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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컨 Apr 03. 2024

엔트로피의 법칙이 지배하는 경영 컨설팅

모래성처럼 흘러내리는 프로젝트를 쌓아 올리며

대부분의 컨설팅은 수고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입니다. 컨설팅이 대단한 일이라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컨설팅은 여럿이 모여서 상당한 기간을 두고 협업하는 프로젝트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여러 컨설팅사가 참여하기도 하고, 하나의 컨설팅사 안에서도 여러 조직의 구성원들이 모여서 프로젝트를 하기도 합니다. 컨설팅을 의뢰한 고객사의 담당자도 여럿이 참여하기에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소속의 여러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입니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인 연합군이기에 모두의 뜻이 같기는 쉽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뜻을 확인하고 맞추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렵사리 의견일치를 이루었다 한들, 시간이 지나며 상황이 바뀌면서 최초에 합의했던 방향성을 잃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초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슈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슈의 유형은 다양합니다. 새로운 요구사항이 발생해서 프로젝트의 범위가 바뀌거나 기존의 요구사항이 대폭 수정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팀원, 고객 사이의 오해와 갈등, 건강 문제로 인한 휴직, 타사로의 전직으로 인한 팀원의 이탈과 같은 사람에 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관련된 다른 프로젝트의 일정이 변경되어 이를 맞추기 위한 일자 단축이나 연기도 비일비재합니다.


프로젝트 범위, 자원, 일정에 대한 이슈가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만 때로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해서 골머리를 썩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객사 프로젝트 담당임원이 교체되거나 경영상의 악재로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경우도 흔하지는 않지만 발생하는 일입니다. 프로젝트의 규모와 기간이 길어질수록 발생하는 이슈의 유형과 빈도는 비례해서 증가합니다.


프로젝트는 자연계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세상만물은 시간이 지나며 끊임없이 헝클어지고 본래의 형체를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피하지 못합니다. 거대한 바위는 비바람에 깎이며 부서져서 돌이 되고, 더 잘게 부서져서 흙이 되고 먼지로 변해서 사라집니다. 동식물도 태어나서 노화하다가 결국 사멸합니다. 한때는 활력이 넘치던 몸체는 나이를 먹을수록 힘을 잃고 쓰러지며, 사체는 부패하며 형체를 잃어버리고 한 줌 흙으로 돌아가서 끝내 사라집니다. 모든 무생물과 생물은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흩어지는 과정을 겪으며, 이 과정은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되돌리지 않습니다.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현상을 과학자들은 엔트로피의 법칙이라 부릅니다. 이때의 엔트로피는 흩어진 정도를 의미합니다. 자연계에서 모든 사물은 엔트로피가 증가해서 무질서한 상태로 변하며, 엔트로피를 낮춰서 질서를 잡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바닥에 떨어져서 깨진 유리잔을 본래의 형체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조각난 유리 파편을 일일이 모아서 붙이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깨진 유리조각이 저절로 붙어서 유리잔으로 돌아가는 기적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한때는 너무나 순탄하여 무료하기까지 했습니다만,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이슈를 해결하느라 정신없는 한 달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다짐도 공염불이 되었고요. 아직도 혼란의 와중입니다만 제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넋두리이자 저와 같은 처지의 분들에게 보내는 응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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