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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Apr 16. 2022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영화의 역할

hwain_film 추천 no. 19

제목: 플로리다 프로젝트

감독: 션 베이커

출연: 윌렘 대포, 브루클린 프린스, 브리아 비나이트 등

네이버평점: 8.91

개봉: 2017


 우리가 이른바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영화'라고 하면 그들을 착취하는 거대 권력과 이에 맞서는 그들의 투쟁을 떠올린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 그런 영화를 투영해보면 내용이 생각보다 와닿지 않는다는 것을 이내 깨닫는다. 화려한 색감의 필름으로 악취가 나는 현실을 곱게 포장한, 진정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1. 플로리다의 민낯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손꼽히는 플로리다주. 은퇴를 앞둔 부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이곳은 빈부의 격차가 심해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지역이다. 구글에서 'Florida man'만 검색해도 온갖 기행과 범죄를 일삼는 플로리다주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누군가에겐 디즈니랜드가 있는 화려한 휴양지인 반면, 누군가에겐 고단한 삶의 터전일 수도 있는 플로리다의 두 얼굴을 조명한다. 다채로운 색감에서 어딘지 모를 불안함과 위태로움이 느껴진다.


 2. 불편한 굴레


   영화는 화려한 휴양지 이미지에 감춰진 플로리다 빈민가의 현실을 보여준다. 아무리 형형색색의 페인트를 칠해놓아도 싸구려 모텔은 최고급 호텔이 될 수 없는 것처럼 현실은 가리고 외면해도 현실이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사람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동자들이 모인 싸구려 모텔에 바람 잘 날은 없어도 이곳은 사회에서 소외받는 모든 이들의 아늑한 보금자리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며 자란다. 부모의 언어와 어휘, 억양과 행동거지는 가난과 함께 불편한 굴레가 되어 대물림된다. '핼리'의 딸 '무니'는 또 다른 '핼리'가 될 것이고, 어쩌면 '핼리'의 삶도 '무니'처럼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빈부의 격차는 그렇게 벌어지고, 그렇게 이어진다. 영화는 빈민 가정의 시작은 왜 이럴 수밖에 없었고, 그 끝은 왜 이럴 수밖에 없을지 씁쓸하지만 담담하게 드러낸다.


 3. 가짜 행복


  우는 아이가 울음을 그치게 하는 것까지가 부모의 역할일까 아니면 그 아이가 울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까지가 부모의 역할일까. 우리는 후자를 두고 '책임감'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언젠가 울음을 스스로 멈추고 웃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더 나아가 부모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책임감이다. 불안정 속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이고 단순한 행복만으로 점철된 삶은 진짜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런 삶은 모성애라고 포장하기도 애매하다. 인물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뒤편에서 삶의 무게와 불안감이 느껴졌던 것이 비단 나뿐만이었을까.


 4. 예술의 역할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예술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없다. 그러므로 예술은 문제의 해결을 제도나 시스템에게 과감히 맡기고, 대중들에게 사회의 문제점을 자연스럽고도 충격적인 방법으로 드러내야 한다. 예술의 한 분야인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역할과 도구적 가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도 그 문제를 디테일하게 묘사함으로써 관객들의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데 있다. 영화가 들춰낸 사회의 이면을 바라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영화의 진정한 힘이자, 영화의 역할이 아닐까.


5. 한 줄 평- 문제에 해답을 직접 제시하는 것보다 해답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만드는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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