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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Mar 11. 2022

영화 『크립토주』와 존중과 배려

hwain_film 추천 no. 16

제목: 크립토주

감독: 대쉬 쇼

목소리 출연: 레이크 벨, 마이클 세라, 안젤리키 파푸리아

개봉: 2021


 동물원의 동물들은 갇혀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보호받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걸까. 생명 존중과 소수자 배려와 같은 심도 있는 주제를 기발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표현력으로 풀어낸 웰 메이드 애니메이션 영화, 크립토주를 소개한다.


 1. 감각적인 디자인, 직관적인 표현력


 이 작품은 충분히 호불호가 나뉠 법한 작품이다. 그림체가 다소 난해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고,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곧바로 시원한 공감을 얻기 어려울 만큼 무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비좁아 보이는 통로의 돌파구는 화려한 디자인과 발칙한 상상력에 있었다. 특히 초반 10분의 충격적인 인트로는 몰입감을 극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몸집을 키워가는 몰입감 아래에서 무거운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공감 능력을 자극한다.


 2. 재미있는 설정, 크립티드(Cryptid)


 크립티드(Cryptid)는 미확인 동물을 말한다. 어원은 '숨겨진'을 뜻하는 그리스어 'krypto'에서 기원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를 숨기고 살아가는 신비한 존재 크립티드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작품에 나타난다. 그런 크립티드들이 모아놓은 장소 '크립토주'에는 머리에 뿔이 달린 '유니콘'에서부터 초대형 문어 '크라켄', 눈을 마주치면 돌이 되어버리는 '메두사' 등 어디선가 한 번씩은 들어본 괴수들이 즐비하다. 이 재미있는 설정이 안 그래도 기묘한 느낌을 주는 그림체와 맞물려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묘하게 이끌고, 크립티드들의 다채로운 색감과 디자인에 보는 맛이 쏠쏠하다.


 3. 웃을 수 없는 속지


 이 작품이 분명 판타지적인 소재를 가졌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오히려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 감각적이고 화려한 디자인의 포장지 내면에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멸종하기 직전까지 따라다닐 숙제 '생명 존중'과 '소수자 배려'가 숨겨져 있다. 사냥꾼들에게 쫓겨 멸종될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려고 철창을 세웠지만, 철창 안에서도 인간들을 위해 소비되는 생명들의 안타까운 말로(末路)는 단지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 그들의 모습을 담은 우스꽝스러운 인형을 만들고, 서커스 무대에 올리는 장면에서 인류의 지난날이 떠오르는 건 비단 나뿐이었을까.


 4. 자연스럽게


 구조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올가미를 던지고, 보호라는 명목으로 철창에 가두는 이 아이러니한 행동들은 인간의 오만함에서 비롯되었다.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을 쥐락펴락하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겸손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소수자들을 돕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그들의 사지(四肢)가 되어주는 것 역시 오만한 태도다. 결국 '생명의 존중'과 '소수자 배려' 모두 자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물고기가 물속에서만 살 수 있듯이, 모든 생명들에게는 저마다 가장 자연스러운 공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각자의 자연 속에서 지낼 권리를 보장하는 것, 생명 존중의 첫걸음이자 소수자에게 가장 쉽게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이다.


 5. 한 줄 평- 모든 생명의 자기운명결정권을 보장할 때 비로소 풀어지는 존중과 배려의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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