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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yang Dec 25. 2023

꽃을 그리다 꽃을 만나다

내가 사는 곳의 문화센터에는 다양한 취미생활이 있어서 골라서 배울수 있다. 그러다 만난것이 민화였다. 민화가 뭔지도 솔직히 몰랐다가 조선시대 문인화에 반대되는 개념의 서민들의 그림이라는것 그리고 그림에 재주가 없어도 그릴수 있는 본이 있다는것 그래서 누구나 그릴수 있게 했다는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본을 따서 색을 칠하게 되는데 잠깐의 수업으로도 그림이 되는게 신기했다. 몰입도 장난아닌 나는 금새 배웠고 획일화 싫어하는 내 성격상 다른 컬러의 다른 문양도 해보고 싶어졌는데 선생님은 그런 내가 맘에 안드시는것 같았다. 뭔가 빨리 배우고 빨리 알아차리는데서 오는 거부감을 가진 선생님들이 꼭 계신다.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말이다.




근데 이 민화의 근본 취지가 무엇인가. 창의성아닌가. 나는 그라데이션이 싫어서 다 색칠하면 이게 뭐냐는 식의 시선이 갑자기 나에게도 그반응은 뭐냐라고 똑같이 되물었다. 본은 같아도 다 다른느낌이 있다는것이 매력인데 굳이 같은 계열의 색만을 권하는거랑 표현의 터치같은것도 똑같게 그게 원칙이라고 하신다. 물론 원칙먼저 알아야 한다. 그 다음이 창작이다. 근데 내가보는 관점에서 달리그리면 안되는건가?  겨우 기초만 띠고 3개월만에 그만 배우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씩이었으니까 뭐 횟수로 따지면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집에서 독학으로 열심히 그렸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만 본을 떠서 꽃의 어떤 부분을 크게 강조할수 있었다. 나는 주로 꽃을 위주로 많이 그렸다. 빨리 그리는 편이라 다양한 작품의 형태로도 만들었었다. 전통한지와 풀의 조화는 좋았다. 딱풀로 그림그린 한지를 나무위에 붙혀서 비싼 화방에서의 표구없이도 작은 액자를 만들 수 있었다. 그 때 혼자 진짜 많이 그렸었다. 그러다가 진짜 꽃을 만지고 배울수 있는 강좌를 만나게 되었다. 플로리스트 과정이었다. 평면으로만 느끼던 꽃에서 3D의 느낌에 향기까지 수업이 끝날때마다 느껴지는 내 품격의 상승도랄까?ㅋ 집안분위기까지 그림에서는 못 느꼈던 생생함과 리얼이 주는 감동이 있었다. 꽃을 만진 이후에는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났다. 꽃을 처음 만나던 날 만났던  수선화 들국화 코스모스같은 꽃동기들.... 꽃을 좋아하고 꽃을 보듯 나를 봐주는 마음 예쁜 사람들을 만났다. 일주일에 한번씩 같은 꽃을 보고 같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꽃동기들과의 교감 또한 중요한 내 인생의 페이지가 되었다. 우리는 항상 웃었고 그렇게 함께 아름다움을 예사로 여기지 않는 같은 마음으로 여행도 다니고 커피도 마시는, 때로는 서로서로에게 자극도 줄 수있는 사람들이 되었다.  결국에는 사람이었다. 꽃을 그려보고 꽃을 만져보고 꽂아보고 결국에는 그것들 보다 감동을 주는 것은 언제나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눈을 가진 우리들은 전시회 여행 쇼핑의 동지들이다. 위아래가 없고 재산의 많고 적음이 없고 결집하고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포인트는 꽃을 보는 마음이다.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는 마음이다. 해마다 연말에  최고로 예쁘게 단장을 하고 우리집에서 작은 우리들만의 파티를 한다. 꽃이름을 하나씩 지었었고 꽃을 부르면 그들이 돌아본다. 올해초에는 제주도 가을엔 부산여행을 갔다. 지는 석양에서도 달리는 기차에서도  맛있어 보이는 근사한 플레이팅에서도 혹은 작은카페 구석의 꽃에서도 아름다움을 보는 마음들이 있어 행복하다. 여행과 꽃 커피와 수다 패션과 쇼핑을 좋아하는 우리팀의 모토는 아쉽게도 지속적인 소비이다. ㅋㅋㅋ




우리들은 우리 삶의 주체이다. 주도적으로 창조하고 이어간다. 조금이라도 게으른 생각을 하면 아름다움은 이어갈수 없다.중년의 줌마들이  노력해서 얻어지는 댓가 또한 즐겁다한쪽  행복하다 한쪽의  조각케익과도 같은  여러가지 맛으로 다가온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는것이 아니라 이어가지 않아서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오는 사람들중에서 잡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것이다. 누군가가 내손을 잡아준다면 잡혀줄 것이고   내가 누군가를 잡고 싶다면 더 꼭 잡고 있을것이다. 내게 소중한 게 꼭 혈육으로 이어진 사람들만일까?  긴 테이블 하나만 있으면 몇시간이라도 앉아서 떠들수 있는 사람들을 가진 나는 행복하다. 남들의 삶에서도 나보다 훨씬 가치있는 것들을 알수 있기도 하고 이 시대에 같은 음악을 좋아하고 공유하고 같은 드라마를 이야기하고  같은 가치를 느끼는 것 그것이 주는 연대감이 좋기도 하다.  서로를 꽃을 보듯 보는 우리는  진짜 꽃이다. 진짜꽃들의 모임 flory.

                                                                                                                     - floryforever



빈이도 꽃향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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