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이야 교장이 되면 말이야

아주 널찍한 교장실에서 너희들을 맞이할 거야

그러면 너희는 이렇게 얘기한다고 했지?

선생님 드디어 교장샘이 되셨군요. 와 선생님이 교장이 되다니요.

교장실에서 선생님을 뵙는 날이 오는군요.

그럼 나는 어서와 얘들아 여기 앉아봐 크고 넓지

차도 한잔 내어줄게

요즘 어떻게 살고 있어? 그 말썽많던 00이 걔는 잘 있니? 호호

나? 나 교장이 되니까 어떻냐고?

되보니까 얘들아 그게 그런게 아닌 것 같애

해야 할 일이 많구나

그래도 교장이 되니까 말이야 

내가 교사로 해줄 수 없었던 걸 해줄 수 있어 기뻐

우선 인문 고전 50권 인증제를 했지 뭐니 

그게 뭐냐고? 우리 학교를 졸업할 때는 모든 아이들이 고전 50권은 읽고 나가게 하는 거야. 멋지지 않니? 00고를 졸업했다고 하면 인문소양은 기본 갖춘 아이들이라고 인정받는 거지. 해외에까지 소문이 난 우리 학교. 멋있지 않냐?

아~ 선생님~ 그건 아니지 않냐고? 애들이 힘들지 않겠냐고? 얘들아 배움에는 약간의 고통도 따른다는 걸 잘 알지 않니?

아~ 그럼, 그것도 있어! 신규로 오신 선생님 댁에 자녀를 훌륭히 키워 학교로 보내주셔서 고맙다고 꽃바구니와 와인 한 병을 보냈단다. 대기업에서 신입 사원에게 이런 걸 보내준다고 하더라고. 그게 되게 부러웠거든. 교육에 첫발을 내딛는 선생님에게도 그런 것 하나쯤은 뭐 해줄 수도 있는 거 아니겠니? 내가 교장이니까 말이야. 호호 

아 선생님 그런 것 말고요?

알았어, 알았어. 점심 시간에는 입시에 찌들지 않게 늘 마음껏 축구를 하게 허용했다고. 시험 기간이라는 그런 씨알도 먹히지 않을 이야기는 하지도 않는다니까! 알어, 알어. 우리들 약속이었잖아? 됐냐? 

아참, 우리 학교 급식 먹어볼래? 정말 맛나다구. 삐삐 마른 장어 튀김 같은 거 있지도 않아. 남학생만 있는 학교에서 장어는 얻다 쓰냐며 으르렁대다가 남은 거 더 없냐며 식판들고 오던 니들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니까. 하하.

아 하나 까먹었다. 축구하고 오면 더우니까 샤워실 그거 만들었어. 이제 5교시에는 상쾌하게 앉아 있으렴. 아니다 이참에 학교로 일찍 와서 아침 샤워부터 하는 게 어때? 나 좀 잘하고 있지 않니? 

야들아 우리 교장 선생님을 교육감으로 밀어보자 마. 안글나?

뭘 또 그런 걸 가지고 교육감까지 부끄럽게 하하.... 음냐... 음냐...     

황선생님 뭐해요? 얼른 수업 들어가야죠! 

아! 예 교감선생님! 지금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