야만 했으니까.

의약품, 골프채 말고는 내 생각에 준비한 것들은 굳이 한국서 바리바리 싸들고 올 필요는 없는 것들이었다.

 

어지간한 제품들은 정말 다 있고 놀라울 만큼 활성화된 타오바오(온라인 쇼핑앱)와 와이마이(배달앱) 둘 하고 위챗(채팅어플)만 있으면 중국 전역 어디에서나 간단하게 배달하고 한국 물건 정도는 동네 슈퍼에 연락하면 바로바로 배달이 된다. 금액은 한국 대형마트보다는 비싼 게 맞는데 중국은 배달료가 너무나도 싸다. 일단 슈퍼에서 (주로 한국 식품을 취급하는) 배달은 그냥 비용이 없고 (얼마 이상 기준이 있긴 한데 거의 무의미하다) 10 RMB 짜리 만두나 음식 시켜도 배달이 오고 음식 배송료는 비싸도 5 RMB (한화 900원 정도)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타오바오? 중국에 오면 가장 먼저 놀라는 게 타오바오인데 이걸 이렇게 받아도 되나 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한다. 예를 들면 10 RMB짜리 펜이나 문구류, 양말? 티셔츠를 사면 배송료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지역은 중국의 남부에서 북부까지 와도 배송료는 없는 제품이 허다하다.

이러니 그냥 일단 시켜보고 별로네 하면 그냥 누군가를 주던지 하는 경우도 많은데, 반품을 하려 해도 그냥 간단하다. 택배통에 넣고 스캔해서 보내면 끝이다. 고가의 가전제품이 아니고서는 환불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고민해서 소모품으로 사 온 것들은 크게 강아지가 털이 잘 빠져서 필요한, 찍찍이 (강아지 털 때는 용도) , 수세미, 고무장갑, 고추장, 된장 이런 것들인데 사 왔으니 잘 쓰고는 있지만 정말이지 굳이 사 올 필요가 없었다.


학생이 있는 집들은 책은 조금 고려해야 한다. 중국에서 중계하는 사람도 있고, 국제배송 지원하는 온라인 북스토어도 있으니 구할수는 있는데 배송료로 금액이 조금 더 비싼 편이고, 출장자 편으로 이것저것 부탁하더라도 책은 생각보다 무게가 나가서 부탁받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집 한번 구매하면 4~5권은 사는데 이게 무게가 상당하다. 그러니 읽을거리 문제집들은 준비를 하던지 왔다 갔다 하면서 구매할 수밖에.


그나마 간혹 아쉬운 것을 고르라면, 한국에서는 요즘 밀키트가 잘 나오는데 대기업제품들 말고 맛집으로 잘 알려진 유명한 업체의 밀키트 같은 것들은 나름 귀중한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상급품의 자연가공품들, 예를 들면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것들인데 중국도 상급품이 있는데 확실히 상급품들은 가공처리나 마무리 작업 혹은 포장 작업의 퀄리티가 한국의 상품화된 공정을 따르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여기 와서 알게 된 건데 캠핑과 관련해서 중국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캠핑붐이 일다가 답보하고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한국 브랜드들이 명품으로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니멀웍스나 헬리녹스 같은 제품들은 출시되자마자 비슷한 제품이 발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고, 비슷한 제품들이 많아도 오리지널리티를 선호해서 비싼 금액에도 많이들 좋아하고 있으니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평소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 꼼꼼히 챙기는 편이지만 너무 범위가 크고 넓다 보니 우왕좌왕만 하다가 시간이 가버리고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짐작만으로 구매한 물건들을 정리해 놓고 나니 한 짐이다. 그래도 뭔가 기분이 이상한 게, 이제 진짜 떠나는가 싶기도 하고 잊은 게 있는 것 같은데 하는 불안감이 함께 드는 묘한 기분이었다.


이젠 모르겠다. 낙장불입.

코로나고 머고 준비가 됐건 안 됐건

일단 가는 거다. 중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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