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순간은 영원하다.
요 며칠 엄마와 함께 지내며 틈날 때마다 엄마의 일기장을 읽는다. 2007년부터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빼곡히 적힌 2권의 일기장이라 아직도 못다 읽은.
간단하게 몇 문장 쓰인 것뿐인데 그날의 소소한 행복들이 있었고, 결과를 알아버려 지극히 사소해진 큰 일의 가벼움, 생계를 전담하느라 늘 바쁘고 강퍅했던 엄마가 무심코 꺼내놓은 말랑한 감정 한마디. 아들만을 바라보는 몰빵 사랑인 줄 알았는데 딸들도 엄마 자식임을 남겨놓은 흔적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흔한 일상들이 담긴 엄마의 일기는 ‘지금, 여기, 사실’에 대한 기록이며 그 순간에 오롯이 존재했던 한 사람의 기록이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언급한 영원회귀가 떠오른다. 우주와 그 내부의 모든 사건들이 무한히 반복되며 회귀한다고. 같은 날에 태어나고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같은 학교, 같은 결혼생활, 같은 사고, 같은 갈등, 같은 아픔과 같은 기쁨을 느끼다가 같은 날 죽고 죽는 순간부터 또다시 동일하게 생이 반복된다고 말이다.
니체의 영원회귀는 인생은 짧고 오히려 순간이 영원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불확실한 미래의 목표를 향해 지금을 희생할 것이 아니라 영원한 지금 이 순간이 가치 있고 의미 있어야 할 텐데, 지금 이 순간은 내 평생의 삶보다 훨씬 긴 무한히 반복될 영원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니체는 반복되는 시간 속의 나를 부수고 자기 삶을 스스로 창조하는 주인이 될 것을 제안한다.
이 순간의 번민이, 이 순간의 고됨이, 이 순간의 번잡함이,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은가를 떠올려보니 요즘 고민하고 있던 일을 매듭짓기가 수월해진다.
영원회귀, 삶에 새로운 기준이 생긴듯해서 마음이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