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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컨 Jul 04. 2024

링크드인, 해킹 당하다

도대체 해킹을 왜?

두 달쯤 전의 일이었습니다. 링크드인으로부터 1촌 수락을 알리는 메일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링크드인은 10년 전에 계정만 만들어 두고 거의 들어가지 않기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아, 나도 링크드인 계정이 있었지...' 하는 정도였습니다. 기억도 못할 옛날에 제가 보냈던 1촌 신청을 누군가 뒤늦게 수락했다고 여겼죠. 하지만 제가 알지도 못하고, 더구나 알고 싶을 리 없는 외국인들의 1촌 수락 메일을 보고서야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링크드인에 접속했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저의 성별, 국적, 이름, 학력, 경력 등 모든 정보가 엉뚱한 사람으로 뒤바뀌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링크드인의 오류인 줄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링크드인으로 잘못 로그인된 줄 알았죠. 그래서 로그오프를 했다가 다시 접속했습니다. 정상적인 계정이 나오리라 기대하면서요. 하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는 '올리브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홍콩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코즈매틱/메디컬 산업의 투자 자문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링크드인 계정이 해킹된 사실을 깨닫자마자 즉시 비밀번호를 바꾸고, 2차 인증을 걸고, 모든 프로필 정보를 삭제했습니다. 해킹당한 기념으로 캡처를 해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당시에는 그럴 정신이 없었습니다. 허겁지겁 개인정보를 변경한 이후에야 해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해커는 10명 정도와 채팅을 했습니다. 채팅의 내용은 유사했습니다. 자신이 홍콩에 사는 올리브이며, 연락이 닿아서 반갑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기, 피싱, 몸캠 등 범죄에 사용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그럴 뻔했다는 생각에 오싹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링크드인 계정에는 1촌 신청을 수락한다는 메시지가 계속 들어왔습니다. 해커가 뿌린 1촌 신청에 뒤늦게 답을 한 경우였습니다. 다시 링크드인에 접속해서 1촌 신청 내역을 찾아보니 무려 200개였습니다. 나이, 직업, 국적은 다양했지만 공통적으로 남자들에게만 신청한 것이 특이했습니다. 링크드인은 1촌 신청을 한꺼번에 취소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에, 하나씩 취소하느라 손가락이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번거롭긴 해도 모르는 사람과 연결되기는 싫었기 때문입니다.


요약하면 해커는 여성을 가장해서 다수의 남자들에 접근해서 상상하기도 싫은 일을 벌이려 했으나, 제가 계정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친 사건이 되겠습니다. 해커가 비밀번호를 왜 변경하지 않았는가는 의문이지만 저로서는 천만다행입니다. 링크드인에 계정이 있지만 잘 쓰지 않는 분은 본인의 계정이 무사한지 확인해 보시길...  저처럼 엉뚱한 사람으로 둔갑해서 이상한 일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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