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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근엄마골골여행 Mar 08. 2024

50살 넘어 시작한 혼자여행

코로나가 바꿔놓은 용기

2년 전 반백살이 넘은 나는  

코로나19로 3년을 칩거하고 우리 가족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역병을 치르는 통에 지쳐갔다.

더불어 유행하던 연예인 병(?) 공황장애도 나에게 와줘서 활동적이었던 나는 집콕하고 있었는데...

정신치료상담사인 지인이 “혼자 하는 여행”을 하라고 권유받았다. 

평생 타인에게 집중되어 있던 에너지를 나에게 돌려보라는 처방이었다.

자주 가던 제주도로 무작정 떠나 17일간 혼자 도전해 보았는데 

두려움 보다 더 멋진 시간이었다.  

첫 3일은 무서워서 잠을 못 자다가 상당히 지저분한 함덕 바다뷰 호텔에 적응하니 

나중엔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게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사고를 친다.

0개 국어에 체력도 저질인 늙은 난, 틈나면 미친 듯이 각종 포인트로 전환해서 모아놨던 항공 마일리지로 일 년 후 파리 행 티켓을 예약을 했다. 

마일리지 예약은 일 년 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일단 가는 것은 예약을 했는데 오는 비행기를 못 잡아서 <paris 40일> 여행 일정이 운 좋게도(?) 만들어졌다.

행복하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2023.4월 1년 후 여행을 계획한다.


어릴 때 봤던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 몽마르트르 언덕의 추억>을 가슴에 품고...

구글 파리 지도를 중심으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호텔 예약하기...

내 경제적 상황에 적합한 숙소를 꼼꼼히 파헤치기 시작!

<에어 비 앤비>는 청소나 보안등이 불안하고(조금 고장 나도 엄청 청구한다는 썰이 있고

인도네시아 발리를 예약할때 이상한 주인 때문에 안좋은 기억도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젊은이들 자는 곳이라 친구를 사귀고는 싶지만 언어도 안되고 분실의 위험도 있고 제일 큰 단점은 호텔에 비해 싸지 않았다.


평생 처음 가는 파리인데 까짓 껏 3성 호텔로 서치 후 동서남북 4군데를 정하고 베드 버그 안 나오겠구나 싶은 호텔 위주로 눈알 빠지게 검색한다.

아마 1년 동안 파리의 모든 3성급은 다 봤을 것이다.^^~

부자들은 3일 전에 비행기나 숙소나 예약을 한다지만 

나는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처지라 정말 즐겁게 숙소를 찾았다.

여행의 시작은 비행기표 예매이고 여행의 끝은 숙소 예약이다.

그 다음은 복불복..여행 변수의 즐거움이다.

김영하 작가가 말했듯 여행은 사고가 나야 멋지다고...아무 사건 없는 평안한 여행은 여행이 아니고 기억도 안난다...말에 동감한다.나도 힘들었던 여행만 기억에 선명하니... 

게다가 우리 나이엔 노쇠하신 부모님의 건강이 변수라서 취소가능한 예약으로 해놔야 한다.

7년 전쯤 취소불가 홍콩을 예약했다가 시아버님이 위독하다는 바람에 100만 원을 공중에 날렸던 경험이 있다. 나중에 시아버님이 급 회복하셔서 "사망신고서"가 있어야 환불된다는 말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취소가능 예약이면 결재를 해놨어야 하는데 유로가 더 떨어질 거란 바보 같은 생각에 나중 결재를 선택하고 아차 싶었다.다시 결재하고자 시도했지만 못하고 결국 1년 후 위드코로나와 더불어 유로상승!!! 

현지에서 100만 원의 호텔비를 더 지불해야 하는 쓰라린 결론.

지금은 더더더 오른 호텔비에 나름 위안을 한다.     

코로나로 동양인 혐오 범죄가 많다고 해서 주변에서 다 말렸지만 

전쟁 같은 코로나 3년을 겪어보니 결국 <죽기 밖에 더 하겠나>라는 생각에 

잔고 없는 내 통장별명 <몽마르트르 가자!>를 보며 다짐한다.

절대 취소 안 하고 가보기로...     


10시간 비행 후(지금은 전쟁때문에 비행시간이 더 늘었다) 처음 가는 파리/드골 공항에 내려서 캐리어 두 개를 끌고 대중교통은 소매치기 무서워 택시 타기로 결정. 

수많은 유튜브 보면서 눈에 익혀놓은 파리공항은 안심이 된다.

택시는 다행히 정찰제 여서 실랑이 할 필요가 없다.

유투브에서 본 대로 택시 승강장으로 가니 익숙한 화면이 보이고 난 안심을 하고 안내원의 손짓에 따라 

택시를 무사히 탔다.

호텔까지 가는 길은 잔뜩 흐리고 택시로 달려와 구걸하는 사람들의 낯설음과 여기가 파리라는 기쁨은 커녕 날씨처럼 우울하고 무섭고 혼자라서 엄청나게 두려웠다.

아..... 여기가 그렇게 오고 싶었던 파리구나.

그래 난 그렇게 원하던 파리에 온거야...행복해 행복해^^ㅜㅜ

다들 지금도 물어본다.

어찌 혼자 파리에서 40일을 있었냐고....

세상에 혼자 던져진 느낌...영어도 못하는 70년 생인 늙은 내가 외국을 처음으로 혼자 자유여행하는 이상하고 오묘한 두려움과 떨림... 

이 여행이 글을 쓰는 1년 후 지금 나에게 얼마나 보석 같았는지 그때는 미처 몰랐다.

PARIS야... 드디어 언니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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