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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심리사 김종운 Mar 10. 2022

나는 마음의 왕국을 다스리는 왕이다


기분이 가라앉고 무기력해지는 느낌이 들면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이 위로하는 말을 건네곤 한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등등. 그리고 어떤 때는 유치하지만 좀 과장된 말을 만들어 나 자신을 다독일 때도 있다. 


나는 마음의 왕국을 다스리는 왕이다. 


요즘은 날씨 탓인지 많이 피곤해져서 이런 말들을 더 자주 하게 된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우선 몸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소소하지만 다양한 감각들을 음미해본다. 어딘가는 가렵기도 하고 어딘가는 불편하기도 하고 또 어딘가는 뻣뻣하니 굳어진 느낌도 있다. 부드럽게 몸 여기저기를 만져주고 풀어주며 다시 내면을 계속 들여다본다. 


잊고 있던 할 일들이 생각나고, 최근 생각대로 되지 않아 조급했던 기억과 불편했던 감정들이 떠오른다. 체중 감량을 위해 올해는 제대로 운동하기로 했는데 오늘도 헬스장에 가지 않았다는 생각에 죄책감과 후회도 올라온다. 


내 안에는 여러 가지 욕구가 있고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꼭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운동을 하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과 운동을 하기 싫다는 마음이 동시에 부딪히고 갈등을 일으킨다. 


그런 때 나는 아서왕의 전설에 나오는 원탁을 상상한다. 둥글고 큰 테이블에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둘러앉아 평등하게 의견을 나누었다는 전설은 소통과 타협의 상징물과도 같은 느낌이다. 


그 원탁에 내 안의 여러 역동이 둘러앉아 있는 모습을 그려본다. 운동하고 싶은 마음과 하기 싫은 마음 그리고 중재하는 마음과 관심이 없는 마음 등 여러 마음이 제각기 주장하며 떠들고 나는 왕처럼 그들을 지켜보며 귀 기울여 듣는다. 


나는 마치 근엄한 왕처럼 무게를 잡고 앉은 채, 여러 마음의 의견을 들으며 소통하고 타협할 방법을 찾는다. 혹여라도 어떤 마음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일이 없도록, 모든 마음이 할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모든 마음이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 운동하기 싫다 외치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마치 인내심 강한 부모가 말을 듣지 않는 자녀를 대하듯 어떻게 달래면 좋을지 고민해보지만,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마음이 무조건 잘못이라고 여겼기에 답이 나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운동을 하고 싶어하는 것도, 하기 싫어하는 것도 모두 내 마음인데 한쪽이 잘못된 것인양 미리 답을 정해놓고 결론을 내려 하면 결국 내 마음의 일부를 무시하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운동을 할 때마다 힘들었고 피곤했다는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스스로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마음에도 충분히 이유가 있고 설득력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동시에 나에게 운동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긴다. 


두 마음 사이에 타협점을 찾아야겠기에 조정을 해본다. 헬스장에서의 운동량을 조금 낮춰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중량과 횟수를 조금 내려 운동량을 줄여 보면 좋을 것 같다. 대신 운동을 하러 가는 횟수와 날짜는 충실히 지키는 걸로 정해 본다. 그리고 선고를 내리듯 또박또박 정한 바를 말한다. 


내 마음들은 이제 만족을 할까?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마음속 어수선함은 잦아들었지만 아직 내 마음은 아니 나 자신은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항상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내 마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운동을 꾸준히 하다가 또 다른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때 또다시 내 마음들이 말하는 바를 귀 기울여 듣고 타협할 방향을 찾으면 된다. 


아직 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에 믿기 위해서는 항상 증거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했는지를 따지고 규정하고 때로는 닦달하며 나를 들볶는 일이 많은듯 하다. 그러나 오늘처럼 내 안의 마음들과 꾸준히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믿음을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냥’ 이유 없이 나를 믿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나를 온전히 믿을 수 있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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