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립사범대학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공부를 잘하였으니 어느 정도 교과 성적은 높았지만 과외를 구하지 못했다. 그 당시 사범대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대부분 그러했듯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다. 얼른 알바를 해야했다.
그 때는 동네 골목길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벼룩시장'이 유일한 정보 전달지였다. 인맥도 배경도 없던 나는 과외 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벼룩시장 한 켠에서 발견한 알바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한 나의 첫 알바는 전단지 스티커 붙이기였다.
광고지를 보고 찾아간 가게는 작았다. 배가 불룩하게 나온 사장님이 다리를 쩍벌 한 채로 앉아 있었다. 무서웠다. 학교 다니며 공부만 했던 내가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딪는 순간이었으며 내가 맞닥뜨려야 하는 첫 '직장 상사'였다. 무서움에 나는 저절로 아랫배에 힘이 갔다. 전단지 알바를 하러 왔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애써 부여잡으며 씩씩하게 말했다. 그런데 보기보다 사장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열쇠집 전번이 돌아가며 빼곡히 적힌 작고 동그란 모양의 스티커 뭉치가 무겁게 내 손위에 바로 올려졌다. "그거 한통 다 붙이고 오면 5000원을 줍니다."
양이 너무 많아 언제 다 붙이지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내 스티커만 다 붙이면 되니까 수월하겠구만 이라고 생각했다. 어정쩡한 나의 눈빛을 읽었는지 사장아저씨는 한 가지 팁을 알려주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층으로 올라가서, 내려오면서 문마다 스티커를 붙이면 될 거라고 알려줬다. 아하.. 이런 작은? 일에도 노하우라는 것이 있구나!
나의 첫 노동의 시작이라는 약간의 설렘과 함께 나는 서둘러 스티커 뭉치를 들고 그 동네에서 가장 높이 솟아있는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