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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컨 Feb 18. 2024

브런치 사용 6개월간 느낀 장단점 10가지

작년 9월경에 브런치를 시작했으니 어느새 반년이 흘렀습니다. 60개의 글을 올렸으니 한 달에 10개, 한주에 2개 이상의 글을 쓴 셈입니다. 매일 글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꽤나 꾸준히 유지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여전히 비루한 글솜씨가 아쉽습니다만 꾸준히 써왔으니 조금이라도 나아진게 이 모양이겠지요. 오늘은 그간 브런치를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적고자 합니다. 좋은 점 5개, 나쁜 점 5개로 총 10가지입니다.


장점 : 1) 글쓰기 편하다 2) 예쁘게 보인다 3) 검색이 잘된다 4) 내 글이 쌓인다 5) 자극을 받는다

단점 : 1) 글 읽기 불편하다 2) 에세이가 아니면 찬밥이다 3) 볼만한 글 찾기 힘들다 4) 내 글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5) 돈이 안된다   


# 브런치의 장점


1. 글쓰기 편하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 온전히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편집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제목 레벨, 글꼴, 글자색 등의 몇 가지 편집 옵션이 있지만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그냥 글자만 적어도 깔끔하고 그럴듯하게 보입니다. 한마디로 가독성이 좋다는 말씀인데, 이는 브런치 에디터의 기본 설정이 책 편집과 유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브런치 에디터의 정확한 설정을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만 줄간 160, 자간과 장평은 가변적으로 변하게 세팅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브런치 에디터가 줄간, 자간, 장평, 정렬 등을 편집하는 기능은 제공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대로 글자를 적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덧 눈에 잘 들어오는 글이 완성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브런치에서는 온전히 글쓰기에만 신경을 집중하게 됩니다.  


2. 예쁘게 보인다

앞서 말씀드린 글쓰기 편하다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별다른 편집을 하지 않고 적은 글도 상당히 그럴듯하게 보입니다. 온라인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종이책보다 좀 더 자주 문단을 나누고 글과 관련된 그림을 몇 개 찾아서 배열해 두면 엄청나게 공을 들인 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글을 보는 기기를 바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PC에서 적은 글은 PC의 커다란 화면뿐만 아니라 모바일의 작은 화면에서도 예쁘게 보입니다. 모바일에서 적은 글을 PC에서 열어봐도 위화감이 없습니다. 디바이스가 바뀌어도 어색하지 않은 편집 세팅이라니 놀랍습니다. 제가 브런치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의 8할은 편한 글쓰기와 예쁜 글모양입니다.


3. 검색이 잘된다

제가 브런치에 적은 글을 읽는 분들은 대부분 검색 엔진을 타고 들어 옵니다. 브런치에서 저의 글을 읽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 글을 쓴 당일에 한정되고, 그 이후에는 대부분 외부 독자들입니다. 평균적으로 브런치 독자의 비율은 10% 미만이고, 검색 엔진이 80% 이상입니다. 브런치만으로 충분한 독자를 확보하면 상관이 없겠습니다만 그렇지 않기에 외부 검색이 잘 된다는 점은 큰 장점입니다.

외부 검색은 글을 쓴 기간이나 분량과도 상관없는 듯합니다. 오랫동안 수많은 글을 쓴 경우나, 오늘 처음 한 편의 글을 쓴 경우나 검색 엔진의 간택을 받을 확률은 비슷해 보입니다. 검색 결과의 순위는 다르겠지만 검색이 된다는 사실은 동일합니다. 이는 브런치의 사이트 구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브런치는 다른 블로그 사이트와 달리 사용자별로 도메인을 배정해서 구분하지 않고 디렉터리만으로 구별합니다. 검색 엔진 입장에서는 브런치가 사용자별로 나뉘어 있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글 뭉치라서 브런치에 올라오는 모든 글들을 공평하게 등록해 주는 느낌입니다.


4. 내 글이 쌓인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6개월간 60개의 글을 썼습니다. 글의 길이가 짧아서 한 권의 책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분량입니다. 목차를 정하지 않은 상태로 썼기에 내용도 중구난방이라서 책으로 엮을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60개의 글꼭지라고 생각한다면 책 쓰기의 시작으로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6개 챕터와 10개의 소챕터로 구성한 책을 구상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쌓이는 글을 보면서 "글쓰기 실력이 늘고 있다는 기대"도 큰 위안입니다. 솔직히 실제로 그러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별거 아닌 글을 낑낑대고 쓰고 있으니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초고는 언제나 비루한 법이라고 스스로 세뇌하며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스스로 만족할 순간이 찾아오겠지요.


5. 자극을 받는다

4번의 글이 쌓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브런치에서 글이 인정받는 길은 3가지가 있습니다. 1) 외부 에디터의 눈에 띄어서 출간/기고 제의를 받는다. 2) 브런치 에디터의 간택을 받아서 브런치 대문에 글이 실린다. 3) 브런치 사용자의 선택을 받아서 라이킷, 구독자, 조회수가 늘어난다.

