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보면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게 만약 진짜라면 말이다.
도플갱어를 봐서 죽음이 찾아온걸까 아님 죽을 때가 되면 도플갱어를 보게 되는걸까?
그러니까.. 만약 전자라면 도플갱어가 마치 죽음을 점지하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거나
또는 못된 악마같은 그놈이 무슨 이유에선지 나를 제거하려고 내 얼굴을 뒤집어쓴 채로 불쑥 나타난 거거나
그도 아니면 심약한 인간의 심장이 본인과 똑닮은 존재를 본 후 너무 놀란 나머지 뻠핑(ㅠ)할 힘을 잃고 죽음에 이르르거나인데 말이다.
그런데 말이지.. 어쩌면 그들은 그냥 죽을 때가 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본능적으로 개체의 죽음을 알아챈 무의식이 그 개체가 평생을 갈구하던 것을 삶의 마지막에 형상화해 보여준 것은 아닐까?
사는 내내 하나의 육체와 정신에 얽매여 사는 인간은.. 그 존재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지 않는 이상 어쨌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아니 사랑까지는 거창할지라도 딱 견딜 수 있을 만큼은 좋아하는 거다. 아니 어쩌면 자살도 존재를 괴로움에서부터 해방시키고자 하는 행위이니 그또한 지극한 사랑과 희생의 행위라고도 볼 수 있겠다.
좋은 일이 있으면 웃고 부당한 일을 당하면 화를 내고 비가 오면 우산을 펴고 모기가 팔에 앉으면 모기를 지체없이 살해하고 뭐 이런 일들은 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위다.
이토록 지고지순한 지켜냄의 행위를 과연 누구에게 또 할 수 있단 말인가? 없다. 진짜 없다.
심지어 잠이 들어 펼쳐지는 꿈 속에서도 이런 행동들은 깨어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꿈 속이라고 해서 다짜고짜 나를 해하거나 죽이거나 억울함을 즐기거나 하는 경우는 (뭐 나름의 믿는 구석이 있지 않는 한) 없다.
알고보면 우리는 투애니 포 세븐 나를 향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만큼이나 지독히 사랑하는 자가 제일 가까이에 숨쉬고 있는데 그 대상은 대상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나 자신이고, 나는 죽을때까지 나 자신을 마주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막말로 나와 키스를 할 수도 포옹을 할 수도 내가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을 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거울 속의 그와 사랑에 빠지기엔.. 세상사람들 보는 눈도 있고 나르키소스의 실패 사례도 있고 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서둘러 남을 사랑하기로 마음먹는데, 습관 못 버린다고 타인을 사랑한답시고 떠들어대지만 결국엔 자기애의 곁가지 정도나 뻗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나약한 존재라서 타인을 원하지.
따지고 보면 사랑이란 건 확고부동한 자기 편, 그러니까 또다른 자기를 만들려는 일이잖아.
그게 귀찮아서 그냥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고.
사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니까.
은희경-그것은 꿈이었을까
내가 아 하면 어 하는 누군가를 찾고 발바닥 점이 닮았네 하며 같은 구석을 찾고 닮은 누군가를 만나 또다른 나를 만들고 어디에서든 또다른 나들끼리 뭉치고 흩어지고 가끔 아니 자주 하루에도 수십번씩 거울을 보고...
그렇게 평생동안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 모두에 걸쳐 간절하게 갈구한 것이
절대자의 배려인지 또는 뇌세포가 짜낸 셀프구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죽기 전에 불쑥 내 앞에 마법처럼 펼쳐지는 거다.
그간 고생했다, 여기 네가 그리도 찾아헤매던 너다, 하면서 소원 한 번 들어주는 거다.
근데 또 인간이라는 우리는 언제나처럼 무색무취함에 익숙해져 기적 앞에서는 덜컥 겁을 집어먹고 때로는 혐오를 느끼고.
그래서 진짜 나를 마주하는 것은 죽음만큼 두려운 일이 된다.
만약 어느날 복잡한 강남역 사거리에서 우리 집 앞 횡단보도 여섯개짜리 교차로에서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비를 피해 들어온 이름모를 카페 안에서
나와 똑같은 나를 만난다면... 그 때 죽음을 먼저 떠올리지는 말아야지.
드디어 너구나 하면서 안아줘야지.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줘야지.
아니, 그보다 언제 만날 지 모르는 도플갱어 이전에.. 나는 내 소원이 꽤 멀리 있는 줄만 알고 살았는데
어쩌면 평생을 찾아온 게 지금의 나였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알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가야지.
근데 진짜 도플갱어란 게 있을까?
그러니까 그들도 살아 있는 자기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면
자기를 사랑하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거야.
살아 있는 자기의 영혼을 만난다, 멋진 환상이지.
하지만 그런 일이 진짜 있을 게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