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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May 08. 2023

영화『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와 서사의 힘

hwain_film 추천 no. 34

1. 제목: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2. 감독: 제임스 건

3. 출연: 크리스 프랫, 브래들리 쿠퍼,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디젤, 카렌 길런, 폼 클레멘 티에프 등

4. 네이버 평점: 9.42(2023. 5. 16 기준)

5. 개봉: 2023


 좋은 시리즈 영화는 회차가 거듭할수록 영화의 감동이 산술급수적이 아닌,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특히 서사가 하나둘씩 착실하게 쌓여 도달하는 시리즈의 마지막 편은 팬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더 이상 작품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커지다 못해 팬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그렇다. 9년 동안 차곡히 쌓은 감동을 크게 터뜨려 팬들을 몸져눕게 만든 웰메이드 마블 시리즈의 마지막 잎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을 소개한다.


 1. 엔드게임의 엔드게임


 작품에 귀추가 주목되었던 이유는 최근의 마블 시리즈 중에서 2018년의 <엔드게임> 이후 팬들을 제대로 만족시킨 작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름의 속사정(디즈니의 자체 OTT 서비스 육성, 배우들의 나이와 개런티 문제, 더 이상 새로울 수 없는 스토리적인 한계)도 있었겠지만, 팬들의 마음은 그리 너그럽지 못했다. 평점은 폭락했고 디즈니+의 가입자 수도 줄었다. 그런 상황에 이 작품이 구원투수처럼 등장했다. 2편이 개봉한 지 6년 만이었다. 효과는 굉장했다. 10여 년 간 쌓은 서사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엔드게임>과 같은, 어쩌면 그보다 더 큰 폭발력을 보여주었다. 작품이 끝날 무렵, 마블 시리즈의 완벽한 종결이 느껴졌다. 이보다 더한 감동을 줄 시리즈와 캐릭터는 이제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2. 떠나는 사람이 남겨질 사람에게 던지는 당부의 말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트릴로지는 제임스 건의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끝으로 시리즈뿐만 아니라 마블 전체와 작별한다. 그리고 경쟁사 DC의 CEO로 활동할 예정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작품에서 그가 연출에 어떠한 눈치도 보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디즈니 사상 최초인 'FUXX'을 대사에 사용하기도 했고, 12세 관람가 등급을 훌쩍 넘기는 듯한 잔인한 액션도 아끼지 않았다. 그간 마블에 버무려진 디즈니스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케빈 파이기(마블 스튜디오 CCO)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정도로 좋은 가치들이 잘 담겼다. 동료애와 자기다움, 편견의 극복, 성장까지.

 그렇다. 연출자가 숨기지 않고 드러낼 때 수많은 가치들이 영화에서 표현될 수 있다. 남겨질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을까.


 3. 좋은 시리즈 영화의 표본


 이 작품은 기존과 다른 어두운 분위기에서 작품의 초기 설정들을 설명해 서사를 더욱 촘촘히 보강했다. 여기에 서브 캐릭터들의 이야기조차도 놓치지 않고 적당한 호흡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니 마치 벽돌담 위에 진흙을 바른 듯이 두텁고 완벽한 서사가 짜였다. 감독은 이렇게 철통 같은 서사에 관객들을 가둬 놓고 독화살처럼 강력한 OST와 코믹한 대사들을 뿌려대며 150분 동안 공격한다. 신나는 노래와 9년째 만나는 오랜 친구들의 실없는 개그에 정신이 혼미해진 관객들을 향해 던지는 작별인사는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고,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간신히 참고서 겨우 맞이한 엔딩크레딧 양 옆으로는 그들이 9년 동안 담담히 걸어온 뭉클한 발자국들이 보이며, 쿠키 영상에서 로켓이 내뱉는 RED BONE 'COME AND GET YOUR LOVE'는 마침내 우리를 울리고 만다.


 4. 서사의 힘


 다시금 생각해 보면 말하는 너구리와 쫄쫄이를 입은 녹색 외계인, 발매된 지 40년은 더 된 해묵은 옛날 노래가 우리를 울렸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 우리는 왜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감동받은 걸까. 이 대목에서 제임스 건이 착실히 쌓아온 서사의 힘이 느껴진다. 그는 한 줄의 코믹한 대사를 위해 10컷의 대사를 사용하고, 한 컷의 서사를 위해 1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작품의 복도 액션씬을 비롯해 엔딩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장면들에서 감독이 그동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3부작을 이끌며 쌓아온 서사의 힘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듯했다. 서사의 힘은 작품의 1분과,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1초들이 모여 완성된다. 우리는 2014년에 각자의 찌질한 역사를 지닌 멤버들이 뭉치는 모습을 보았고, 2023년에 그들이 각자의 밝은 미래를 향해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결코 짧지 않은 이 시간 동안 영화 속 캐릭터들뿐 아니라 영화 밖의 우리들도 성장했음을 깨달았을 때, 서사의 힘은 눈부시게 폭발했다.


 5. 한 줄 평- I am g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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