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wain May 02. 2022

영화 『우드잡』과 Job의 의미

hwain_film 추천 no. 20

제목: 우드잡

감독: 야구치 시노부

출연: 쇼메타니 쇼타, 나가사와 미사미, 이토 히데아키

네이버 평점: 9.14

개봉: 2014


 일본 영화들에는 소소함 끝에 묵직한 여운이 매달린 작품이 많다. 일본 영화가 더욱 좋아지는 영화, 우드잡을 적극 추천한다.


 1. 여름풍 일본 영화


 모든 일본 영화가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나는 일반적으로 일본 영화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바로 '여름풍'과 '겨울풍'. 여름풍 작품들은 대체로 풋풋하고 싱그러운 분위기에 귀엽고 유쾌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반면, 겨울풍 작품들은 아련하고 은은하며, 코끝 찡한 여운을 선사한다. 여름풍 작품은 겨울풍과는 또 다른 느낌의 가슴 벅찬 여운을 선사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영화는 여름풍 작품이다. 한 여름의 새파란 풀잎처럼 싱그럽고 생기 있는 매력을 가졌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 구성과 헛웃음이 작렬하는 유쾌한 장면의 연속은 풀벌레 소리 가득한 일본의 여름 숲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2. 도시와 촌락


 우리들의 머릿속 도시의 이미지는 소란스럽고 빠르며 항상 바쁘게 그려지는 한편, 촌락은 조용하고 느리며, 여유롭게만 느껴진다. 영화 우드잡은 촌락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표현하며, 1차 산업으로 버무려진 촌락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지 드러낸다. 나무를 위해, 마을을 위해, 가족들을 위해 단 하루도 쉬지 않는 촌락인들의 땀방울 속에는 도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소속감이 담겨 있다. 집단의 인정을 받고 일원으로 살아가는 이 가슴 벅찬 감동은 도시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기에 더없이 좋은 치료제가 되어주지 않을까.


 3. 나무와 나무꾼


 밭을 갈아 씨를 심고, 물을 뿌리는 농업에 비하면 도끼나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는 임업이 단순하고 쉬워 보이지만, 임업은 1차 산업 중에서도 꽤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복잡한 노동이다. 몇 백 년 전부터 조상들이 심어 놓은 나무를 베는 것은 곧 축적된 시간을 베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이 심은 농작물을 본인이 수확할 수 있는 농업과 달리, 임업의 결과물의 가치는 후대만이 알 수 있다. 묵직한 나무는 그 금전적인 가치도 상당하지만, 몇 세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나무꾼들은 그런 나무의 가치를 알고 있다. 그래서 그 가치를 독식하지 않고 후대와 공유한다. 아무런 말도 없이 몇 백 년 동안 산과 숲의 역사를 지켜온 나무들처럼, 나무꾼들도 대자연의 가치에 감사하고, 후대 나무꾼들에게 보답한다.


 4. Job과 Work


 왜 우드'워크'가 아닌 우드'잡'일까. 사전에서 찾아보니 Job과 Work 모두 '일' 또는 '직업'이라는 뜻을 가졌지만 Job은 그보다 더 깊은 '책임'의 의미도 지니고 있었다. 영화 우드잡은 책임감에서 시작된 한 사람의 성장과, 업(業)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비록 가벼운 우연에서 시작됐을지라도, 업을 회피하지 않고 책임감으로 끝까지 버티려는 그 마음가짐이 우리를 성장시키고, 결국 우리를 장인(匠人)의 세계로 이끈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잡'인가, 아니면 '워크'인가.


 5. 한 줄 평- 이번엔 숲을 보지 말고 나무를 봐야 알 수 있는 'Job'의 의미

이전 09화 영화 『짐과 앤디』와 자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