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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Mar 19. 2022

영화 『짐과 앤디』와 자아

hwain_film 추천 no. 17

제목: 짐과 앤디

감독: 크리스 스미스

장르: 다큐멘터리

개봉: 2017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타인의 삶에 몰입해 연기하면서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하게 된 짐 캐리의 다큐멘터리 작품, 짐과 앤디를 소개한다.


 1. Man On The Moon (1999)


 코믹 연기의 대가로 불리는 짐 캐리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어느 정도 성공할 때쯤 영화 '맨 온 더 문'을 촬영했다. 그리고 이 작품 '짐과 앤디'는 맨 온 더 문의 촬영장 안이 아닌 바깥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리얼 다큐멘터리다. 촬영 당시 자신의 배역에 너무 깊게 몰입한 나머지 자아가 분열된 듯한 짐 캐리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작품은 영화의 촬영시기인 1999년과 다큐의 촬영시기인 2017년을 오가며 당시의 짐 캐리의 알 수 없는 행동들에 대해 훗날의 짐 캐리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2.  짐 캐리


 짐이 배역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몰입하다 보니 촬영장의 모든 사람들은 어느새 그가 짐 캐리인지, 영화 속 등장인물인지 혼동할 지경에 이른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영화에 출연할 때에는 언제나 짐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맨 온 더 문을 촬영할 당시 감독의 컷 사인 이후에도 그는 앤디의 말투로 대화했고, 심지어 본인을 앤디라고 칭하며 앤디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가 연기한 앤디라는 인물이 워낙 별난 사람이었기에 짐은 촬영장에서도 사람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일삼으며 제작진과 출연진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 작품에서 그의 우스꽝스러운 기행들을 지켜보는 것이 재밌지만, 점점 자아가 분열되는 듯이 배역에 몰입한 그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일 지경이다.


 3. 앤디 카우프만


 미국 코미디 역사상 가장 괴짜스러운 코미디언 앤디는 1984년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생존설이 떠돌 정도로 그 당시에 우스꽝스러운 기행을 일삼았다. 방송에 나와 여자들을 상대로 거칠게 레슬링을 하고, 말투를 바꾸고 얼굴에 분장하여 지금은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부캐' 활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코미디 트렌드를 수 십 년은 앞서간 듯한 그의 기이한 행동들 뒤편엔 불안한 사생활과 복잡한 가족관계가 있었고, 짐 캐리는 그마저도 구현하며 그의 파란을 연기했다. 당시엔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던 괴짜 코미디언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짐과 앤디가 그토록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진다.


 4. 짐과 앤디가 하고 싶었던 말


 유명해지고 성공하기 위해 우리는 본래의 자아를 죽이고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간다. 승자처럼 보이기 위해 연기하고, 거짓말도 하면서 모두가 그렇게 자신을 만들어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각한다. 이미 내 자아에 구멍이 났음을.


 짐 역시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기 위해 여러 인물들을 연기하면서 자아의 본모습을 감춰왔다고 말한다. 그의 자아가 위험에 처할 때까지 그가 배역 몰입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다른 사람의 삶을 흉내 내면서 자기 인생과 자아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가족에게 물려받은 성과 이름, 캐나다인 출신 등 추상적인 표현만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짐 캐리라는 존재에서 잠시 벗어나 타인의 삶을 살아보고, 다시 복귀하는 이 휴가 같은 과정에서 짐은 자아에 쌓인 피로도를 해소하며 본인 스스로 자아의 진정한 의미를 재정립했던 것이다.


 앤디가 여러 개의 자아, 소위 '부캐' 활동을 하면서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몸소 보여줬던 것처럼 우리들의 자아는 하나로 제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아는 나의 모습과 타인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 그리고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가식적인 나의 모습이 있듯이, 우리에게는 다양한 모습의 자아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자아의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진정한 내 모습을 찾아 돌아올 수 있다.


 5. 한 줄 평- 나의 전성기도, 나의 흑역사도 모두 내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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