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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심리사 김종운 Feb 25. 2022

MBTI를 바로 알자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다양한 상처를 입는다. 이는 몸뿐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로서, 스트레스와 불안 등 여러 요소로 인해 사람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가끔은 잘 낫지 않아 애를 먹는다. 이로 인해 감정이 불안정해지거나,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우울에 빠져 무기력해지는 때도 있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검사를 하듯이,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도 검사를 필요로 한다. 병원에서 행하는 검사로서 혈액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CT, MRI 등 다양한 종류가 있듯이, 심리 검사도 MBTI, MMPI, KFD, HTP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 중 MBTI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많이 알려진 검사이다.


MBTI는 한 사람의 심리 전반에 걸친 대략적인 형태를 확인하는 검사로서, 건강검진에 비유한다면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는 체형 검사와 비슷하다. 키와 몸무게를 정확하게 알면 여러모로 일상생활에 도움이 된다. 옷은 어떤 것을 입어야 할지 음식은 어떻게 먹는 게 좋을지 많은 부분에서 참고가 된다. MBTI 역시 그러하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편하고 어떤 상황에서 불편하며 내가 일상생활에서 좀 더 에너지를 집중하고 힘을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에서 떠도는 MBTI와 관련한 담론을 보면 의아한 내용이 적지 않다.


체형 검사를 해서 키가 190cm가 나온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한다고 상상해보라. ‘너는 키가 크니까 꼭 농구를 해야 해. 농구를 안 하면 너는 인생 망하는 거야.’ 이 말을 듣고 인정할 사람이 있을까?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닌데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렇듯 키가 크다고 꼭 농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처럼, MBTI 결과를 보고 누구를 절대 만나서는 안 된다거나, 무슨 일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듯이 말하는 것 또한 함부로 단언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건 과해도 너무 과한 해석이다.


요즘 신세대들 이른바 MZ 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왜 MBTI에 빠져드는 걸까? 이는 관계의 과잉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선시대 같은 농경사회였다면 하루에 접촉하는 사람의 수는 많아야 열을 넘지 않을 거다. 한양 같은 큰 도시에 살았다 해도 하루에 백 명을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고 직접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각종 방송매체와 SNS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어, 평범한 사람도 여러 커뮤니티의 글과 댓글 그리고 방송 등을 통해 직접 혹은 간접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접촉하는 사람이 하루에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수만도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카톡을 켜면 문자를 보낼 수 있는 목록이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데이팅 어플을 켜면 엄청나게 많은 이성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사람의 시간과 노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그 많은 SNS와 연락처 및 데이팅 어플의 목록에 일일이 다 관심을 기울이고 전부 다 가까운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평범한 사회적 관계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수많은 목록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프로필 사진이다. 이른바 ‘프사 불리는 프로필 사진을 보고 말을 건넬지 혹은 친해질지를 우선 결정한다. 외모가 너무나도 중요한, 최고의 스팩으로 간주되는 상황이 되었다.


너무 많은 관계의 목록이 존재하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을 깊숙이 알아낸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얼굴, 몸매, 키, 체중, 직업, 사는 지역, 차종 등 가시적으로 드러난 조건들이 관계의 시작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금이라도 더 잘 생겨 보여야 하고 조금이라도 더 돈이 있고 더 좋은 차를 가지고 더 좋은 집에 살면서 더 잘 나가는 듯이 보여야 내가 원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고 가까워질 수 있다. 취업뿐 아니라 이성을 만나고 친구를 사귈 때도 엄청난 스팩 경쟁이 필요한 세상이 된 것이다.


이렇든 가시적 조건에 의해 관계가 휘둘리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런데도 사람은 본능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안정된 관계를 통해 얻어지는 애착 감정을 원하며, 이러한 애착 관계는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외모나 재력 같은 조건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직관적으로 깨우친다.


그렇기에 관계를 시작하고 발전시켜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상대의 내면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기를 원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내면의 정보는 아주 사소한 것조차 알아내는데 제법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넘쳐나는 관계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들은 이제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간편한 방식을 찾고자 하고,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혈액형과 별자리 같은 것들이었다. 조금 연배가 있는 분들은 띠, 사주 혹은 성씨 궁합 같은 것들을 언급할 것이고 ‘4년 차이는 궁합도 안 봐’라는 말을 하는 어르신들도 있을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MBTI가 내면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에 부응하며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었다. MBTI는 그래도 나름 객관적 데이터의 축적을 통해 개발된 과학적 심리검사라고 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적으로 개발되었다 해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전혀 과학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쓰여질 수도 있다. 현대 과학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자동차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처럼 말이다.


MBTI는 잘 활용하면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MBTI는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며 그저 참고사항일 뿐이다. 사람의 몸에는 키와 골격처럼 쉽게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체중과 근육처럼 충분한 시간을 들여 변화하는 부분이 있고, 피부와 머리카락처럼 단 며칠 사이에도 크게 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마음도 그러하다. 쉽게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금세 휙휙 변하는 부분도 있다.


MBTI로 알아낸 정보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변화의 여지가 있으며 동시에 개개인의 취향과 의지에 따라 충분히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너는 I니까 사람 많이 만나는 직업은 절대로 하면 안 돼’라는 식으로 낙인을 찍는 건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MBTI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이해하고 잘 활용할 수 없다면 그냥 가볍게 재미로 보고 넘기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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