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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yang Dec 25. 2023

흐트러짐의 미학

벤쿠버에 사는 아들 며느리 손녀가 왔다. 둘째를 출산했고 우리집에서 두달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가들을 위한 대청소가 시작되었고 최선을 다해 아가들을 맞았다. 남는방하나를 아가방으로 만들고

나름 예쁘게 꾸민다고 준비했었다. 나에게는 너무 귀한 시간이어서 설레는 맘으로 맞이했었다.

아들은 사업때문에 먼저 벤쿠버로 갔고 며느리는 이제 한달된 둘째를 좀 키워서 갈 예정이었다.






어른들의 청소의 개념이 뭐랄까 정리후 청소기 물걸레 청소기였다면 아가들을 위한 청소는 좀 달랐다.

정리되지 않는 정리 후 청소기 소독 청소기 정리.....  끝나지 않는 일과였다. 깔끔하게 살던 우리에게

또 다른 인테리어를 보여준 우리아가과의 시간에 너무 감사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일줄 상상도 못했다.

각도 채도 명도는  무시 기능 편리 신속이 우리집 거실의 기능이었으니까.  나는 곧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리되지 않아도 되는구나. 이거도 예쁘네. 내 고정관념이 또 심했네. 나에게 안겨준 흐트러짐은 그동안 픽스된 내 감각에 자극을 주었다.  흐트러짐의 미학이 주는 편함이 있었다. 손녀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어질러짐을 얼마나 참아냈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다. 충분히 받아들이고 참을수 있는 건 내 손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형화되고 익숙해져서 절대 흐트거지지 않던 나의 사고에 많은 상상력을 준것에 감사한다.



 "무엇이 중헌디" 라는 말은 진짜 명언인 것 같다. 세상의 가치가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모아지면 그이상의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형화된것도 없고  짜여진 메뉴얼도 없다. 오직 아이들이 하고싶은 것을 하고 우리는 도와주고 치우려하지 않았다. 재미있게 나도 같이 놀아봤고 웃어봤다. 아니 더 어지르고 놀았다. 내년에 우리가 만날때까지 이 사진은 나에게 참 소중하다. 함께 한 추억이고 공간활용의 극대화의 삶이었고 내가 해 왔던 그 어떤 인테리어보다 훌륭하기 때문에 ....

자유를 느끼는 순간이 곧 인테리어의 시작과 끝인것임을 안것 같기도 하다. 물론 아이들이 다시 벤쿠버로 돌아간 후에는 우리는 다시 우리의 가치로 돌아왔지만...우리손녀들 덕분에 나는 핑크라는 색과도 친해졌다. 핑크가 이렇게 예쁜색인줄 몰랐다. 생각도 변하고 색상도 변했다. "무엇이 중하랴." 디자인 ? 브랜드? 컬러? 아니다.

"너희가 좋아하면 돼... 할머니 할아버지 집이 재미있었어. 그거면 족하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색은 절대 화이트가 아니었다. 예쁜색이 있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컬러들이 주는 다른  느낌들과 생각들이었다. 음식에서 그릇에서 옷에서 신발에서 그들의 눈에 보이는 모든색은 아름다우며 색을 만들고 그리고하는 창조의 행위를 통해 세상을 배우게 해야 한다. 나의 틀을 깨워준 손녀들의 가르침이었다. 그색은 꽃의 색이고 잎의색이고 생명의 색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유년시절은 어땠을까?  무슨 색을 좋아했을까? 왜 이렇게 예쁜데 나는 다 버리고 하얀색만 좋아했을까?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아이들의 색 우리 손녀들의 색을 받아들이고 좋아해볼 생각이다. 그중에서도 핑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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