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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심리사 김종운 Apr 21. 2022

ISTJ, 열망을 열망한다.

며칠전 MBTI 기초교육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심리검사 관련 조그만 사업을 해보고 싶은 게 목표인지라, 이와 관련해서 MBTI 검사지 구매 자격을 얻기 위해 교육을 받았는데 생각 외로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 의외로 나는 검사 쪽이 적성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교육을 받으면서 내 심리유형도 봤는데, ISTJ가 나왔다. 꼼꼼하게 계획을 짜서 움직이는 걸 선호하고 그대로 잘 실행했을 때 내가 참 열심히 산 것 같은 뿌듯함과 만족감이 올라오는 걸 보면 확실히 ISTJ가 맞긴 맞는 것 같다. 물론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으로 글씨를 써도 개발새발로 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듯이 ISTJ라 하여 꼭 계획대로만 움직인다고 단정 짓는 것도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ISTJ의 약점은 직관과 감정이 부족하다는 것. 특히 열등 기능으로 Ne를 꼽는 걸 보면, 외부세계를 향한 직관이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는가보다. 나 같은 경우는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계획을 세우는 건 좋아하지만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목표가 필요하고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향한 열망이 있어야 하는데 바로 그 열망을 제대로 일으키기 힘들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해도 ‘운동을 해야 한다’ 혹은 ‘살을 빼야 한다’ 라는 식으로 당위성을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운동을 시작하지만, 그 마음이 ‘운동을 하고 싶다’ 혹은 ‘살을 빼고 싶다’라는 욕구나 열망으로는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로 인해 어느 정도 하다가 흐지부지 운동을 포기하게 되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ISTJ가 제대로 계획을 실행하고 건설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조직에 소속되거나 자신을 의탁할 보스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제갈공명이 유비를 필요로 했던 이유가 아마 이거 아니었을까 싶기도. 


나는 어디에 명확하게 소속되어 있지도 않고 딱히 섬길만한 보스도 없으니 결국 내가 스스로 내가 원하는 열망을 일으켜야 하는데 음... 


어렵다.


가끔은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었으면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 내게 복권이 당첨되어 10억이 생기면 뭐 할래? 라고 물어도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 그냥 은행에 넣어놓고 현금 빼먹으면서 살면 좋겠다고 하는 정도가 내 대답이었을 뿐. 지금 내 생활이 너무나 편안하고 만족스러워서 그런 걸까 하고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나는 지금 내 생활과 내 환경과 나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다. 그런데도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니, 라고 물으면 딱히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도 남들처럼 열망하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내가 가장 바라고 열망하는 것은 바로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열망할 수 있게 되는 것. 


가슴에 열망을 품고 빛나는 목표를 향해 가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길에 철로를 깔 듯이 꼼꼼하고 멋지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며 한발한발 전진하는 것이 내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게 내가 제일 간절하게 바라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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