대부분이 기대하는 1) 외부 출판은 너무나 꿈같은 일이니 결국 2) 브런치 에디터와 3) 브런치 구독자의 선택을 위안 삼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저는 아직 대문에 글이 걸려본 경험도 없고 구독자와 조회수도 보잘것없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구독자, 조회수도 없었다면 지금처럼 6개월은커녕 6주도 버티기 어려웠을 겁니다. 꾸준한 글쓰기를 유지하는 자극을 저는 브런치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 브런치의 단점

1. 글 읽기 불편하다.

앞서 글쓰기 편하고 쓴 글의 가독성이 좋다는 칭찬을 했기에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브런치의 편리한 글 읽기란 화면에 펼쳐놓은 딱 한 편의 글을 읽을 때에만 한정됩니다. 그 한 편의 글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은 불편하기 짝이 없고 그 글과 비슷한 주제의 글을 찾는 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찾아서 읽는 경험은 오프라인 서점과 비슷하고 오프라인 도서관보다는 확실히 후집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선택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1) 키워드로 분류된 카테고리를 사용하거나 2) 검색 기능을 사용해서 글을 선택해야 합니다. 카테고리 분류는 처참한 수준입니다. MECE 하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글이 어디에 있을지 짐작하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하위 카테고리를 뽑은 것도 마찬가지라서 구분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카테고리가 레벨이라는 개념이 없고 해시태그의 역할만 하는 것 같기도 하는데, 아무튼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검색은 그럭저럭 쓸만한 결과를 뱉어냅니다만 너무 단순합니다. 검색 결과 내 재검색, 카테고리별 검색, 제목/내용 검색 구분 등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검색 기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글을 분류하는 카테고리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검색마저 어려우니 브런치에서 입맛에 맞는 글을 쉽고 빠르게 찾을 생각은 포기하는 것이 속편 합니다. 처음 온 오프라인 서점이라고 생각하고 전체 코너를 한 번씩 훑어봐야만 내가 보고 싶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2. 에세이가 아니면 찬밥이다.

에세이가 아닌 글은 브런치에서 환영받지 못합니다. 증거는 여럿 있습니다. 매일 브런치 대문에 걸리는 글들은 모조리 에세이입니다. 암이나 당뇨와 같은 불치병을 행복하게 받아들인 사람,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2억을 만들었다는 사람, 이혼해서 좋다는 사람 등의 수기가 대부분입니다. 해마다 열리는 브런치 작가 선정 프로젝트의 수상작도 대부분 에세이입니다.

사실 제가 1번 단점으로 꼽은 카테고리 분류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브런치의 글이 모두 에세이라는 가정을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전체 글이 에세이인데 여행, 그림/웹툰, 경제, IT 등의 소재를 추가로 구분했다고 하면 납득할 만합니다. 일상에서 떠오른 생각을 적는 수필이라면 엄밀한 구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할 필요도 없습니다.


3. 볼만한 글 만나기 힘들다.

브런치 대문에 게시된 있는 글을 보다 보면 포탈 대문에 게시된 뉴스 기사의 제목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같이 힘을 잔뜩 준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데, 클릭해서 펼쳐진 글은 대부분 평이한 내용입니다. 가끔씩은 허무할 정도로 짧은 내용이라서 에디터가 무슨 생각으로 뽑았는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브런치에서 만나는 글의 대부분이 에세이라는 점도 아쉽습니다. 저도 가끔씩은 에세이를 봅니다만 딱히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말랑말랑한 수필 속에서 원하는 글을 찾아 헤매다 보면 '내가 굳이 브런치에서 글을 봐야 하나?'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4. 내 글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와 같은 다른 사이트에 비해서 브런치의 사이트 관리 기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운영주체가 카카오로 동일한 사이트인 티스토리와 비교해 보면 명확합니다. 카테고리 설정, 공지사항, 서식관리, 댓글 설정, 통계, 스킨, 플러그인 등 티스토리에 있는 다양한 기능이 브런치에는 없습니다. 브런치가 작가의 글쓰기라는 컨셉에 집중해서 개발자스러운 번잡한 기능을 배제했다고도 이해할 수 있지만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브런치가 온라인 문집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능 보완에 성의를 보였으면 합니다.


5. 돈이 안된다.

다른 사이트는 온라인 배너 광고나 조회수에 연동해서 수익을 지급한다고 하는데 브런치는 그러한 기능이 없습니다. 지금의 구독자와 조회수라면 유명무실하지만 앞으로 활성화되었을 때도 동일하다면 서운할 듯 합니다. 하지만 브런치 자체가 수익모델이 없기에 사용자에게 수익을 돌려주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다른 블로그 사이트처럼 광고를 덕지덕지 붙이자니 컨셉에 안 맞고, 웹툰/웹소설처럼 노골적인 수익 플랫폼으로 변신하자니 자신이 없는 상황이지 아닐까 싶네요. 정확한 수지 상황은 모르지만 출판사로부터 받을 것으로 짐작되는 수수료 외에는 매출이 없을 테니 좋을 리 만무합니다.

사용자 수익 배분을 떠나서 브런치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찾았으면 합니다. 백업 기능도 없는데 망하기라도 하면 슬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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